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하더라도 원하는 길, 2년 후면 마흔이야.
회사 국장에게 "우리 부서에서 맡은 역할도 잘 모르겠고 열심히 하지도 않는 것 같다. 3개월의 시간을 줄 테니 분야를 맡아서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아님 다른 길을 찾아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앞에선 "기대에 부응하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고 했지만, 막상 내가 3개월 만에 그렇게 쉽게 바뀌는 사람이 아니란 것은 나를 몇 년 정도만 지켜봤다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살 뺀다는 말도 입에 계속 달고 비만인으로 사는데 뭐.
사실 너무 슬펐지만 생각해보니 이건 마냥 슬퍼만 할 문제는 아니었다. 답답한 조직에서 3~4년 더 버틴다 한들 모이는 것은 월급뿐일 텐데, 사실 월급은 쥐꼬리만 하고 소비는 헤퍼서 1년에 1천만 원 모으기도 힘들다. 몇천만 원 저금하기 위해 아까운, 지고 있는 내 마지막 청춘을 소멸시켜 버리는 것보다는 뭔가 불을 지피는 것도 괜찮은 투자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날 저녁, 후배 '해준'을 만났다. 스물 하나, 스물둘에 알게 돼 어느덧 서른일곱과 여덟이다. 불안함과 즐거움이 무한 반복되던 20 대란 터널을 지나면서 해준은 아버지가 됐고 대기업에서 중요한 일을 맡으며 미국, 아프리카, 동남아 출장을 다니는 인재로 성장했다. 나는 그냥 회사를 다니는 회사원이다.
최근 그는 평소 갈망하던 '정치'라는 길에 도전을 했었다. 직장인이 제안하는 현실적인 정치를 하고 싶었다나.. 비록 쓴맛을 보고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이 많다고 했다. 나의 고민을 들은 그가 입을 열었다.
"선배, 불확실하더라도 원하는 길로 한 번 가보세요. 그러면 선배가 나 도와줬던 것처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조력자들이 나오고 또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길이 열릴 수도 있어요. 도전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진짜 아무것도 안 이뤄진다니까요"
새로운 길을 걸어보겠다는 것. 움직여야 길도 열리고 세상이 내게 다가올 수 있다는 진리를 나는 알고 있다. 알고 있으면 뭐하나, 길을 걷기 위해서는 발을 떼야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