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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아들이 내게 준 것

by 이희수


우리 부부는 주 3, 4일은 집에서 술을 마신다. 월요일, 수요일 저녁에 운동하고 귀가하는 남편 손에는 검은 봉지가 들려 있다. 그 속에 맥주와 아이 간식이 들어 있다. 금요일은 아쉬워서, 토요일은 그냥 가기 미안하니까, 어쩌다 보면 주 4일은 마신다. 그걸 나도 조금씩 마시다 보니 아들이 싫어 했다. 그런 나도,



"술 사 오지 마, 안 마셔!"

라고 말해 놓고도 여지없이 남편과 마주 보고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내가 역류성 식도염이 있어서 최근에 기침을 하게 된 거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 모금만 하자며 한 병을 비운다. 내 몸보다 홀로 잔을 비울 남편이 안쓰럽다는 핑계를 대면서 나도 같이 앉아 마신다.



그게 시현이는 속상했나 보다.



12살 아들은 보통의 아이들처럼 친구와 휴대폰 게임을 좋아한다. 어제, 휴대폰 사용 시간을 주 8시 간에서 9시간으로 늘렸는데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시간을 엄마를 위해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엄마, 엄마가 1달 동안 술 마시지 않으면 나도 1달 동안 게임 안 할게!






결국, 나를 위험에 빠뜨리는 아빠까지 묶어서 우리 부부는 한동안 맥주를, 시현이는 휴대폰 게임을 멈추기로 한 거다.




시현이가 엄마를 위해 준 것, 세상없이 귀중한 대상처럼 대하던 휴대폰 시간을 양보한 마음을 생각하니 심장이 터질 것처럼 감동이 밀려온다.



늘 부실하고 구멍 투성이 엄마를 위해 자기의 자리를 내어 주는 아들이다.







시현아, 넌 세상 최고로 지혜로운 아들이야.

"지식은 넣어야 쌓인다면, 지혜는 내 속에 있는 걸 꺼낼 때 드러나는 것 같아. 네가 좋아하는 걸 포기하고 엄마가 변화되도록 하겠다는 너의 결심과 너그러움, 용기 그게 지혜일 거야. 그동안 걱정 끼쳐서 미안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주고 싶은 마음에 무수히 많은 미덕을 빛내어 주는 너의 지혜에 가슴 깊이 고마워. 넌 엄마가 아는 12살 중에 최고로 아름다운 아이야."




다정하고 사려 깊은 아들, 배려심 많고 친절한 아들, 엄마를 위해서는 자기가 아끼는 모든 돈을 선뜻 내어 주고, 돈보다 귀중한 휴대폰을 엄마를 위해 내어 주는 아들 사랑이 넘치는 아들이다.



사랑으로 별처럼 빛나는 아들.


지난 추석, 달 뒤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별이 아름다워서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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