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인도는 10분 배송

인도에 대해 대신 궁금해 드립니다 1편

물류 배달 노동자를 갈아 넣은 OO팡의 새벽배송, 한강 둔치에서도 짜장면과 치킨 배달이 가능한 기다림 없는 간편함은 한 때는 한국의 자랑거리였고 또 도시에 살고 싶은 이유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필요 이상의 희생에 대해 "혁신경제" 또는 "시대의 흐름에 대한 능동적 수용"이라는 합리화를 통해 우리는 안락함에 대한 죄책감덜어내었었다.


모든 것의 극단이 존재할 것 같은 인도, 그중에 가장 화려한 도시 뭄바이에는 반평 남짓한 점포(Kirana Store)노점이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며 뒤엉켜 있는 재래시장로컬들이 주로 장을 보는 곳이다. 심지어 새벽에는 도심 한복판 도로에서 대형트럭이 각종 채소, 꽃, 생선을 운반해 오면 도매 난전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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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 market.jpg 매일 아침 새벽 채소, 생선 난전, 장사가 끝나 청소를 하고 나면 다시 차도로 변신한다, 외국인을 위한 투어프로그램도 있다.

이런 발달된 재래시장과 비싼 임대료 때문인지 비슷한 소득의 동남아 도시에서도 볼 수 있는 편의점이나 현대식 대형 마트를 찾아보기 어렵다.


또 하나의 극단, 배달시간 10분의 마법과 그림자

그런데 이런 인도에서 한국의 새벽 배송, 짜장면 시키신 분~ 같은 것은 머쓱하게 만드는, 퀵커머스라는 것이 급성장 중이다. 스마트폰 App에서 주문하면 무려 10분 이내 배달이라는 문구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있다. 빨리빨리의 민족 한국인에게도 상상조차 못 할 압도적인 "빠름"과 "편의", 이제 한국인은 인도인에게 영예로운(?) 타이틀을 물려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IT 천재들이 넘쳐나는 인도, 퀵커머스도 스타트업들이 주도를 하고 있다. 주특기인 음식배달에서 퀵커머스로 확대 중인 스위기(Swiggy), 그리고 신선식품 중심에서 아이폰 까지 카테고리를 늘려가는 퀵커머스 전문 스타트업인 젭토(Zepto) 나도 즐겨 쓰는 앱이다. 아래 그림처럼 있는 위치에 따라 11분, 7분이면 대문 앞에 도착한다. 그 짧은 시간도 못 기다릴 까봐 스마트폰 화면에는 배달까지 남은 시간을 실시간 팝업으로 보여준다. 격한 경쟁 때문인지, 풍부한 투자금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려는 스타트업의 성장전략 때문인지 배달료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심지어 거부하기 힘든 할인과 프로모션까지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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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Swiggy, 오른쪽 Zepto 화면

10분 배송 마법의 비밀은 무엇일까? 골목마다 위치한 소형 창고(그들 용어로 다크스토어, Dark Store)와 무한히 공급되값싼 배달 노동력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플랫폼은 반경 2~3킬로마다 있는 소형 창고에서 주문자까지 최적 경로를 배달원에게 알려주고, 배달원은 평균 1.8km 거리를 15km/h 속도로 배달을 한다고 한다. 퀵커머스 특성상 살 수 있는 물건의 종류와 양도 제한적이다. 우리의 편의점처럼 딱 필요하고 자주 팔릴 만한 상품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한 번에 살 수 있는 물건의 양도 제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콜라는 세 캔까지, 과자는 두 봉지만 주문 가능하다던지 하는 식이다.


편의점이 없는 뭄바이에서 불편함을 못 느꼈던 가장 큰 이유는 퀵커머스 앱이 때문이다. 3년 지낼 집에 이삿짐이 들어온 날, 부푼 마음으로 라면을 끓여 보려 했지만 인도산 가스레인지가 성냥이나 라이터 없이는 잘 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좌절했을 때, Zepto가 정말 마법같이 이백 원도 안 하는 성냥을 7분 만에 가져다준 덕에 무사히 한 끼를 해결했던 기억이 강렬하다.


bbc.jpg 인도 정부, 퀵커머스 기업에 10분 내 배달 표기 금지 요청 기사(BBC)


퀵커머스라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편의와 혁신 뒤에는 불편한 현실이 함께 한다. 대도시의 전통 상점인 Kirana는 매출이 줄고 있다. 버티다 못한 상인은 퀵커머스 업체의 창고역할로 살 궁리를 하며 플랫폼에 종속되고 있다. 한편 세계 인구 1위면서 중위 연령이 28세가량으로 젊은 나라인 인도는 일자리가 부족해 퀵커머스의 비정규 노동자(Gig worker)로 일을 하려는 젊은 남성들이 무한히 공급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배달 라이더 헤일링 앱인 Gojek이나 Grab빈곤층에 일자리를 준 사회적 기업으로까지 인식되는 것처럼, 스위기, 젭토, 블링킷과 같은 업체들도 갈 곳 없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고마운 존재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10분 배달이라는 광고 때문에 배달원들은 과속을 해야 한다. 배송이 늦어지면 페널티도 있다고 한다. 낮은 임금과 빠른 배송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배달 노동자들이 시위를 하게 되었고, 노동자 안전에 대해 정부도 우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인도 정부는 퀵커머스 플랫폼에 10분이라는 단어로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지시를 하였다. 언론과 노동자는 30분 만에 물건을 받아도 충분히 빠른 것이 아니냐며...


30분도 느리지는 않다고 말하는 인도약속 시간은 지키지 말라고 있는 것 같은 인도의 현실... 극단의 모습이 혼재한 뭄바이는 새벽 배송도 빠르다는 한국인에게 방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들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저 우리처럼 빨리 가느라 사람마음 다치는 줄 몰랐던 실수를 인도 사람들은 하지 않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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