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인도 여성의 또 다른 전쟁

이란 전쟁이 멈춘 인도의 부엌

2026년 2월 28일 느닷없이 이스라엘, 미국,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세 나라의 마초 지도자들이 이끄는, 왜 싸우는지 공감하지 못하는 전쟁이 뜻밖에도 인도의 여성들의 고통을 불러왔다. 주방 연료인 빨간 가스통에 담긴 LPG를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LPG는 1950년대 후반에 처음 인도에 도입되어 도시 상류층, 외국인, 호텔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후 1970년대부터 국영 석유회사(Indian Oil Corporation)가 보급 확대를 시작하면서 도시 중산층 사이에서 깨끗한 연료로 환영받았고, 1990년대 경제 자유화 이후 공급망이 확대되면서 농촌까지 보급이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농촌 지역에서는 많은 가구들이 여전히 장작과 마른 소똥으로 난을 굽고 밥을 지었다. 여성들의 호흡기에 좋을 리가 없었다.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은 모디 총리는 인도의 사회 경제 발전을 위한 여러 정책을 연이어 시행을 했다. 그중 하나가 2016년 5월 1일 출범한 빈곤선 이하 가정의 여성건강을 위해 LPG를 공급하는 프라단 만트리 웆저왈라 요저너(Pradhan Mantri Ujjawala Yojana) 정책으로 총리의 밝게 빛나는 정책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 Pradhan(최고) Mantri(장관) : 수상

* Ujjawala : 밝게 타오르는, 빛나는 (깨끗한 에너지라는 의미를 담아) / Yojana : 정책, 계획


정부는 빈곤가정의 여성 명의로 LPG 가스 계정 개설과 배관 설치를 무료로 해주었고, 가스레인지와 가스통 구매 보조금을 주었다. 정책 초기 가스를 재충전할 돈이 없어 다시 장작과 소똥으로 돌아간 가정들도 있었지만 정책 효과는 확실했다. 2016년 62%에 불과했던 LPG 보급률이 동 정책 1기 만료시한이었던 2019년 94.7%로 올라갔고, 현재는 99% 이상의 가정이 LPG를 쓰게 되었다.


한편, 파이프로 연결된 천연가스(PNG)인 도시가스 보급률은 5%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인도 부임 초기 부동산과 집을 보러 다닐 때 인도 최고의 부자 도시 뭄바이의 최고급 아파트도 아직 대다수의 집에서 싱크대 밑에 LPG 가스통을 두고 쓰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재 위험으로 집단주택인 아파트에서 LPG 용기를 두는 것은 불법이어서 도시가스를 쓰던가 전기 레인지를 쓰고 있다. 지진과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은 도시가스도 위험하다며 IH 레인지가 대세이다.


여하튼 이러한 인도의 사회적 배경으로 현대 인도의 주방은 LPG가 없으면 생쌀을 씹어야 하는 상황이다.


인도는 LPG 수요의 60%를 걸프국가에서 조달해 왔다. 호르무즈해협 통행이 어려워지자 인도 정부는 노르웨이, 미국 등으로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인도 정유사들에게 LPG 생산 확대를 지시하고 있다. 그리고 상업용 LPG를 공급 제한하거나 불법거래 단속을 하면서 가정용 LPG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여파로 가끔 가는 동네 레스토랑이 연료가 많이 드는 중식 메뉴를 일시 중단했다. 지인의 친구가 운영하는 유명레스토랑은 매출이 저조한 점포를 접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뭄바이 한인들의 향수병을 달래주던 한인 식당 사장님도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진 LPG 때문에 무척 힘들어하시고 있다. 신문 기사에는 인도의 도시 호텔들도 장작으로 조리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Gulf News 보도사진 (2026.3.18)

가정용 LPG도 불안감에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다. 그 결과 가스 판매점 앞에 가스통을 들고 끝도 없이 긴 줄로 늘어선 여성들의 사진이 신문과 SNS에 넘쳐난다. 인도를 다시 소똥과 장작의 시대로 돌릴 참이다.


부유층들도 나름 불안한가 보다. 조리가 필요 없는 간편식 매출이 2~30% 증가했다고 온라인 식품 유통업체 관계자가 말했다. 그리고 IH레인지 수요가 늘어 가격이 두어 배 뛰었다고 한다. 아무리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 하지만, 공산품 가격이 두어 배 뛴다니... 상황 변화에 민감한 상인의 나라 인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전쟁의 피해는 늘 사회 취약계층에 가장 치명적이다.


인도인 사무실 동료에게 LPG 사정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그 직원에 따르면, LPG를 사려면 주민등록 증이나 주소지 증명 등이 필요한데, 고정된 주소지를 등록하지 않은 슬럼가 빈민층 들은 딜러들이 블랙마켓으로 빼놓은 가스를 웃돈을 주고 사왔다고 한다. 그런데 공급이 달리자 블랙마켓으로 흘러가는 물량자체가 없으니 슬럼가 사람들은 돈이 있어도 LPG 구매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현지 보도나 보고서를 보면 법대로, 규칙대로 돌아가지 않는 인도의 복잡 다단한 현실에서 인간의 생존 본능은 다양한 살 길들을 마련했었다. 슬럼가 사람들은 웃돈을 주며 딜러들이 불법적으로 상업용 LPG를 가정용으로 빼돌린 가스통을 사거나, 규격 LPG를 안전성 검증이 안된 작은 LPG 용기에 소분한 위험한 제품을 사거나, 주소지를 가진 사람의 명의를 빌려 구매하거나, 밥 짓는 시간을 달리해서 이웃들과 가스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수입 물량 부족과 사재기 기승, 그리고 블랙마켓에 대한 정부 단속이 더해져서 도시 빈민가정의 여인들은 오늘 한 끼를 어떻게 만들지 절박한 걱정을 하고 있다.


이들이 한 번도 가본 적도 없는, 전쟁의 이유도 잘 모르는 나라의 흰머리 가득한 남성 지도자들이 이 가여운 사람들의 고통을 알기는 하는 걸까? 안다고 한들 미안한 마음이 눈곱만큼이라도 있기는 한 걸까?


다행히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아주머니 댁에는 가스 문제가 전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월세 15만 원짜리 슬럼가 단칸방에서 아내와 아들딸 네 식구가 사는 나의 기사는 "Big Problem"이라고 한다. 통조림과 빵이라도 사서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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