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난 오사카 교토 3박 4일 힐링여행
생애 처음으로 혼자서 떠난 교토 여행. 남들은 두 달 전부터 준비하건만, 내가 일본 여행을 떠나겠다고 다짐한 건 출발 2주 전이었다.
"축하합니다! 최종 면접에 합격하셨습니다."
재작년 12월, 그토록 가고 싶었던 회사의 신입 공채에 합격했다. 몇 개월 동안 취업준비로 인해 하루에도 몇 번씩 심장이 덜컥 내려앉곤 했다. 잘 안 되면 어쩌지, 인턴 그만 두길 잘한 걸까. 머릿속에 뒤엉켰던 복잡한 생각이 합격 문자 한 통으로 말끔하게 해결됐다.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나니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사실 취업준비를 하는 동안 모아둔 돈을 거의 다 쓴 바람에 수중에 있는 돈은 얼마 없었다. 그래서 저렴하게 떠날 수 있는 여행지를 찾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온 건 일본의 오사카 교토. 티켓값이 저렴하고 에어비엔비 숙소를 이용하면 큰 비용 없이 갈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였다. 티켓값, 숙소, 생활비를 모두 합쳐 여행경비 50만 원으로 교토로 무작정 떠났다.
첫째 날 오사카 시내 여행을 마치고,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교토 여행을 시작했다. 이틀 동안 한큐 패스권을 사서 교토 곳곳을 돌아다녔다. 일본 교토는 우리나라 경주를 연상케 했다. 특히 나처럼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겐 최적의 여행지였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텐류지와 대나무 숲 치쿠린이 위치한 아라시야마 역이었다.
아라시야마 역에서 대나무 숲 치쿠린으로 향하는 길에는 아라시야마의 상징인 도게츠교를 만났다. 높디높은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도게츠교를 보고 있으니, 마치 꿈속을 거닐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합격 문자를 받고 마음이 스르르 풀렸던 기분을 도게츠교 앞에서 다시 한번 느꼈다.
이어서 양옆으로 대나무가 펼쳐진 치쿠린을 거닐었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손을 잡아 산책하는 연인과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혼자여도 괜찮았다. 바람과 함께 코 끝을 간질이는 대나무 향을 맡으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라시야마의 텐류지에선 정원 풍경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가기 좋았다.
교토 여행의 테마는 말 그대로 힐링이었다. 교토의 고풍스러운 옛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은 마음속에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메밀을 먹고 난 후, 가와라마치 역에서 207번 버스를 타고 기요미즈데라 청수사로 향했다.
청수사는 교토 여행 중에 가장 사람이 많았던 곳이었다. 도착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웅장하게 세워진 청수사. 카메라 셔터를 멈출 수 없었다. 못없이 기둥으로만 만들어진 건축물이라 특별한 의미를 지닌 문화유산이다. 이날 기요미즈데라 청수사의 멋진 풍경은 푸른 하늘도 한몫했다.
해가 질 무렵, 산넨자카 이넨자카를 걸으며 내려왔다. 이곳은 머릿속으로 생각해왔던 일본 고유의 이미지를 가장 잘 담고 있었다. 참고로 이곳에서 넘어지면 3년 간 운수가 없다고 하니 조심히 걸어 다녀야 한다.
교토를 여행하는 내내 마음이 평화로웠다. 빌딩으로 꽉 막힌 풍경이 아니라 탁 트인 하늘과 고풍스러운 문화유산을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셋째 날엔 은각사와 철학의 길을 방문했다. 전날에 비해 날이 많이 흐려서 다소 아쉬웠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와 함께 혼자 사색에 잠겨 걸었던 기억이 난다.
몸을 녹이기 위해 점심까지 굶어가며 들린 요지야 커피. 철학의 길의 끝까지 걸어가다 보면 요지야 가게가 나온다. 따뜻한 난로에 비로 젖은 몸을 녹이면서 달콤한 녹차라테를 마시니 어찌나 행복하던지.
교토는 여행 내내 나에게 위안을 건넸다.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처럼 상쾌한 기분을 선사했다. 걷고 또 걷고, 무작정 걷기만 해도 좋았다. 사진 좀 찍어달라는 일본인 학생들과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객 외에 말을 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홀로 여행하는 기분은 때론 외롭고 심심했다. 하지만 한결 편안하고 자유로웠다. 혼자여도 괜찮았던 교토 여행. 저렴한 비용 때문에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론 나홀로 여행객인 나에겐 최적의 여행지였다. 사색을 즐기는 고독한 여행객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