성공적인 차선택
첫 번째 이야기 미국
20년쯤 전 나의 첫 번째 해외 취업 도전은 미국에서 시작했다. 석사를 마치고 부모님께선 당연히 박사 진학을 생각하셨지만 1년의 유예기간 동안 공부보다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돈을 벌고 싶었기에 나는 취업을 우선순위에 놓고 고민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남자 친구는 공부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최대한 그의 학교와 거주지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근무를 하는 게 나의 구직 전략이었다.
내가 타깃으로 잡은 동네는 회사가 많은 곳도 아니었고, 회사 경력이 전무한 신입에 외국인 학생 신분으로서 터무니없는 바람이었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에 결국 나는 차선책으로 박사로 진학을 선택하게 되었다. 졸업장에 쓰이는 학교는 바꿀 수 없다는 진부한 학생의 시각으로 내 분야에서 최고의 학교를 선택해서 지원하였고 나는 취업을 갈망하던 지역이 아닌 전혀 다른 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남자 친구와는 1시간의 시차가 생겼고, 차로는 하루를 꼬박 걸려야 하니 비행기를 타야 만날 수 있는 지역이었다. 다행히도 장학금에 생활비까지 지원을 받는 조건이라 한 달에 한 번씩 데이트를 이어가며 나의 공부도 해나갈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 나의 구직전략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아주 잘못된 건 아니었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박사 학위 진학과 지역에 상관없는 학교의 선택으로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나에게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되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두 번째 이야기 싱가포르
두 번째 해외 취업은 복잡한 상황 속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한 선택이었다. 한국에서 근무하던 오피스가 문을 닫으며 나에게는 중국 또는 영국으로의 이주라는 선택지가 생겼다. 그 당시 나의 나이는 30대 후반이었고, 공교롭게도 내 인생의 마지막일 것 같은 연애를 시작하고 있었다. 전 남자 친구이자 다행히도 현 남편이 된 그와 의논 끝에 나는 가능한 선택지를 모두 버리고 그와 함께 하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새롭게 취업을 알아보게 된다.
회사가 문을 닫으며 실직을 한 셈이었기에 직원들에게 구직 컨설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어서 나는 싱가포르에서 전문가의 도움으로 내 레쥬메를 새로 작성하고 내 경력을 바탕으로 키워드를 찾아나가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첫 번째 구직때와는 다르게 나는 10년의 경력이 생겼고, 이 경력은 재취업에 있어서 맞춤 분야의 잘 들어맞는 포지션일 때는 큰 힘을 발휘하지만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몸값만 무거워진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리고 만다는 걸 교육받았다. 내 경력을 장점으로 쓰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와 강점을 나타낼 수 있는 영역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했다.
한국 기업에서도 물론 그렇겠지만 영어로는 정말 세분화된 타이틀이 있다. 예를 들어 마케팅 매니저라고 하더라도 브랜드를 담당하느냐 제품을 담당하느냐 또 업종과 회사에 따라서는 온라인 마케팅을 따로 팀으로 꾸리기도 하고 앱을 기반으로 한 충성고객 관리까지 모두 나눠져 있다 보니 지난 회사에서의 타이틀만으로 새로운 포지션을 찾는 건 매칭이 되지 않을 확률이 몹시 커진다.
내가 담당하던 업무를 상세히 레쥬메로 작성하고 그 안에서 키워드를 추려내고 관계된 포지션을 찾아 해당 직무요건을 읽어보며 나에게 맞는 타이틀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찾아나가야 했다.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이 없었으면 나는 아마도 더 많은 시간을 낭비했겠지만, 다행히도 나는 중요한 밑작업을 정해진 세 달의 서비스 기간 중 두 달 안에 마무리할 수 있었고, 나머지 한 달은 인터뷰 준비하고 내 커리어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두 번의 도전은 나에게 취업 성공의 기쁨까지 안겨주진 못했다. 하지만 당시 최선의 차선이라고 생각했던 박사로의 진학 그리고 남자친구와 함께 하기로 한 결정은 나의 인생을 더 풍요롭고 안정적으로 만들어주었다. 취업이란 때가 있다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은 아닌 것을 그때는 몰라서 조급했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