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궁금증에 대한 관찰과 발견의 기록
2000년대 중후반 처음으로 해외 근무를 했던 도쿄는 당시 1인당 국민 소득이 3~40,000달러 수준으로 풍요 그 자체였다. 그 후로 어쩌다 보니 주재한 첫 해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 3,000 달러 언저리 나라 세 곳에서 일하는 경험을 갖게 되었다.
한국과 해외를 오가는 삶 속에서 자연스레 체득하게 된 것은 사회적 시간의 흐름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소득 수준에 따라 흐른다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2010년 일본이 현재의 한국과 닮은 시간이고, 코로나 시기의 인도네시아는 사춘기 시절의 추억의 시간, 그리고 2012년~2016년 필리핀은 기억의 조각조각만 생각나는 어린 시절의 삶을 현실이라는 테마파크에서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과연 2025년 인도의 시간은 어떤 곳일까... 호기심 반 불안한 마음 반으로 가족 다 같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25년 7월 27일 새벽 뭄바이에 도착했다. 뭄바이에 오기 전 둘러봤던 인도 관련 여행 유튜브 때문이었을까, 길에 소가 다니고, 극한의 위생 상태의 길거리 음식, 기차에 매달려 출퇴근하는 사람들 이런 이미지를 상상했던 내게 뭄바이의 첫인상은 의외였다. 국민소득으로 보면 전 세계 130 위대 수준인 1인당 2,700 달러로 가난한 나라이지만 GDP 총규모로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4위로 올라선 인도여서 그런지 뭄바이 공항은 웅장하고 깨끗했으며, 출입국 심사는 매우 효율적이고 빨랐고, 늦게 나올 줄 알았던 나의 슈트케이스는 내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에서 돌고 있었다. 운영 시스템까지 훌륭한 공항이었다.
"아빠, 살던 곳 다시 온 거 같아!" 뭄바이에 대한 아들의 첫 한마디였다. 뭄바이가 인도의 뉴욕이라더니, 숙소로 가는 차창 풍경은 자카르타와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숨쉬기 어려운 습한 더위를 상상했지만 차창밖 공기는 지독히 더웠던 서울에 비해 너무나 시원하기까지 했다. 극한을 각오했던 나에게 예상치 못한 모던한 첫인상은 묘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밤의 불빛 가득한 뭄바이는 아름답고 화려하였다.
12시간 넘는 비행 끝에 새벽 2시 넘어 도착한 호텔에서 정신없이 잠에 들었다. 느지막이 일어나 커튼을 걷어보니 뭄바이의 풍경은 마치 일본과 한국,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상자에 넣어 랜덤 하게 섞어서 아무렇게나 뿌려놓은 느낌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모습은 아주 조금 한 꼬집 정도...
인도는 길에 소가 다닌다던데... 뭄바이는 길에 차만 가득해 보였다. 물론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도를 이해하려고 다섯 종류의 신문을 구독했다. 눈에 걸리는 기사를 닥치는 대로 스크랩하였다. 국내 인도 전문가이신 강성용 교수님의 남아시아 인사이드와 같은 인도 관련 유명 콘텐츠를 돌려보고 또 돌려보았다. 만화 형식이지만 그 어떤 책 보다 한 나라를 빠르게 이해하는데 최고의 책인 이원복 교수님의 먼 나라 이웃나라 인도와 아대륙 편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읽고 또 읽었다. 인도에 사는 한국 주재원들의 필독서인 아쇼카 모디의 두 개의 인도 (원제 India is broken)를 곱씹어 읽었다. 힌두교에 관한 책, 인도 경제에 관한 자료들을 손에 닿는 대로 읽었다. 의외로 세계 문명 발상지 중의 한 곳인 인도, 세계 경제 4위인 인도, 한국의 수출 상대국 7위인 인도에 대해 한국에서 출판된 현대 인도 사회에 관한 책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아마도 너무나 다양하고 방대한 인도에 대해 뭘 좀 안다고 책을 낼 엄두를 감히 못 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반년이 지났다. 그렇지만 부끄럽게도 아직 힌디어 글자인 데바나가리를 완벽하게 읽지 못한다. 무려 자음이 33개나 되어 소리를 구분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보다 인도에서 살아남으려면 인도의 영어에 익숙해지는 것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다. 인도의 정치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도, 다양한 문화에 대해서도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이다. 언제 즈음이 되어야 인도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문득 과연 인도인은 인도를 알까 싶었다. 관심 많은 외국인 보다 그냥 살아가는 인도인이 인도를 더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소득이 낮은 나라는 사람들의 이동이 활발하지 않다. 값싼 육상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로 SNS나 미디어, 소문으로 자국의 구석구석을 이해한다. 대개 뭐뭐 카더라 식의 지식이다. 특히 열도 국가인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두 나라 모두 다언어 다민족 국가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나라이다. 그래서 더더욱 자국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는 한국인이 한국에 대한 이해보다 현격히 부족했다. 인도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인도의 언어가 몇 개인지 합의된 숫자는 없다. 언어학자, 분류 기준에 따라 400여 개에서 2000개(방언 포함) 가량이라고 한다. 법률상으로는 인도 헌법이 공인한 22개 언어(영어 비포함)가 있고, 중앙 정부의 공식 언어는 영어와 힌디어 두 개다. 인도가 독립 후 각 주의 경계를 만들 때 언어를 주요 기준으로 하였다고 한다. 극동에 위치한 우리나라나 일본은 국가=단일 언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개념이었다. 방언이 거의 외국어 수준인 중국의 경우에도 구어(口語)와 달리 문어(文語)는 한 언어나 마찬가지니 언어가 곧 국가의 정체성이다. 그런데 동아시아와 달리 언어를 중심으로 같은 문화를 영유하는 민족단위의 국가라는 개념인 nation state (국민국가 혹은 시민국가)는 유럽에서는 19세기에 들어와서야 자리 잡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도는 하나의 나라라기보다, 정체성이 다른 독립된 주가 중앙정부의 통제를 강하게 받는 연방적 구조를 가진 연합국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합당할 것 같다. 즉 인도는 EU의 성공모델인 것이다.
신문 기사를 볼 때마다, 일상에서 이해 못 할 무언가를 접할 때마다, 과거 같으면 도저히 알길 없던 것들을 지금은 AI를 활용해서 손쉽게 알 수 있다. 읽을 수 없는 인도 각 지방의 글자도 이미지만 업로드하면 애용하는 ChatGPT나 Perplexity가 기가 막히게 번역해 준다. 심지어 추가 질문도 추천해 준다. 호기심만 있다면 아는 것은 문제가 아닌 시대이다. 지식의 크기는 아는 것의 양이 아니라 궁금증의 정도이며, 그렇게 발견한 지식을 데이터센터 메모리에만 두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대뇌 피질(cerebral cortex)에 물리적으로 저장해서 새로운 궁금증과 인사이트를 만들어가는 것이 AI 시대의 "알기(knowing)와 이해하기(understanding)"의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6개월 동안 인도에 대한 수많은 나의 질문에 답했던 GTP와 Perplexity, Gemini의 대답들을 글로 정리해볼까 한다. 물론 AI가 인용했다는 원자료로 사실여부를 검증해 가면서 말이다. "인도에 대해 대신 궁금해 드립니다"와 같은 느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