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계급으로 나누어진 회사에서 일한다는 건
"열심히 일하지 맙시다"
2024년 새해를 맞이했고 나는 과장 2년 차가 됐다. 한창 일을 해야 할 직급이지만 나는 늘 늘어져있다. 관심 없는 분야의 일을 맡아서, 작년에도 했다는 이유로 매년하고 있는, 어차피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기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일을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기에, 다람쥐쳇바퀴 돌듯 계속하고 있다.
회사에는 어렵게 입사를 했다. 취업 준비를 2년 가까이했다. 일반 기업을 준비하기엔 학점이 너무 낮았기에 어느 순간부터 학점을 비교적 많이 보지 않는다는 언론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자와 PD 스터디를 했고 인턴도 했지만 나의 글쓰기 능력이 그 정도까지 닿기엔 뭔가 모자랐나 보다. 결국 나는 1년 간 언론사 스터디를 했던 짬밥을 발판 삼아, 일반직으로 언론사에 입사했다.
이곳은 철저한 계급사회다. 어느 누가 누구를 표면적으로 무시하지는 않지만 상대 직급보다 자신이 잘났다는 우월감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그 계급은 보통 수당으로 나뉜다.
'취재비'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사건이나 사람에 대한 기사의 재료를 구한 대가로 주는 돈'이다. 재료를 구한 대가가 정확히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재료를 구할 때까지 이뤄지는 모든 일련의 과정을 뜻하는 것이리라. 그 과정은 취재를 위해 움직이고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고 이런 모든 것이 포함된다.
회사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기자들이 가져가는 취재비는 그들에겐 일종의 월급이다. 봉급과 취재비를 합치면 새로운 월급이 탄생한다. 그 합쳐진 돈에서 융자금대출도 갚고 가계예산도 짜고 그런다. 가끔 본인의 취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회사가 시켜서 가야 하는 건에 대해 그들은 악착같이 교통비와 식비를 문의하여 나를 당황하게 만들긴 한다. 밥은 우리 법인카드로 제공할 거이고 교통비는 편집국에서 영수증 처리를 하라는 등의 상투적인 대응이 내 입 밖으로 나온다.
기자들에게만 있는 '취재비'는 다른 누군가에게 차별일 수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매체가 취재비는 있다. 그걸 바꿀 수는 없다. 그래서 너무나도 평등한 우리 회사는 거의 대부분의 직군에 명목상 수당을 준다. 신문을 편집하는 편집기자들에겐 편집수당, 영상을 만드는 PD들과 신문을 제작하는 CTS팀에겐 제작(?) 수당, 광고팀엔 영업수당, 심지어 IT인력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IT팀에게도 수당이 생겼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급이 나뉜다. 7~80만 원 대의 금액을 매월 수당으로 받는 사람들과 비교적 적게 받는 사람들, 그리고 아예 받지 않는 사람들 사이의 간극이다. 남보단 적게 받지만 나 역시도 받고 있기에 아무도 쉽사리 입 밖에 내지 않는 시한폭탄 같은 불만이 집단 내에서 점점 쌓여간다. 나도 10여 년 전 조금만 공부를 더 해서 기자가 되었다면 월급에 취재비까지 꼬박꼬박 얹어서 통장으로 받고 있었을 텐데 후회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각설하고, 어찌 됐든 과거는 바꿀 수 없다. 그리고 내 현실은 수당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부서의 2년 차 과장이다. 나름의 불평등을 스스로 해소하려고 하는 자구책은 그들보다 적게 일하는 것이다. 그들이 일할 때 놀고 회의할 때 놀고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놀고. 여기선 수드라지만 어딘가에선 나도 브라만이 되어 뜨거운 눈빛을 가질 수 있겠지. 그것만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