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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CIC Dec 02. 2024

[신발] 멋진 남자는 이런 신발을 신는다.

"무슨 신발 신으세요?"에 멋지게 답하는 법

무슨 신발 신으세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멋진 남자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음...좀 어렵기도 하면서 쉽기도 하다.

쉽게 대답하려면 "뭐, 나이키 좋아해요."라고 대답하면 될 것이지만, 제대로 대답하려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다.


맞다. 정답은 '경우의 수'에 있다.

나에게 일어나는 '경우의 수'가 많으면 덩달아 '신발의 수' 정확히는 '신발의 종류'가 많아지게 된다.


멋진 남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그냥 '나이키'를 신으면 된다. 결혼식에도 나이키를 신고 가고, 등산을 갈 때도 나이키를 신고 가고, 동네 편의점을 갈 때도 나이키를 신고 가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패션 아이템이 그렇지만 특히 신발은 이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그것은 바로 'TPO'라는 것이다.


내가 한창 패션일 시작할 때였던 20여 년 전만 해도 TPO는 상당히 고급 언어였다. 그런데 요즘은 TPO라는 말은 몰라도 누구나 TPO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 당시에 이대 앞에서 괜찮은 이태리 식당이나 핸드드립 커피숍을 찾기 어려웠던 것처럼, 당시에는 TPO를 유지할 여력과 관심이 부족했다. SNS 같은 '비교하기 전문 도구'가 활성화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이고, 자라나 H&M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가 한국에 상륙하기 이전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SNS가 메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고, 자라 같은 글로벌 일상복 브랜드가 메인 스트림이 되면서 TPO의 중요성이 부상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다. 이전과는 달리 '쓸데없는 것'까지도 신경을 써야 하게 된 것이 부정적인 면이고, 아주 일반적이고 보통의 개인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눈뜰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긍정적인 면이다.


신발 이야기가 거창하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TPO에 맞게 신발을 신어야 멋진 남자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는 것이다. 


TPO가 뭔지 설명도 안 했다.


TPO는 Time/Place/Occasion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단어이다. 즉, 시간/장소/상황에 맞게 외양이나 행동, 태도 등을 선택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보면 명확하다. 흔한 결혼식이나 그런 거 말고... 그렇지,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큰 시상식에 참여한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도 이런 기회가 오면 TPO를 신경 쓰지 말라고 해도 인터넷을 찾아보는 등 TPO에 맞게 입고 행동하기 위해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는 외양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자. 하긴 외양을 잘 갖추는 것도 태도와 품위 등에 영향을 미치긴 한다.


먼저, 수상자는 아니더라도 턱시도 같은 아주 포멀한 형태로 입어야 할까? 아니면 검은색 슈트 정도면 될까? 그냥 깔끔한 재킷만 입어도 될까? 등을 판단해야 한다.


머리는 미용실 가서 손을 봐야 할까? 아니면 평소처럼 해도 될까? 가방은? 시계는? 신발은? 양말은? 등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꽤 많다. 


결국 TPO는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상황에 맞게 갖춰야 할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신발을 이야기하는데 TPO를 설명한 이유는 대체적으로 신발 때문에 TPO가 망가지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10년 전쯤인가? 다니던 회사에 잘 나가던 스포츠 브랜드 사업부가 있었다. 1년에 한두 번 개최되는 시무식이나 승진식 등에 유독 그 사업부 직원들은 슈트에 자기 브랜드의 운동화를 신고 나타났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고, 아주 '힙하다'라는 말로 무마할 수도 있겠지만 '정장을 입고 참석하십시오'라는 가이드라인에는 부합되지 못하는 행동인 것은 사실이다. 


회장님까지 나서서 그 사업부 직원들의 운동화 착용을 금지한 것은 충성도와 힙함을 넘어선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TV를 보다 보면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들도 공식 석상에 정장을 입고 어색한 운동화 (주로 발이 편하기 위해 신는 전형적인 케이블쇼핑 운동화)를 신은 채 단상에 오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본인의 자유이지만,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서 사는 사람들이라면 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어색하지 않게 TPO를 창조해 내는 경우도 가끔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 때 병원의 여성 간호사들은 대부분 SAS라는 브랜드의 흰색 단화를 신었다. 전체적인 TPO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아주 적절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의사를 포함해 병원에서 종사하는 분들은 거의 크록스를 신는다. 나이 드신 의사들은 잘 안 신지만, 젊은 인턴 의사들은 자신들의 외모와 상황에 맞게 잘 믹스하여 신는 것 같아 좋은 사례라고 생각이 들었다.


신발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까지 따지냐고 말할 수도 있는데, 그렇다. 나도 동의한다. 신발 가격도 만만찮은데 그냥 편한 거 한두 켤레 사놓고 번갈아가며 신으면 될 것이다. 무리한 등산이 아니라면 그냥 가지고 있는 운동화 신고 산에 올라도 뭐라 할 사람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멋진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TPO에 맞는 신발을 갖추는 것은 아주 영리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이제부터는 나의 개인적인 제안이니 잘 걸러서 받아들이면 되겠다.


일상 운동화는 하나만 파자.


운동용이 아닌 경우 자신의 착장 스타일과 개성에 맞게 한 브랜드의 한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이 멋져 보인다. 예를 들면, 반스의 올드스쿨만 주구장창 신는다든지, 뉴발란스의 574 시리즈만 컬러 바꿔가면서 신는다든지 그런 방식이다.


스티브 잡스 Steve Jobs는 항상 뉴발란스 992만 신고, 유명 가수 필 콜린스 Phil Collins는 양복을 입을 때도 컨버스의 올스타를 신는다. (양복에 올스타는 TPO에 맞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이건 그의 시그니처가 되어버렸으니 용서해 주자)



Steve Jobs & Phil Collins



나는 반스의 어센틱과 아디다스의 가젤만 주구장창 신었다. 가끔 이 신발들이 트렌드를 타서 신기에 좀 머쓱했던 경우도 있지만 아직도 꿋꿋이 신고 있다.


내가 입는 옷 스타일이 선택한 신발들과 잘 어울린다면 금상첨화다.


구두 이야기를 해보자.


요즘은 구두를 잘 안 신게 된다. 하지만 반드시 언젠가는 한 번 신어야 할 TPO가 발생하는 것이 구두이기 때문에 구두는 컬러별로 구비해 두는 것이 좋긴 하다. 블랙과 브라운 정도.


그런데 주의할 점은 구두는 구두 전문 브랜드의 기본형 구두를 사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슈트도 마찬가지인데, 너무 트렌드에 쏠린 구매를 하게 되면 그렇잖아도 자주 입지 않고 신지도 않는데, 유행이 지나서 꺼내 입게 되면 시대에 뒤처진 사람처럼 보이기에 아주 좋다.


그래서, 기본형을 사야 한다. 인터넷을 잘 뒤져보면 전형적인 기본형 구두의 이름들을 찾아볼 수 있다. 몇 가지만 예를 들면, Oxford, Brogue, Laofer, Wing Tip 등이다. 





발에 큰 문제가 없다면 좀 편하고자 스펀지 밑창 같은 이질적인 밑창의 구두는 사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본다. 


구두는 좋은 것일수록 오래 신을 수 있다. 브랜드에 따라서는 밑창갈이나 수선 등의 서비스도 있으니 잘 살펴보고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


크게 상황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평소에도 편하게 신을 구두를 찾는다면 닥터 마틴 Dr. Martens의 1461라인이나 Adrian 아드리안 라인도 나쁘지 않다. 


그 외 전문적인 스포츠 신발이나 기능성 신발은 그 분야에서 가장 정평이 나 있는 브랜드로 취향에 맞게 적당한 기능성으로 선택하면 좋다.


"무슨 신발 신으세요?"라는 질문에 멋진 남자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아- 글쌔요? TPO에 따라 다르겠죠?"라고 대답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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