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에 취하고 싶거든 망원동으로
망원동, 동네 이름이 주는 느낌은 참으로 오묘하다.
한자어로 '망'은 그리 좋은 단어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랑말랑한 울림소리 덕분에
오히려 망원동은 귀여우면서 아담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실제로 망원동은 이름처럼 작은 동네다.
프랜차이즈 점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고, 가게엔 겨우 서너 테이블만 놓여있다.
하지만 작은 규모에 비해 망원동의 매력은 차고 넘친다.
특히나 우연히 지나가는 발길을 붙잡는 가게가 많다. 도마뱀 식당도 그 중 하나였다.
본래 망원동에 방문한 날의 계획은 태양식당 짜글이 정식을 먹고자 했다.
그런데 12시 땡 치자마자 달려간 태양식당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누군가 그랬지. 맛집의 미학은 기다림이라고.
1시부터 오픈하는 커피가게 동경도 12시 반부터 사람이 서있는 걸 보면
망원동 맛집 앞에선 기다림은 필수다.
하지만 굶주린 상태에서 대기 10팀을 기다릴 자신은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다른 맛집을 찾아 한 바퀴를 휘휘 돌고 있을 무렵,
도마뱀 식당이 시선을 끌었다. 우연히 들어간 가게치곤 음식 맛도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소품가게 이감각에 들리게 된 것도 우연이었다. 가게 입구의 분홍색 커튼이 들어오라 손짓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마음 한 구석을 간질이는 아기자기한 디자인 소품이 한가득이었다.
건너편 소쿠리 가게에선 귀여운 도토리 모양의 뱃지를 샀다.
망원동은 작고 아담할 뿐만 아니라, 섬세하고 따스하기까지 하다.
색감으로 표현하자면 연갈색을 닮았다.
해변의 모래사장, 아늑한 카페의 원목 테이블의 색감이 주는 편안한 느낌.
여기에 낡고 오래된 간판이 주는 아날로그 감성이 더해진다.
특히 망원동에는 간판이 없는 가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페 골든핸즈라운지를 찾아갈 때도 그랬고,
책방 만일 역시 간판이 없어서 그냥 지나칠 뻔했다.
하지만 가게 앞에 화려한 입간판을 내걸지 않아서, 더 매력적이다.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패션보다, 신경쓰지 않은듯한 무채색의 패션이 더 매력적이라는 걸
망원동 가게들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나 보다.
망원동의 또 다른 매력은 한강이다.
15분만 더 걸어가면 성산대교 아래 한강이 펼쳐진다.
봄이 되면 한강으로 돗자리를 들고 떠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어디서 볼까?" "망원동!"
"조심히 들어가. 그런데 우리 또 다음에도 망원동에서 보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