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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찬 Jul 12. 2022

Since 1969, 동두천 반세기 경양식당

경기도 동두천시 보산동 ‘오륙하우스’

미군부대가 주둔 중인 경기 북부의 동두천시는 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다양한 식문화와 한국 전통의 식문화가 결합하여 다양성과 개방성이 넘쳐나는 곳이다. 한때 미군 부대에 공여되었던 부지의 면적이 동두천시의 42%에 달했었는데 이 공여지의 중심이 되었던 곳이 바로 현재 동두천 외국인 관광특구로도 불리는 보산동 일대이다.


보산동 일원에 형성된 구도심 상권은 미군 제2 보병사단이 동두천시에 주둔하며 생겨났다. 동두천에 거주하던 미군 장병들의 지역 내 소비가 증가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가들이 자연스레 우후죽순 늘어났으나 2004년 미군 병력의 50%가 철수하고, 최근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며 한때 동두천시에 거주하던 2만여 명에 가까웠던 미군 병력은 이제 겨우 수천 명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개점휴업 상태로 쇠락해버린 동두천 보산동 일대 상권

지역 경제 소비의 주축이던 미군이 감소하자 보산동 상권의 업소 대부분이 개점휴업 상태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던 찰나 이 지역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1호선 보산역 교각 아래 화려한 그래피티 작업과 세계 음식 거리 조성을 통해 도심 기능의 쇠퇴를 막고자 동두천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가 바로 <Camp Bosan>이다.

Camp Bosan의 화려한 그래피티 벽화

서인국 배우 주연의 KBS 드라마, 미남당의 1오프닝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Since 1969, 반세기 경양식당 56 House

1호선 지하철 보산역을 기준으로 월드 푸드 스트리트를 지나 끄트머리에 이르면 <56 House>라는 간판을 걸고 2대째 반세기 넘게 성업 중인 경양식당을 만날 수 있다. 미8군 제2사단 케이시 캠프 내 식당에서 근무하던 오륙하우스의 1대 창업주가 부대를 나와 식당을 창업한 시기가 ‘1969년’이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았기에 가족 생계에 대한 가장의 책임감이 지금보다 훨씬 무거웠던 시절이다. 그래서 그런지 1대 창업주는 <오씨네 6 가족의 집>이란 의미를 담아 <56 House>로 상호를 정했다고 한다.


식사 주문시 제공되는 Full Course 식단

이 식당을 이야기함에 있어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부분이 바로 식사 메뉴를 주문하면 ‘샐러드와 마늘빵, 고소한 양송이 스프와 스파게티’까지 제공되는 Full Course 식단이다.


에그 치즈 햄버거 패티보다 3배 큰 ‘킹버거’

그러나 오히려 음식 문화사를 좇아다니는 이들이 더 귀하게 여기는 메뉴는 바로 이 집의 <햄버거>이다.


지금이야 프랜차이즈 버거의 종류도 다양해진 데다 골목마다 자리 잡아 어렵지 않게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지만 국내 프랜차이즈 버거의 시초는 1979년 롯데가 서울 중구 소공동에 롯데리아를 개점하면서부터이다.


국내에 햄버거라는 음식이 <최초로> 등장한 공간적 무대는 미군을 대상으로 한 부대 내 식당인데, 오륙하우스의 창업주가 미군 부대 밖 일반 한국인도 경험할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 버거보다 무려 10년이나 빨리 1969년 개업한 식당에서 메뉴를 선보였으니 이는 분명 맛과 음식과 식당의 의의를 동시에 찾아다니는 미식가들이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라 생각한다.


오륙하우스의 인기메뉴, 킹버거의 단면

프랜차이즈 버거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쉐프의 햄버거까지 두루 경험할 수 있는 시대이다 보니 삼립에서 만든 햄버거 번과 투박한 패티가 대단한 맛은 아닐 수 있겠으나 경양식당이 부흥했던 1980년대 초중반 시대를 살아왔던 이들에겐 빵과 빵 사이 굵직한 소고기 패티와 양상추, 계란 후라이와 토마토, 치즈 등이 들어간 당시의 햄버거는 놀라운 식문화 경험이었을게다.


화려한 플레이팅의 오륙하우스 정식

스파게티까지 식전 메뉴로 제공되는 데다 함박과 돈까스, 생선까스와 새우구이가 제공되는 정식에 담긴 정성도 훌륭하다. 분식집 돈까스는 연육 과정을 거치며 돈육 등심을 너무 심하게 펴대 고기는 얇고 튀김 반죽과 빵가루는 과한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의 돈까스는 고기의 존재감이 확실하다. 하지만 식당의 경양식 대표 선수들이 다 올라온 접시의 음식 중 가장 훌륭했던 것은 <생선까스>이다. 대구가 아닌 동태를 사용하여 식감이 단단하여 씹는 맛이 좋고 직접 만들었다는 타르타르 소스와의 어우러짐도 브라운 소스와 돈까스보다 한수 위라는 것이 내 주관적인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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