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이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괴로워 하는데도 계속 그렇게 살고 있다면, 과연 진심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말로 이렇게 사는 것이 싫고 어떻게든 변화를 주고 싶다면,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아주 작은 일이라도 실행해야 맞는 게 아닐까? 그래야 조금이나마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까.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저런 고민과 그 고민에서 비롯된 괴로움에 몸부림 치는 것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괴로움을 느끼기 위해 하는 고민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정말 싫었으면 바뀌었겠지, 최소한 바뀌려고 어떤 노력이라도 했겠지. 근데 안했다? 그렇다면 이 고민에서 벗어날 방법은 사실상 하나뿐이다.
아무래도 지금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 같으니까 즐겨. 즐기는 게 힘들다면 최소한 땅은 그만 파고 감사하면서 살자.
그러나 방금 쓴 문장 그대로 마음가짐을 바꿔 끼우고 당장 오늘부터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이런 말을 주절거리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자는 것이 올해의 문장 중에 하나인데 (내 안에 몇개의 문장이 있는지는 사실 모르겠으나 아무튼 반복해서 생각하고 쓰는 문장 몇개가 있다) 이게 참 쉽지 않다. 온통 쉽지 않은 일 투성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어려워할 필요가 없는 일인데 그걸 못해서, 문제 해결 방법을 도출해 놓고도 또다시 머리카락을 쥐어뜯게 된다.
지금의 상황을 온전히 즐기거나 감사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내가 중요시 하는 게 무엇인지가 명확하게 보인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이라서 외면하기 힘든 그것이 보이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일 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완전히 그 반대인 사람이다. 내 괴로움의 많은 부분이 ‘직업 없음’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매우 분명하게 보인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 방법도 굉장히 간단하게 생각해 낼 수 있다. 직업을 가지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얘기로 예상할 수 있겠지만, 이게 또 쉬운 일이 아니다. (이쯤되면 그냥 스스로를 괴롭히기로 작정한 사람같다.) 그건 또 왜 그러냐하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솔직하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다. 이런 생각/고민을 거듭 할 수 있는 온실 속에서 너무 오래 살아서 마비가 되어버렸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쌍둥이처럼 등장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한동안은 할 수 있는 일을 하긴 했다. 딱히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할 수 있어서, 벌이가 좋아서 어떤 일을 했었다. 세상에 자기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걸로 돈을 벌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해서 다시 또 방황의 길 위에 서 있다. 어릴 때는 이래도 괜찮았다. 나이가 어리다면 방황하는 게 맞다고까지 말 할 수 있을 정도다.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나이를 넘어섰다. 어떻게든, 무엇이든 결단을 내려야 하는 때가 왔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여전히 마땅한 직업 없이,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게 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에 진력이 나버린 것이다. 거기에 우울감까지 더해지니 이건 도저히 봐 줄래야 봐 줄 수 없는 상태까지 가 버렸다.
이것도 쉽지 않아서 못하겠고, 저것도 쉽지 않아서 못하겠고, 남이 봐도 참 답답한 노릇인데 장본인인 나는 어떻겠는가. 이 또한 다 배부른 소리, 행복한 고민이라고 한다면 반박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님 말이 다 맞음이다. 아주 오래 전 좋아하는 밴드의 보컬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한 청취자의 사연을 듣고 그가 해준 이야기를 번역한 것을 지금도 메모장에 지니고 다닌다. 언젠가는 그에게 ‘드디어 저도 찾았어요!’ 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나에게 정말 그런 날이 올까. 생각만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그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2006.11.22 호소미 타케시 진행 Riot on the Radio 내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