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달라진 장단점
1. 키워드 찾기
마법의 주문
포지션명 두 가지와 내가 계속 일해오던 분야의 조합으로 검색되는 포지션들이 나의 타깃이었고 거의 대부분 인터뷰 요청을 받게 되었다. 내 경력이 잘 드러나는 레쥬메와 매칭되는 타이틀, 마법의 키워드였다. 10년을 일한 첫 직장에서 나는 회사 내 부서 이동도 잦았고, 프로젝트 따라서 여러 나라에서 일을 하다 보니 내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아우르는 타이틀이 무엇일지 고민이 많았다. 구직 전문 컨설턴트에게 처음 들은 product manager라는 타이틀은 내가 일했던 회사에서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생소한 타이틀이었지만 구직 사이트에서 검색해 본 직무요건이 내가 해오던 일과도 아주 잘 들어맞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같은 포지션명도 테크 기업에서 하는 일은 전혀 달라서 내가 그동안 일해오던 산업 분야로 한정 지어서 지원서를 넣었다. 거의 항상 서류는 통과하여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HR 인터뷰, 실무진 인터뷰로 이어지면서 번번이 불발이 되자 나는 점점 위축되어 갔다. 인터뷰 요청이 오는 걸 보면 키워드가 잘못된 건 아닌데 내 인터뷰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그동안의 질문 내용과 내 대답들을 복기해 가던 중 몇 가지 의심이 생겼다.
2. 인터뷰 전략 짜기
첫 직장을 다니기 전인 미국을 제외하고 그동안 아시아 국가에서 취업을 준비하였기에 나의 글로벌한 경험과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충분히 매력이 되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현재 내가 직장을 알아보는 곳은 영국, 영어의 본고장이었다. 그들에게 나의 미국식 영어, 게다가 원어민 수준도 아닌 그저 잘하는 수준의 영어는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워낙 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며, 주변 유럽 나라들의 경험은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는 다문화 사회에서 내 아시아에서의 프로필이 그렇게 대단히 느껴지지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사례를 들어 나의 강점을 어필하는 내용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최근의 경험인 일본에서 유럽 본사와 일하던 내용을 위주로 풀었으니 그 또한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다.
내 강점은 살리고 단점은 가리고
이후 나는 인터뷰 전략을 바꿨다. 미국 회사에서 일할 때, 유럽계 일본 지사에서 일할 때 영어로 문제가 되었던 적은 없었기에 자만하고 있었던 영어 부분을 좀 더 가다듬기로 했다. 그때그때 생각나던 대로 이야기하던 것에서 영어 표현 하나하나에도 professional 함이 전달될 수 있도록 대본을 작성하고 여러 번 숙지하며 자연스럽게 익혔다. 그리고 예시를 들어 설명하던 내 경력 부분도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영국과 유럽 팀에서 겪었던 것 위주로 바꾸고 아시아팀에서 일하면서 생겼던 에피소드들은 사람과의 관계보다는 일에 초점을 두어 왜 그렇게 풀었고 그렇게 배운 점은 다음에 어떻게 적용하였는지 설명하는데 이용했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고 남편과 현 상황에 대해서 대화를 하게 되었다. 역시 제삼자의 눈으로 좀 더 거리를 두고 분석하다 보니,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결혼 전에 영국에서의 근무 경험까지 합한다고 해도 영국 경험 3년이 되지 않는 나에게 영국 마케팅을 맡기는 건 어불성설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회사에서는 외국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최전선에서 일을 하였지만 그 회사의 특수성 덕분이었던 건데 나는 일본어보다는 영어가 자신 있다는 생각에 내가 이 나라 시스템과 시장을 다 이해하기엔 애송이인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해 버린 것이었다.
3. 투자가 필요한걸까? 하지만…
남편은 나에게 다른 포지션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이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자격증을 공부해 보는 것도 좋지 않냐는 의견을 내줬다. 미국 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니 영어 시험 점수를 낼 필요는 없지만, 영국 학위가 없는 게 이 나라에 연고가 없다는 인상과 함께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차피 나는 비즈니스 학위가 없는 게 계속 발목을 잡는 부분이라 주변에서 1년 투자하여서 영국의 석사 코스를 해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외국인 신분으로 학비도 비싼데 그만큼의 기회비용을 보장해 주는 고용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니 그런 돈을 쓰겠다고 마음먹는 게 쉽지 않았다.
학위나 자격증 없이 일단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대신 스스로 기간을 정해놓고 그 안에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학위보다는 조금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자격증을 공부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일본에서 퇴직을 하면서 퇴직금과 연금 등의 목돈이 생기긴 하였지만 선뜻 나를 위해서 쓸 수가 없는 게 엄마의 마음이라고 자위를 하면서도 투자를 하지 못할 만큼 재취업에 자신이 없는 건가 의구심이 들어 마음이 힘들었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걸 찾아야 한다
남편이 제시해준 새로운 키워드로 잡서치를 시작하였지만 그리고 그 포지션이 외국인이 도전하기에 조금 더 확률이 있을거라는 사실도 알고있었지만, 내가 더 흥미를 느끼는 분야는 원래 서치 하던 분야였다. 상황이 그러하다 보니 완전 놓지는 못한 채 세 가지 포지션을 넘나들며 지원서를 보내고 또 지쳐갔다.
주어진 상황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그 역시 나의 행복을 위해서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게 인간의 본능이지 않을까?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게 회사이고 나의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나의 일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