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성취들의 합
작은 패배들의 합
작은 성취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지만
작은 패배가 모인 것을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다
잘 모르고 지나쳐도 작은 성취는 작든 크든 도움이 되지만
잘 모르고 지나쳐 온 작은 패배는 나도 모르게 쌓인 거대한 빚 같다
지금이라는 땅 위에 서서 나를 이리저리 살펴볼 때
아, 그래서 내가 어떠어떠하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는 것은 좋지만
어떻게 이 빚을 다 갚고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하다
나의 소소한 장점까지도 야금야금 잡아 먹어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해충 같기도 하다
아주 오래 조금씩 나무를 갉아 먹어 집을 무너뜨리듯
그렇게 내 안에서 무너져내리 것에 대해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것이 빚이든, 무너져 내린 어떤 것이든 한순간에 되돌릴 길은 없다
적어도 빚을 쌓아온 시간만큼, 갉아 먹힌 시간만큼
그러나 몇 배의 힘을 들여 빚을 갚고 대들보를 세워야 한다
역시나 아득하다
고개를 돌리고만 싶다
빚은 빚대로 두고
무너진 것은 무너진대로 두고
아주 다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아주 다른 사람으로 살고만 싶다
그래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