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다이빙에서 배운 것들
가끔 방향을 잃을 때가 있다. 열심히 뛰어가는데 이 길이 맞나 싶어 두리번 거리고, 의욕은 방전되어 주저앉게 되는 시기 말이다. 요즘 내 모습이 딱 그러하다. 하고 싶은 것들은 점점 줄어들고, 해야 할 일들만 점점 늘어나는 삶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로 하루하루를 버텨 왔다.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밀린 업무들은 잠시 남겨두고 아끼는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중 한 명이 본인도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많은 힘이 되었다는 경험을 전해 주었다. 개인적으로 아웃도어 활동엔 익숙하지 않은 터라 조금은 주저되었지만 친구가 겪었던 잊지 못한 경험을 느껴보고 싶어 우리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필리핀에 있는 아름다운 섬 보홀(Bohol)이었다. 6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2시간 동안 다시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 보홀에 도착하였고, 다이빙샵에 가기 위해 1시간 차량으로 이동하였다. 지쳐 있었던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려 왔건만, 오는 길부터 고생이라 다소 예민해져 가고 있었다.
완벽한 날씨에 펼쳐진 하늘과 바다가 앞에 있어서 그런지 마음을 금방 추스를 수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우리는 바로 스쿠버다이빙 이론 교육과 실습을 받았다. '쉬러 왔는데,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해변에서 맥주 한잔 하면서 광합성하는 장면을 상상했던 터라 아쉬움이 커져만 갔다. 하지만 그 이후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여행이라 할 정도로 인상 깊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날 바다 실습이 기다리고 있었다. 실내에서 실습을 했기 때문에 쉽게 생각하고 나갔는데, 바다 한복판 앞에서 입수를 준비하니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니나 다를까 바다에 입수하여 수중 5m 아래로 나려 가자마자 패닉이 찾아왔다. 준비되지 않고 들어온 자에게 바다의 아름다움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사방으로 옥죄어 오는 물의 압박으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만 싶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몸부림을 치는 나를 놔주지 않았다. 대신 배운 것을 생각하고 천천히 호흡하라는 수신호를 보내왔다. 방금 전까지 죽을 것 같았던 패닉이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러자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산호와 거북이, 그리고 수많은 물고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점차 물이 익숙해지면서 다양한 기술을 배울 수 있었고, 더 깊고 아름다운 바닷속을 유영하며 제대로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다는 지루하기만 했던 이론과 실습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깨닫게 해 주었다. 꿈같은 바닷속 유영이 끝나고 저녁이 되어 친구들과 이런저런 생각을 나누게 되었는데, 스쿠버다이빙의 경험은 바다에서 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아주 소중한 책을 몸으로 읽어 내려간 기분이었다. 물론 나는 스쿠버다이빙 전문가가 아니다. 이제 겨우 물을 열고 들어간 오픈워터 일뿐이다. 그러나 그 강렬한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꼈던 인생의 배움을 나누고 싶다. 필자는 이 경험 중에서 10개를 정하여 내 삶에 적용해 보기로 하였다.
1. 항상 침착하라
- 새로운 환경을 접하게 되면 사람은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바다에 처음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호흡만 제대로 한다면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 긴장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침착하고 천천히 호흡을 한다면 금방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다. 일상 속에서도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터질 때가 있다. 인생이 끝날 것 같은 일들 같지만 침착하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2. 항상 생각하라
- 스쿠버다이빙은 수중에서 하는 레포츠이므로 신경 써야 할 장비가 많다. 상황에 따라 장비 사용방법과 대처방안이 다른데 기민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놓치는 것들이 생기고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 항상 준비되어 있고 생각하고 있다면 어떤 문제가 변수가 있어도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다. 실수를 할 수도 있지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3. 압력평형을 맞춰라
- 수중 깊이 들어갈수록 압력 차이 때문에 고막에 무리를 주고 통증을 일으킨다. 그래서 고막에 힘을 주면서 수중 압력과 신체 압력을 맞춰주는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 삶에서도 나이가 들수록 압박과 스트레스가 높아진다. 이것을 가만히 두게 되면 더 큰 통증을 느끼게 된다. 본인이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도록 평형을 맞춰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취미생활이나 여행 등이 이에 해당된다.
4. 중성부력을 유지하라
- 바닷속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 위해선 뜨지도 않고 가라 안지도 않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중성부력이라 하는데,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면 공기를 많이 쓰고 제대로 다이빙을 즐길 수도 없다. 살면서도 성공을 위해 깊게 파고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잠시 현 상태를 유지하며 삶을 천천히 누릴 필요가 있다. 무언가를 쫓기만 하다가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소중한 인생의 의미를 놓칠 수가 있다.
5. 공기량을 체크하라
- 물속에 있다 보면 자신의 공기량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잊을 때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너무 깊게 내려왔다가 공기량이 부족하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공기량을 자신의 에너지나 열정으로 생각해 보자.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지쳐 있는 상황에서 계속 밀어붙이면 번아웃(Burn Out)이 될 수 있고, 정신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그러니 에너지가 부족하다 생각되면 과감히 정리하고 수면으로 올라와야 한다.
6. 방향 감각을 키워라
- 수중에 있으면 방향감각을 상실하기 쉬워서 반드시 나침반을 착용하고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주변 사물이나 지표를 보면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과 같이 삶에서도 자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하고 현재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는 습관을 정기적으로 가져야 한다.
7. 버디와 함께하라
- 스쿠버다이빙은 버디와 함께 해야 한다. 수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대비하고, 황홀한 자연의 모습을 함께 느끼면 즐거움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시련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의지할 수 있고, 행복한 순간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삶이 더욱 풍성해진다.
8. 무리하게 움직이지 마라
- 전문가와 초보의 차이는 물속에서 명확하게 보인다. 전문가는 정확히 필요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초보는 무리하게 움직이고 허우적거린다. 이럴 경우 공기 소비가 많아져서 다이빙을 오래 할 수 없고 더 빨리 지치게 된다. 사회생활할 때도 의미 없는 움직임을 과하게 할 필요가 없다. 정확하게 필요한 행동을 보이고 의견을 제시해야만 지치지 않고 더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9. 반드시 휴식을 취하라
- 장시간 스쿠버다이빙을 하게 되면 신체 내 질소가 쌓이게 되어 반드시 휴식을 통해 회복을 시켜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질소가 계속 쌓여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장시간 일을 하게 되면 마찬가지로 신체에 독소가 쌓이게 된다. 일을 계획적으로 하고 있다면 휴식 또한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 일한 만큼 수면을 취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10. 주어진 환경을 즐겨라
- 스쿠버다이빙의 목적은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대다수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직접 눈으로 보고 즐기기 위해서 일 것이다. 물속에 들어가서 오랜 시간 있다 수면으로 올라왔지만 머리 속에 남는 아름다운 잔상들이 없다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인생도 같다고 생각된다. 저마다 삶의 목적은 다양하겠지만 우리는 행복을 위해 산다. 부자가 되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도 의미 있지만 행복을 최우선 순위로 두어야 한다.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도 신경 쓸 일이 있고 심각한 문제도 터졌지만,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배웠던 삶의 기술들이 내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사랑하는 스포츠나 취미활동 모두가 스쿠버다이빙처럼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일 수 있겠다. 당신에게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가? 아직 찾지 못했다면 스쿠버다이빙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