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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경험이 성공의 밑거름?

실패의 경험도 발효과정을 거쳐야 비료가 되든지 말든지

by 두루뫼

IBK 기업은행의 광고에서 누군가 묻습니다
"그 사람 전에 실패했잖나"
이정재 씨는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래서 더 잘할 겁니다"
-사람에 투자합니다 IBK 기업은행-

사실 이 광고를 보면서 이 글을 써야겠다는 모티브가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중소기업들과 협업하여 여러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했었고
공공기관에서 스타트업 컨설팅을 하면서 많은 스타트업을 접해본 제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다음에 더 잘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처음 실패를 경험하신 기업가들 중에서 실패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다음 창업에 성공한 경우가 소수 있는 것이지
실패를 경험했다고, 다음 도전에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여러 번 실패한 창업가에게는 무조건 투자해야겠네요?
실패할 때마다 올라간 성공 가능성이 99.999% 일 테니까요

단 한 번의 실패 경험으로 너무 사람의 역량을 폄하하는 경향도 옳지 않지만
실패가 너무 당연시되고 훈장처럼 생각되는 경향은 더 옳지 않습니다.

최근 5~6년 창업이 장려되고 실패를 다독거려주는 분위기가 장려되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운칠기삼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70%는 최선을 다했는데

나머지 30%를 채워야 하는데 세상의 흐름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공유차량, 카풀, 수제 맥주 배달, 3D 프린터 삼디 몰 등등 많은 사례가 있지요


하지만 이런 트렌드를 이용해 자기의 실패를 훈장이나 상장처럼 자랑하고
오히려 소화되지 않은 자신의 실패 경험을 다른 스타트업에게 컨설팅이라는 명목으로 전파하는 분들이 계셔서
실패의 경험을 성공의 밑거름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몇 가지 전제조건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첫째. 실패의 가장 최우선 원인은 남이 아니라 나에게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Founder (창업가)는 다시 새로 도전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쟁에 져서 포로가 된 왕이 "이건 모두 장군이 전쟁에 진 탓이오!"라고 해봐야
그 장군을 임명한 것도 왕이고, 평소에 군대를 관리하고, 나라를 운영하는 최종 책임자도 왕입니다.

바깥세상은 항상 갑자기 비가 몰아치고, 갑자기 눈이 오고, 갑자기 마적 떼가 등장합니다
원래 그렇습니다. 원래 바깥은 위험합니다. 예측 불가능합니다.

그것이 바깥세상(비즈니스 월드)입니다.
비즈니스는 바로 그 바깥에 나가 싸우고, 사냥하고, 협력이 필요할 땐 양보도 하는 것입니다.

실패의 원인을 고객의 무지, 무식한 시장, 투자한 VC의 과도한(?) 간섭과 요구 등등

모두 남 탓으로 돌리면 다시 창업하고 다시 도전해도 마찬가지 결과로 귀결됩니다
왜냐면 실패의 원인을 하늘 탓이라고 돌리는 사람은 사업을 하다 문제 해결이 필요할 때

적절한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합니다

두 번째. 고객을 설득하거나 고객과 싸우려고 하는 마음 버리기
일단 사업이 망했다면 고객 반응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말이고

이는 홍보가 부족했다기보다는 그 제품이 고객의 지갑을 열기 부족한 수준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즉 고객의 마음을 열려고 해야지, 부족한 제품력을 광고/홍보비로 설득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아래와 같이 실패의 원인을 주장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1) 내 제품의 가치를 알아주는 유통망을 못 만나서

2) 내 제품의 가치를 알아주는 (어딘가에 있을) 잠재고객들에게 여기 이 제품이 있다고 광고를 못해서

세 번째. 실패한 사업에 투자했던 투자자 탓을 하지 말 것
창업자가 1억 원을 투자하고 망해서 속이 상했다면 이미 창업자에게 9억을 투자한 투자자는 어떠할까요?

하지만 망하고 난 다음에 투자해준 투자자를 비난하는 창업가들을 은근히 몇몇 보았습니다.

보통 이유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1) 간섭과 참견이 심했다.

2) 바빠 죽겠는데 당장의 실적을 계속 요구해왔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당신의 꿈에 투자해준 유일한 투자자

바로 그 투자자 때문에 내가 망했다고 말하고 다니는 창업가에게

어디서 어떻게 2번째 창업을 했을 때 과연 투자자가 투자를 할까요?

수천억 원 펀드를 굴리니까 나에게 투자한 겨우 9억 원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투자한 담당 매니저와 담당 임원은 그냥 월급쟁이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당신의 실패로 쓴 물을 같이 마셨습니다

네 번째. 이미 성공한 스타트업의 고객 segment를 더 쪼개기 (벤치마킹 잘못된 사례)
예를 들어 남자를 주요 대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을 벤치마킹해서

똑같은 서비스인데 우리는 다른 서비스라고 주장하며 우리 주요 고객군은 여자입니다!

이렇게 주장하며 창업한 스타트업이 있었습니다.

Quincy라는 미국 특수 사이즈 맞춤 여성복 스타트업인데요


원래 애초에 이런 스타트업이 성공했으니 그 콘셉트를 여기에도 적용하면 성공할 거야

혹은 더 어린 사람들에게 혹은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성공한다는...

이런 사고방식은 두 번째 창업 도전할 때는 버려야 합니다.


데모데이에 가서 그럴싸한 창업 배경을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유심히 듣다 보면

그냥 이미 성공한 스타트업의 시장의 작은 파트에 불과한 경우가 있습니다.

시장과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취업은 싫어서 시작한 창업이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벤치마킹이 아니라 축소 복사하는 Copy Machine 인 거죠

이런 성향을 가진 창업자라면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창업을 해도 마찬가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좋은 사람들이 자꾸 떠나서 자꾸 홀로 특공대 하는 스타일

이 부분은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창업가는 자기 고집과 신념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귀는 열려있어야 하고 어느 단계에서는 타협하는 수용성도 있어야 하는데

레밍스처럼 그 끝이 절벽이고 파산이고 부도라고 할지라도 타협하지 않고 뛰어가는 리더라면...

역시 두 번 세 번 기회를 줘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운칠기삼이라고 해도 일단 내가 삼을 채우지 않으면 칠이 채워져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저도 적지 않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실패한 경우에는 항상 그때 그 순간에

어떤 선택이 더 높은 성공 가능성이 있었을까 고민을 합니다. 그래야 다음에 다른 신사업인데도 유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높은 성공 가능성의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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