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가만히 있어도 알게 되는 것들이 점점 사라져"
주류에서 멀어진다는 것에 대해, 누군가가 이렇게 정의 내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다. 학창시절만 해도 우리의 문화를 관통하는 것이 매체가 집중하는 그 자체였다. 유행어, 유명 아이돌, 최신 드라마나 개봉작들... 굳이 어렵게 노력하지 않아도 그런 정보들은 자연스럽게 내 귀에 들어왔다. 그 언젠가 수능 만점자가 H.O.T가 누군지 모른다고 했을때, 많은 친구들이 그녀를 사회성 떨어지는 원시인 취급했던 기억이 있다.
재작년과 작년 꽤나 유행했던 갸루피스, 어쩔TV 등은 구시대의 트렌드를 주도했던 이들이 지금의 세대를 따라가기 위해 끊임없는 백조의 발질을 해서 얻은 산물들이다. 인스타 추천피드에 젊은 친구들의 갸루피스가 올라오나 했더니, 어느 순간 3-40대들만 거꾸로 브이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야, 이거 요즘 유행하는거래"라고 이야기하면서. 사실 '갸루피스'라는 정확한 명칭을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유행은 태풍 힌남노처럼 요란스럽게 왔다가 조용히 소멸됐고, 그 자리엔 과거의 사람들만 남았다.
병원에서 일하며,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고, 술은 하지 않고 대신 게임을 즐겨하는 아는 형이 하나 있다. 유튜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곽튜브'를 언급했더니 그가 누군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유튜브 뿐만 아니라 매체, 아니 이번 카타르 월드컵까지 종횡무진 누빈 그를 모를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빠니보틀은 알지?'라고 물어봤더니 역시 모른다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그냥 유명한 유튜버들이라고 대충 대답하며 나는 그 형을 트랜드에 뒤쳐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어제, 새해를 맞아 팀 전체가 김치찌개를 먹으러 갔다. 갑자기 이야기가 드라마로 빠졌다. 내가 모르는 단어가 팀원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60대를 바라보는 이사님, 40대 후반의 팀장님들, 30대 중반의 동료까지 드라마의 플롯이나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를 던지고 또 던지고 그 위에 얹었다. 전편에 나온 여자주인공이 이번 속편에는 출연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아이돌 출신의 남자배우가 나오는데 어느 아이돌 그룹 소속이었는지 등등. 오고 가는 대화 속 빠르게 말하는 드라마의 이름이 '환우'인줄 알고 검색했더니 아픈 사람을 뜻하는 백과사전 내용이 나온다. 제대로 들었다고 생각해서 '환원'을 검색하니 화학용어 대사전이 나온다. 아, 진짜 뭐지. 드라마를 붙여야겠다. 그리고 속편이라고 하니 숫자 2를 추가해 '드라마 환원2'로 검색했더니 친절한 포털에서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해준다.
'드라마 환혼2'(으)로 검색하시겠습니까?
OTT시대에 나처럼 넷플릭스 아이디도 없는 사람은 <환혼>을 모를 수도 있다. 같은 의미로 여가 시간에 게임만 주로 하는 사람은 '곽튜브'의 존재를 모를 수도 있다. 우린 서로 이렇게, 각자의 생활을 하다가 서로에게 곽튜브와 환혼에 대해 전파했다. 가만히 있어도 알게되는 것들이 점점 적어지지만, 그래도 그거에 진심이면 되지 뭐. 그러니 모든 정보에 귀를 닫고 '공부'라는 한 우물만 팠다면 90년대를 살았어도 서태지와 H.O.T를 모를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