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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제임스카메론이 타이타닉을 만든 진짜 이유

지구의 민낯, 바닷속 세상의 매력

by 물안경


#1. 혹시 땅 위로만 여행하셨나요?

여행자로서 우리는 대부분 땅 위를 탐험한다. 로마의 콜로세움, 파리의 루브르,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하지만 땅 위에서 바라보는 수평선 아래, 바닷속 여행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지구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 인간이 거의 닿지 않은 신비로운 세계와 마주하는 경험. 보호막도 없고, 관광 안내서도 없으며, 환영 인사도 없다. 오직 거대한 물의 벽이 모든 소리를 삼켜버린다. 바다 아래에서는 중력조차 느슨해져, 마치 지구 속 또 다른 우주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영화 '그래비티' 스틸 컷

#2. 프로 스쿠버 다이버, 제임스 카메론

할리우드 영화계의 거장 제임스 카메론. 어린 시절부터 공상과학에 매료되었던 그는, 과학적 탐험과 SF적 상상력이 맞닿아 있는 곳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길 원했다. 15세에 스쿠버 다이버가 된 그는 바다에 대한 사랑이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대표작 '타이타닉'과 '아바타' 역시 이 깊은 애정에서 비롯되었다.

그가 물속에 머문 시간만 해도 무려 3,000시간, 잠수함에서 500시간을 보냈다. 바다에 대한 그의 애정이 처음으로 영화 속에 담긴 작품이 바로 '어비스'였다. 이후 그는 고도의 CG 기술을 접목한 '아바타'를 제작하고자 했지만, 제작사의 반대로 먼저 '배가 가라앉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게 되었다. 그 작품이 바로 '타이타닉'이다.

하지만 Ocean Lover인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 영화 제작은 핑계였고, 진짜 목적은 바로 북대서양 2.5마일 아래 잠들어 있는 타이타닉호를 직접 탐사하는 것이었다고 그는 TED에서 밝혔다. 다이버인 내게 그의 이야기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는 끝내 심해 탐사에 제작비를 투자하도록 설득했고, 6개월 뒤 바닷속에서 타이타닉호를 직접 탐사하며 '초현실적 데자뷔'를 영화로 그대로 재현했다.

타이타닉의 성공 이후, 그는 인류의 미개척지인 마리아나 해구를 탐험하며 '딥씨 챌린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을 탐험한 그는 바다의 비밀을 영화 속에 담으며 SF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었다.


영화 '딥씨 챌린지' 스틸컷

#3. 다이빙; 불편하기만 할 것 같은데...

다이빙. 바닷속을 유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두꺼운 웻슈트를 입고, 무거운 납벨트를 착용해야 하며, 무엇보다 성가신 공기통을 짊어져야 한다.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먼바다까지 나가야 하고, 수중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다이빙을 즐기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그 모든 불편을 감수할 만큼 바다는 우리를 끌어당기는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첫 해외 다이빙지였던 팔라우는 '다이빙 중독'에 빠트린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신의 놀이터'라 불릴 만큼 다이버들에게 특별한 곳으로 만타레이 (만타 가오리)가 유영하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거나, 신비로운 푸른빛이 가득 찬 동굴 다이빙 명소까지 다채로운 수중 경험을 제공한다. 가장 독특한 경험 중 하나는 '젤리피시 레이크(Jellyfish Lake)'에서 수천 년 동안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살아오면서 독을 잃은 해파리와 함께 유영하는 것이다. 물속에서 부유하는 해파리들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초현실적인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이후 필리핀 세부, 보홀, 호주 케언즈, 몰디브 뿐 아니라 국내 제주, 속초, 남해 등 다양한 곳에서 입수해보았지만 팔라우만큼 다양하고 신비로운 곳이 있나 싶을 정도이다.


#4. 이 신비로운 경험, 혼자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워요.

첨벙! 하고 입수하면 오직 내 숨소리만 들린다.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서 떠다니는 순간, 나는 마치 태아가 양수 속에서 세상을 처음 맞이하는 기분을 느낀다. 익숙한 소리와 자극이 사라진 채, 그저 물과 공기, 그리고 나만 존재하는 순간이다. 그러다 문득, 물속 어둠을 가르며 나타난 만타레이는 마치 우주의 외계 생명체처럼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유영한다. 거대한 날개를 펼쳐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초현실적이다. 마치 고대의 전설 속 존재들이 바닷속에서 나지막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물속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출수 후 마시는 맑은 공기의 상쾌함, 그리고 마치 단편 영화가 끝난 듯한 시공간의 전환. 다이빙 팀원들과의 독특한 유대감과 성취 후의 상호 존중감은 마치 전우들이 전장에서 느끼는 깊은 동료애와도 닮아 있다.

수면 아래의 세계는 우리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제임스 카메론이 그의 영화 속에서 보여준 것처럼, 바다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호기심과 도전 정신, 그리고 창조적 영감이 만나는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이다. 그리고 때로는, 만타레이의 우아한 비행처럼,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땅 위만을 여행하는 것에 머물지 말고, 바닷속의 경이로운 세계도 꼭 경험해 보기를 권한다.

직접 촬영한 팔라우의 manta ray (만타가오리)



*제임스카메론의 TED 출연 영상: Before Avatar ... a curious boy | James Cameron

*팔라우 다이빙 영상 클립: https://youtu.be/UJK5EYn3DFg?si=_CV0cbpaDtuaJurn

함께 들으면 좋을 음악: Porcelain- moby
함께 가보면 좋을 공간: 팔라우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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