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파이 감성은 내게 나오지 않아

by 어른돌


음악을 듣는다. 아무도 없는 밤에 강변북로가 보이는 거실에 앉아 로우파이 음악을 듣는 모습을 상상한다. 불가능하다. 위스키라도 한 잔 마셔야 할 것 같다. 나는 수트를 입고 있어야 할 것만 같다. 얼굴엔 미소가 없어야 하고 눈은 우수에 차야한다. 불가능하다. 다시 생각해봐도 불가능하다. 그건 다른 사람이다.


99년 일성아파트에 살때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그때 많은 유명인들 또한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었을 것이다. 나는 왜 그때 성공하는 길을 찾아 나서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20대 시절부터 한 10년 정도는 온라인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나름 만족하면서 살았지만 지금 보면 다 구시대의 유물이다. 비어버린 자리는 새로운 플랫폼, 그리고 더 어리고 센스 있는 사람들이 채웠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감'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지금의 트렌드와 맞는 대로를 주행하고 그 밖의 사람들은 골목 골목 샛길로 갈라진다. 로우파이 감성은 이런 샛길에서 나오는 건지 대로를 따라가야 만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로우파이 감성은 내겐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인생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훔치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 어쩌면 그 감성이 나에게는 맞지 않는 옷인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그걸 쥐어짜야 할까?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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