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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만 Aug 06. 2018

인생은 아름다워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시간이 지나도 머리에 각인되어 잊히지 않은 영화가 있다. 특히 1997년 만들어진 이탈리아 영화인 <인생은 아름다워>는 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기억하는 영화다. 내용은 대략적으로 이러하다. 젊은 이탈리아계 유대인인 '귀도'는 웨이터 일을 하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도라'와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었고 '조슈아'라는 사랑스러운 아이도 낳았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인생을 살았던 그들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바로 세계 2차 대전이었다. 귀도와 도라 그리고 조슈아는 유대인 수용소를 끌려가게 되었다. 삶의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귀도는 조슈아를 위해 수용소는 하나의 게임이고, 최초로 1,000점을 따면 탱크를 선물로 준다는 거짓말을 한다. 많은 유대인들이 수용소에서 죽어 갔지만 조슈아는 이러한 현실을 모르고 점수를 얻기 위해 숨어 다닌다. 귀도는 떨어져 있던 도라를 찾아다니다 나치에게 발각되어 총살을 당하게 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조슈아와 도라는 살아남았고, 시간이 흘러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희생했음을 깨닫게 된다.


귀도가 처형을 당하기 직전, 이제 삶을 마감해야 할 그때에도 조슈아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인상적이다. 만감이 교차했을 텐데 귀도는 마치 게임의 한 장면처럼 웃는 얼굴과 과한 동작으로 조슈아를 안심시킨다. 이 장면에서 어떤 이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지만, 조슈아와 같은 시선으로 영화를 보았던 많은 관객들은 귀도를 대신하여 눈물을 흘렸다. 죽음이 턱 앞까지 왔던 상황에서도 귀도는 어떻게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중에서


1905년 오스트리아 중산층 가정에서 한 유대인 아이가 태어났다. 로고테라피(의미치료)의 창시자인 '빅터 프랭클'. 그는 커서 정신과 의사가 되었고, 안정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의 재앙에선 벗어 날 수 없었다. 1941년 '틸리 그로서'와 행복한 가정을 꾸렸지만, 이듬해 모든 가족이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갔다. 아버지는 호흡기 질환으로, 어머니는 가스실에서 사망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아내와 분리되어 생사 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3년 후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전쟁도 끝이 났다. 그는 그동안 겪었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하여 '죽음의 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라는 작품을 완성했고, 전 세계에 퍼져 나가 일반 사람들도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게 했다.


"Between stimulus and response there is a space. In that space is our power to choose our response. In our response lies our growth and our freedom"_Viktor Emil Frankl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 안에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 선택이 우리의 성장과 행복에 직접 관련이 되어있다.”_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이 한 이야기를 곱씹어 보면 귀도의 행동도 이해가 된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극한의 자극이 있더라도 어떻게 반응하는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인류가 발전해 온 것도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성장과 행복을 위해 담대한 선택을 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어떻게 하면 이러한 사회적 자극 속에서도 성장과 행복을 선택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가질 수 있을까. 바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데 답이 있을 것이다. 빅터 프랭클은 '삶에서 기대할 것이 없다는 절망감이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라 이야기를 한다. 즉, 왜(WHY) 살아야 하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은 어떤(HOW) 환경과 상황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되물어 보자. 자신의 내면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해 보자.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지 않던가. 귀도가 그랬듯, 빅터 프랭클이 그랬듯, 자신을 둘러싼 자극들에게 끌려다니지 말고 선택할 수 있는 공간과 의지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 공간을 일기에서 찾는다. 사람 혹은 사건들에 의해 어떤 자극이 왔을 때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글로 적어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그 사람이 내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 이유 모를 그의 행동으로 인해 몹시 화가 난다'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극들을 적다 보면 상대방의 행동에 이유를 알게 되거나, 적극적으로 반응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된다. 생각의 공간이 생기면 그다음 반응을 해도 늦지 않다. 화를 내야 된다면 명확히 화를 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즉, 일기는 내적/외적 갈등을 줄여주고, 올바른 반응을 있게 돕는 것이다.


당신의 삶에는 어떤 자극들이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자극은 선택할 수 없지만, 반응은 선택할 수 있다. 우울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면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글로 머리 속에 있는 감정의 파편들을 쏟아내 보자.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맑아지게 된다. 이때 반응을 선택해도 늦지 않다. 빅터 프랭클의 말처럼 우리에겐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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