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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CIC Nov 24. 2024

[사진] 멋진 남자는 이런 사진을 찍는다.

사진 뭘 찍으세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멋진 남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최근에 제주도 단골 카페 사장님과 이야기하다가 좋은 사진을 찍는 비법을 듣게 되었다. 


공학자이자 작가이신데, 최근에는 사진에 집중하고 계신다. 카페에 걸린 직접 찍으신 사진을 보면 이 분의 사진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분의 비법은 간단하지만 진리에 가깝다. 어슴푸레 짐작은 했지만 말로 표현해 내지 못 했던 것을 명확하게 서술하셨다.


"배경을 먼저 정하고, 전경을 기다리세요."


보통 사진을 찍을 때는 오브젝트를 먼저 선정하고 바로 촬영을 한다. 그 오브젝트는 경치일 수도 있고, 사람이나 꽃 같은 어떤 물체일 수도 있다. 말 그대로 보통 사진을 찍는 보통의 방법이다. 


하지만, 보통의 방법을 통해서는 남다른 사진을 기대하기 어렵다. 배경과 전경이 적절히 혹은 의외의 방식으로 조합될 때 남다른 사진이 탄생된다.


예를 들어보자. (사장님이 예로 드신 예이다.)


요즘 UFO 구름 촬영이 주목을 받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제주도에도 가끔 UFO 구름이 등장하면 SNS에 동일한 사진이 엄청 올라오기도 한다. UFO 구름 자체는 독특한 오브젝트이지만, 올라오는 사진들은 독특함은 없는 모두 같은 평범한 사진으로 보인다. 


strangesounds.org


이유는 전경이 없는 배경만 촬영했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성능에 따라 퀄리티의 차이는 있겠지만, UFO 구름은 그냥 UFO 구름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UFO 구름이 사라지기 전에, 그 구름과 가장 잘 어울릴 전경을 찾아야 합니다. 기동성이 요구됩니다."


사장님의 말이다. 실제로 사장님은 구름이 등장하자마자 떠오른 장소가 있었다고 한다. 제주도 관음사의 야외 불상이다. 그 불상의 머리 위에 UFO 구름이 떠 있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지체 없이 차를 몰로 관음사로 내달렸다고 한다. 실제로 어떤 사진이 찍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주도 관음사 불상, '연습장' 네이버 블로그


그런 것이다. 

배경과 전경의 조합. Background + Foreground.


사장님의 카페에도 그런 그림 하나가 숨어있다. 사장님이 직접 찍은 사진이다. 베를린의 한 고풍스러운 건물이 너무나 멋있어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냥 그 건물을 찍는다면 그냥 그런 관광객이 찍은 또 하나의 사진이 될 뿐이다. 


사장님은 비가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건너편 계단으로 가서 적절한 전경이 나타날 때까지 몇 시간이고 기다리셨다. 그 기다림 끝에 찍은 사진이 이 사진이다.


작가 '이산책'님의 작품, @오늘베를린 카페, 제주


다리가 긴 한 남성이 한 손에는 우산을, 한 손에는 트롤리 손잡이를 끌고 광장을 건너간다. 광장 맞은편에는 마치 오랜 여행에서 돌아오는 남편을 반기는 듯한 모습의 여성이 광고판에 박제되어 있다.


평범했을 건물 사진이 이 두 가지 전경으로 인해 스토리를 담은 사진이 되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진, 한참 들여다보며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되는 사진이 되었다.


나는 사장님처럼 이렇게 말로 표현할 수준은 못되지만 나름 비슷한 나만의 규칙은 가지고 사진을 찍으려고 했던 것 같다. 나의 어설픈 표현으로는 이랬다.


"배경을 단순화시켜야, 오브젝트가 살아난다."


나는 배경을 단순화시켜야 했지만, 사장님은 배경까지 이용하여 전경을 돋보이게 하는 기술을 갖고 계셨다.


오래전 한 카메라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했었는데, 그 커뮤니티에서 주장하는 좋은 사진을 찍는 10가지 법칙이 있었다.


첫 번째 법칙


"Take your camera everywhere you go" 


어딜 가든 카메라를 들고 다녀라.


핸드폰에 성능 좋은 카메라가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는 요즘 시대에는 어울리는 말 같아 보이진 않지만,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과 전화기와 게임기와 같이 쓰는 어떤 도구가 아닌 사진을 찍는 용도만으로 사용하는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왜일까?


사진을 찍는 마음자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진 찍기에 대한 목적의식이 생겨나고 그 생각은 아웃풋에 그대로 담아진다. 그 카메라만의 독특한 아웃풋 퀄리티가 있으면 더욱 좋겠고, 찍는 사람도 감각과 기술을 겸비하면 더욱 좋겠다. 


아쉽지만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은 무겁고 큰 DSLR 카메라 말고도 심플하고 콤팩트한 멋진 카메라들이 넘쳐난다. 자신의 성향에 잘 맞는 카메라 하나 장만해서 평생 친구로 삼아보는 것도 좋겠다. (당근에 팔 생각 제발 하지 말고)


나도 몇 가지 후보에 올려놓은 카메라들이 있다. 외형이 콤팩트하면서도 이뻐야 하고, 가능하다면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것이면 좋을 거 같다. 요즘은 재미있는 렌즈들이 많이 출시되어서 이것저것 내 취향에 맞는 렌즈를 찾아가는 재미도 있을 듯.


내가 찍었던 사진들에도 '배경과 전경의 법칙'이 녹아든 것들이 있는지 한번 뒤져봤다.


뉴욕, 아이폰 / 바르셀로나, 로모lc-a
뉴욕, 아이폰 / 앤트워프, 로모 lc-a


"방금 뭐 찍은 거예요?"란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면 멋진 남자다울까? 


"4시간 동안 찾아다닌 배경과 전경의 최적 조합을 막 찍었답니다"


라고 대답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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