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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니스 관점에서 본 국가부도의 날 (1998년 그때)

by 두루뫼

저는 이 영화에 100점만점에 95점을 주고 싶습니다.
사업을 하시는 분이나, 회사를 다니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학생이나 가정주부께서도 꼭 한번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금융-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이라는 단어를 꼭 기억해주세요
우리는 금융이 그냥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 것
혹은 돈을 빌리고 이자를 주는 것 정도로만 생각하시지만
사실은 그런 단순 기능 1개가 아니라 금융이라는 시스템 전체를 봐야 이해가 되는 사건들이 있는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이 그러했고 1998년 IMF 가 그러했지요

다만 이 영화에서 사실이 아닌 부분이 3개가 있었는데요
첫번째는 김혜수씨가 열연한 신념에 가득찬 한은 통화팀 팀장! 당시 그런 공무원은 없었습니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사실 IMF 와 협상 때 정말 모라토리엄 선언을 염두하고 협상을 했다면
협상실패 시에는 더 큰 고통이 있었겠지만 성공 시에는 더 나은 조건으로 협상이 타결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절대 김혜수같은 공무원은 팀장까지 승진하지도 못합니다.
공무원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문화가 그렇습니다.
절대 김혜수처럼 행동하는 5급 이상 직급의 공무원은 없습니다.



두번째는 그렇게 고통스러운 IMF 협상결과로 얻은 대부분의 돈은 대기업에게 흘러갔고
중소기업과 서민들만 더 고통스러워졌다는 자막이 나왔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90년대 후반 당시 30대 기업 중에 거의 반이 망했습니다.
대기업조차도 대기업 오너들조차도 피눈물을 흘리고 많은 희생을 했습니다
아래에 기억하시는 그룹들이 있으신가요?

모두 1997년 단 일년동안 망한 100위내 대기업들입니다
한보, 삼미, 대우, 해태, 진로, 삼립, 삼양, 대농(미도파), 한신공영, 기아, 쌍방울, 뉴코아,
고려증권, 한라그룹, 동서증권, 극동건설, 삼양식품, 파스퇴르, 단국대학교(재단) 등등

일단 망한 원인부터 설명해보겠습니다.
영화에서도 김혜수씨 대사에 나오지만 표면적으로 망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빌려온 돈을 펑펑 썼는데 막상 갚아야 하는데 기한 연장 안해준다고 합니다"

자~ 기업들이 어디다 펑펑 썼을까요?
대기업 오너들 주머니에도 조금은 들어갔겠죠? 인정합니다.
그 주머니에 들어간 돈들에서 정치인 / 공무원들에게 많이 흘러 들어갔겠죠? 그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기업이 투자하고 사업확장하겠다고 1000억원을 회사명의로 빌려서
오너라고 해도 개개인이 100억~200억 단위로 착복할수는 없습니다.
(대부분 국민들이 법인과 개인의 차이를 구분 못하시는데 이 차이를 이해하셔야 합니다)

회계법이, 금융법이, 기업법이 법인에서 돌고 도는 현금을 개인이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횡령" 이라고 부릅니다.
절대 그래 어차피 네 회사니까 그 돈 네가 그렇게 써라 어차피 다 네 꺼자나~ 라고 냅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몰래 하긴 하죠. 하지만 몰래해야 하기에 여기,저기, 살짝,할짝, 이렇게 빼먹어야 합니다
대충 약 10%라고 치고 100억만 빼먹어도 티가 나서 들킬 위험이 높아지죠

뭐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일단 대기업은 무조건 싫어하니 100억 빼먹었다 치고
900억은 어디에 쓰일까요?
공장 만들고, 원재료 구매하고, 제품 만들고, 사람 고용하고....등등
네~ 사업하는데 쓰입니다.
그리고 사업한 돈으로 이자를 갚죠, 원금도 갚고요
그런데 갑자기 환율이 뛰고, 자금이 부족해지니
정부가 빌려준다고 빌려준 돈을 다 토해내라고 하는 것입니다.
ㄴ ㅔ? 저기요? 사업하라면서 더 많이 빌려가라고 한 것이 불과 95년 96년이자나요?
이제 공장 완공되었는데 97년에 그것을 다 갚으라니요???

하여간 저 기업 은행이 돈 토해내라고 해서 곧 망한데~ 라고 소문이 International 하게 도니
수출도 줄고, 내수도 과도한 경쟁과 제품생산이 되니 경쟁도 심해지고~
이래서 줄도산 한거였습니다.
한마디로 산소가 갑자기 희박해져서 산소공급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대기업에 산소(자금)가 공급되었어도 삼성조차도 당시 직원들 많이 짤린 계열사는
총인원의 30~40%가 짤렸습니다. 산소공급이 되었는데도 말이죠.
그만큼 한국에 돈, 달러, 외화, 즉 자금이 부족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2018년 우리가 기억하는 그룹들이 있습니다.
해태, 한라, 삼립식품, 삼양 그리고 대우는 일부 계열사...등등
망했는데 왜 이 기업들은 살아 있는거죠?
네~ 영화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이 목 매달았던 것이 살던 아파트가 은행에 차압으로 넘어가서였죠?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들이 오너들의 회사를 차압해서 (뺏어서) 해외자본/투기자본에 팔아넘겼어요

대표적인 그룹이 대우그룹이죠. 지금 김우중 회장 지분은 0%이지만
대우전자는 동부그룹에 흡수되어 있고, 대우자동차는 GM 에,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지분 입찰로 다른 주인에게 떠넘기려고 하다가 타이밍을 놓쳐서
아직도 산업은행이 주인이죠...등등

할 말은 많지만 하여간 영화에서 오해소지가 있게 표현해서
이 부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아래 두개를 같은 의미로 이해하시면 안됩니다~!
대기업에게 흘러들어갔다는 대기업 오너 개인지갑으로 흘러들어갔다

대기업, 중기업, 소기업, 장사하시는 분 등등 모두가 힘들었습니다.
단 하나부류!!! 공무원들 빼고요
그래서 김혜수가 사표쓰는 장면을 영화에 넣은 듯 한데요
제가 학교다닐때만해도 미래희망 직업 적어넣는 반친구들 중에 교사까지는 있었어도
공무원은 없었습니다....
IMF 이후에 공무원이 TOP 3 에 들게 된 것이죠

IMF 망한기업.jpg



마지막 세번째는 IMF 사태와 OECD 가입은 별개 사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원인과 결과입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 올림픽을 나가는데 예선도 통과를 못하겠네?
그런데 경기(경제)는 ㅈ도 모르는 감독(대통령YS)은 메달 따야 한다고 계속 압박합니다
"제가 유망주이기는 해도 올해는 본선만 진출해도 대단한 실적입니다. 4년후를 도전하겠슴다"
라고 이야기해도
"얌마 4년 후에는 난 은퇴하고 다른 사람이 감독이자나 내 실적이 아니자나! 올해 따야해!"

그래서 뽕맞고, 스테로이드맞고, 근육주사맞고, 헤벌레 하고 뛰어서 메달 땄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메달을 따고 보니 (OECD 가입)
몸에 무리도 오고(금융경색), 도핑에도 걸리고 (미국 투기자본), 이래 저래 두들겨 맞은 것이지요

유아인이 말했습니다. "정부는 IMF 를 과소비를 한 국민 탓으로 돌릴 것입니다"
그런가요? 아니죠...정부가 IMF 가입하려고 경제를 부풀리기를 시도한 것이고
기업들 불러서, 은행들 불러서
"정부가 보증해서 이렇게 돈 많이 빌려왔으니 어서 투자하고 어서 사업확장해서 외형을 키워!"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그 자리에서 "그것은 무리한 투자입니다 저희 기업은 못 하겠습니다!" 라고 정부에게 말할 수 없습니다.
국가주도 성장하는 국가에서 비지니스맨들에게 이것은 기회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50~70년대 그렇게 성장했고요...
기업도, 은행도 그런 기회를 놓치면 안되죠 그래서 정부도 은행감독을 느슨하게 풀어준 것입니다.
사심 가득한 과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하간 그것이 독이 되었죠
OECD가입(메달)을 1~2년만에 달성하기 위해...

영화 중에 마지막에 계속해서 대사가 나오죠 "믿지 마세요. 아무도 믿지 마세요"
네....믿지 마세요 그때나 지금이나
지금 이런 사태는요
일부 대기업 오너가 아니라 위에 계신 정치인/공무원들 덕분(?)이라는 것입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어도 수없이 많은 백성들이 죽어나가는데도
동인-서인은 서로 권력잡는다고 서로 멱살잡고 싸우고
임진왜란 후에도 멱살잡고 싸우고...
병자호란이 일어나도 멱살잡고 싸우고...
그리고 500여년이 흘러도 멱살잡고 싸우고...

여하간 IMF 그리고 20년이 흘렀습니다.
2018년 올해가 왠지 저에게는 딱 96년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12051691796252?did=NA&dtype=&dtypecode=
[한국일보] 국가부도의 날’처럼 한은이 IMF 구제신청 반대? 실제론 먼저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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