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예산군 고덕면 용고길 352 1층 「시장반점」
충남 예산은 작지만 이야깃거리가 많은 고장이다.
수덕사에서는 백제의 숨결이, 산 아래 저잣거리에서는 사람의 온기가 피어난다.
이곳 사람들은 대체로 느리다. 밥을 먹는 속도도, 시장을 거니는 걸음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다.
예산의 공기엔 오래된 온도가 있다.
예산 출신의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가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던졌던 도시락 폭탄의 결기, 그리고 오늘날 백종원 대표가 만든 ‘예산 시장’의 활기는 이 조용한 땅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강단과 온기, 혁신과 관습이 맞물린 도시. 그런 예산의 한켠, 고덕면 재래시장 골목 끄트머리에 아직도 세월의 불이 꺼지지 않은 집이 있다.
「시장반점」이다.
낡은 간판이 세월을 이고 선 채 문을 열면 철제 의자 몇 개와 합판 식탁, 그리고 불 앞을 지키는 노사부가 있다. 한눈에 보면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그 사소한 풍경이 오래된 시간의 무게를 품고 있다.
시장반점은 새것의 속도 대신 「낡음의 품격」으로 시간을 요리하는 집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노사부의 손이 쉼 없이 움직인다.
춘장을 볶고, 튀김을 건지고, 접시를 내놓는 모든 동작이 하나의 리듬처럼 이어진다.
불소리와 뒤섞인 주걱의 마찰음은 마치 주방 안의 박자 같다.
40년 동안 같은 리듬, 같은 불의 온도다.
그 손끝에서 나온 음식은 결국 시간의 맛이다.
이 집의 간짜장은 검다. 꾸밈없이 춘장의 본색을 드러낸 색이다.
간짜장이란 본래 그런 음식이다. 물전분으로 점성을 늘린 소스가 아니라, 볶은 춘장 그대로를 면 위에 얹는다. 진득하고 구수하며, 씹을수록 깊은 단맛이 올라온다. 그 안에는 인공적인 단맛이 아니라 불과 시간, 그리고 손맛의 결이 녹아 있다. 춘장이 주인공이라면, 잘게 다진 양배추와 돼지고기는 침묵의 조연이다. 크고 거친 재료가 불맛을 흩뜨리는 요즘 간짜장과 달리, 이 집은 재료를 세밀하게 썰어 볶는다. 눈에 띄지 않아도 입안에서는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탕수육 역시 그렇다.
투명한 흰색 소스의 탕수육은 대략 40여년 전 붉은 케첩 소스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이어온 맛이다.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를 고온에서 튀겨 겉에 단단한 껍질을 만들고, 그 위에 흰 소스를 얹는다.
단맛에 의존하지 않는 정직한 맛.
노사부는 그 방식을 조금도 바꿀 생각이 없다.
“이게 우리 집 탕수육이야.” 그 한마디에 세월과 자부심이 동시에 묻어난다.
묵묵히 불을 지키는 노사부를 보고 있으면, 이 작은 식당이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세상 모든 유행이 밖에서 스쳐 지나가도 그는 오늘도 말이 없다.
주문이 들어오면 불꽃이 튀고, 팬이 흔들리고, 흰 김이 피어오르다 사라진다.
그 리듬 속에서 하루가 지나가고, 또 하루가 쌓인다.
사람들이 추억하는 것은 결국 맛보다 시간이다.
한 그릇의 간짜장 뒤에는 노사부가 지켜온 수천 번의 불길이 있다.
그 모든 시간이 지금 이 한 그릇에 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