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이바, 요코하마에서 보낸 하루
여행에서 평온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바다를 바라볼 때다. 반사된 햇빛에 반짝이는 바닷물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만큼 아름답다.
바다 앞에만 서면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린다. 시야를 가로막는 장애물도 하나 없다. 저 멀리, 지평선 끝까지 시선을 뻗어나갈 수 있는 만큼 사색의 길이도 길어진다.
바다를 볼 수 있는 건 도쿄 여행지가 지닌 매력 포인트이다. 바람에 잔물결이 일렁이는 바다는 여행의 낭만을 한층 더한다. 철썩이는 바다 소리와 햇빛에 반사된 물살이 평온한 분위기를 전한다.
그래서 바다가 흐르는 도쿄가 좋았다.
4박 5일 여행 중 바다와 함께 만났던 곳은 오다이바와 요코하마였다.
해변 앞에서 도시락 먹기, 오다이바
오다이바는 인공해변 앞에 우뚝 솟아있는 자유의 여신상으로 유명하다. 미국, 프랑스도 아닌 일본에 자유의 여신상이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찾아보니 '프랑스의 해'를 기념해 도쿄에서도 자유의 여신상을 전시한 바 있는데, 당시 반응이 좋아 아쉬운 마음에 프랑스 당국에 허락을 받고 세운 것이라고 한다.
오다이바는 들어가는 방법부터 특이하다. 무인으로 운행하는 유리카모메를 타고 들어간다. 운전석이 없기 때문에 통유리로 탁 트인 맨 앞자리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는 것부터 오다이바 여행의 시작이다.
해가 질 무렵의 매직아워 뷰가 마음 한 구석을 간질였다. 도쿄 도심까지 잇는 레인보우 브릿지가 눈 앞 가까이 보였을 때 오다이바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오다이바 해변 앞에서 사진도 찍고, 자유의 여신상도 만나고,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대관람차도 탔다. 그렇게 오다이바에서 도쿄 첫 날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다.
특히 오다이바에 왔다면 해변 앞에 앉아 도시락을 먹어볼 것. 우리는 근처 편의점에서 야끼소바와 샐러드, 맥주 두 캔을 사들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혁오 노래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먹는 도시락 맛을 잊을 수 없다. 저 멀리 보이는 레인보우 브릿지를 바라보며 한동안 감성에 푹 젖어 있었다.
해변 앞에서 즐기는 맥주 페스티벌, 요코하마
셋째 날 방문한 요코하마에선 맥주 페스티벌이 한창이었다. 수 백 명의 사람이 모여 바다가 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
날은 적당히 선선했고, 해가 질 무렵의 풍경은 사진으로 담기엔 아쉬울 만큼 예뻤다.
실은 축제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강에서 밤 도깨비 야시장이 열린 셈이다. 모두들 맥주와 안주거리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축제를 즐겼다.
사실 개인적으로 왁자지껄 사람들로 붐비는 장소를 싫어한다. 하지만 요코하마는 괜찮았다. 답답하다 싶으면 탁 트인 바다로 가서 한숨 돌리고 나면 이내 축제로 신나게 돌아왔다. 게다가 앉을 자리도 충분해서 여기저기 붐비는 인파 속에서 어깨를 부딪혀 가며 헤맬 일도 없다.
여행의 즐거움은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다. 별 생각없이 들렀던 요코하마에서 뜻밖의 맥주축제를 만난건 큰 행운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요코하마에서 잠깐 바다를 구경하고 다른 곳에 가서 뭘 먹을지 고민했을 텐데 말이다.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맥주잔을 기울이던 사람들, 그리고 산책 나온 강아지까지 한데 어울어져 축제의 흥을 한껏 띄웠다.
우리도 맥주 2잔과 새우튀김, 감자튀김 안주를 양손에 들고 자리에 앉아 축제를 즐겼다. 다만, 축제는 어딜가나 그렇듯 안주는 가격 대비 적은 양이었다.
그래도 요코하마의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맥주는 꿀맛이었다. 특별한 공연이나 이벤트가 열리지 않아도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4박 5일 내내 도쿄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맛보았다. 각기 다른 매력 속 요코하마와 오다이바의 바다가 한몫했다.
바다가 있으면 시야가 가로막힐 일은 없다. 바다 앞에 아무리 높은 건물이 세워져 있어도, 결국 바다가 끝나는 지점은 지평선이다. 그래서 오다이바와 요코하마 도시에 있을 때 만큼은 마음이 평온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 만큼 답답했던 마음이 뻥, 하고 뚫렸다.
다시 도쿄에 간다면 바다가 흐르는 오다이바, 요코하마엔 반드시 들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