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by 최지은
어차피 누구도 모든 이야기에 속할 수는 없듯,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겠다는 것 또한 내 치기 어린 바람이 아니었을까 하고. 나는 이 세계의 자유를 선택하면서 저 세계로 향하는 문을 닫았다. 내가 속한 이야기가 너무 적어 쓸쓸하다면, 내 자리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수밖에.
-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by 최지은
아이를 낳을까 말까?
언젠가 남편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부터는 그전엔 상상해 보지 못한 아이 없는 우리 둘 만에 삶을 상상하기 시작했었다. 그 상상 속의 나와 남편은 행복해 보였다. 아이가 없어도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아이를 낳을지 말지의 선택은 역시 쉬운 것이 아니며 아직도 백 퍼센트 확신은 들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 확실한 것은 내 마음은 아이가 없는 삶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아이를 갖지 않기로 95퍼센트 정도 마음을 굳혀갈 때 나를 정말 혼란스럽게 한 것은 저 ‘100퍼센트’라는 숫자였다. 정말? 그렇게 한 치의 여지도 없는 사람만 끝까지 아이를 낳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다고?
-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by 최지은
너의 마음은 어떤데?
어느날 언니가 물었다. “너는 어떤데? 아이 없이 행복할 수 있어?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만약 남편이 상관없다고 하면 넌 어떻게 하고 싶어?" 이 질문에 나는, "만약 남편이상관이 없다고 한다면 나는 아이를 낳으려 했을 거야."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남편을 설득시키면서 까지 간절히 아이를 원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내가 결혼한 이유는 남편과 함께 평생을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둘이 함께하는 지금의 삶이 너무 행복하고 미래에도 그럴 거라는 확신이 있다. 그럼 나는 왜 언니에게 남편이 상관없다 하면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을까. 그건 지금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지만 내 주변의 사람들과 내가 속한 사회가 아이가 있어야지만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들이 제시한 행복의 길로 같이 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준 고마운 언니에게 지금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걱정 마 언니 난 없다고 해도 행복할 거야.’
저는 결혼으로 남편이라는 동반자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한 명이지만 또 다른 제 가족이죠. 꼭 자녀가 있어야 가족이 완성되는 건 아니잖아요.
-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by 최지은
‘낳음’을 정답으로 제시하는 세상에서 살다 보면, 그 답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조차 차단당하기 쉽다. 자신이 아이를 낳고 싶은지 아닌지 고민하는 여성을 향해 ‘고민되면 일단 낳아야지’라고 던지는 말들은 그 두리번거림을 당장 멈추라는 뜻이다.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어서 ‘순리’를 따르라는 것이다.
-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by 최지은
어릴 적엔 아이를 낳는 것은 결혼하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순리이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리를 거스를 생각을 하니 많은 것들에 부딪혔다. 성경은 특히 구약에선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복이라고 말한다. 그럼 아이를 낳지 않으면 복 없는 불행한 삶인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건 내가 아이를 낳는 건가? 이런 의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몇몇 목사님들 설교 말씀에서 해답을 찾은 것 같다. 성경은 그냥 읽기보단 성경이 쓰인 그 시대 역사와 배경을 고려하며 읽어야 한다. 성경이 쓰인 그 시절에는 아이를 못 낳은 여자는 불행했었다. 창조시대에는 하나님이 번성하라는 명령을 하셨다. 그것 또한 그 시대였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복과 이 시대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은 아이를 낳는 것도 번성하는 것도 아닐 수도 있다. 예전 우리 할머니 시대 때만 해도 여자가 임신을 못하거나 혹은 아들을 낳지 못하면 집에서 쫓겨날 수도 있었다. 이런 사실을 생각하면 그 시대엔 임신이 여성의 행복에 아주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시대이다. 한국에서 저출산율 문제로 이런저런 토론을 하는 걸 보면 많은 부분에서 경제 문제를 든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한국 사람들은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안 낳으면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신체적 문제가 있다고 짐작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불임도 아니다. 그저 어떤 삶이 더 행복할 것인가를 따져본 것뿐이다.
미국에선 아이가 없는 커플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 이유를 경제적 신체적 문제가 아닌 다른 시각으로도 바라보고 있다. 아래 기사를 보면 예전에 비해 시대가 변했고 변화된 시대에 따른 사람들의 선택이 변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람들이 특히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더 자유롭게 주장하고 표현할수 있는 시대가 온것이다.
50세 이하 사람들 사이에서 자녀를 가지지 않는 주요 이유로 보고된 것은 “자녀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녀를 원하지 않는 것은 완전히 정상적이고 타당한 일입니다."라고 맨해튼 비치, 캘리포니아에 있는 Well Woman Psychology의 소유주이자 공인 심리학자인 린다 배깃 박사는 이메일을 통해 말했습니다. "현재 세대는 이러한 선호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실행하는 데 더 큰 자신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반면, 과거 세대는 사회적 기대, 경제적/노동 요인, 종교적 신념 등으로 인해 자녀를 가지는 경우가 더 많았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 특히 여성들이 자녀를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의 신화일 뿐입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배깃 박사는 덧붙였다. (아래 기사를 Chat GPT로 번역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가 없으면 외로울 것이고 노후에는 더더욱 외로울 것이다라고 믿는다. 나는 간호사로 6년 가까이 미국에서 일하면서 삶의 마지막 부분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분들을 캐어하며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아이가 있어도 외롭고 오히려 더 외로울 수도 있겠구나였다.
일 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하는 자식을 기다리는 할머니, 죽어가는 아빠의 문제로 전화를 걸어도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딸, 오늘 돌아가실 수도 있다고 전화를 걸어도 찾아오거나 전화 한 통도 하지 않는 아들, 보험제도와 연금제도를 악용해 부모의 마지막 존엄성까지 훼손하는 자식들을 난 보았다. 반면 자식은 없지만 매일 친구가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시는 할머니,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와 주는 형제들, 부부가 함께 널싱홈에서 지내는 분들까지. 물론 당연히 자식들과 손주들까지 찾아와 주며 화목한 노후를 보내는 분들도 많이 계셨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꼭 반드시 아이가 있어야만 행복한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후의 행복은 무조건 자식에게서 오는 게 아니다. 배우자, 형제, 친구, 이웃들과도 행복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지금 노인이고 죽을 때가 다가 욌다고 상상을 하면 난 아마 가족들과 남편과 내 주위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추억들을 생각하며 내 삶은 그래도 행복했구나 하며 감사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 없는 사람이 외로울 때가 있듯, 사람은 아이가 있어서 외로울 때도 있다는 것을. 각자의 삶에는 각기 다른 무게와 괴로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 이해하려는 마음이 관계를 이어가게 한다. 그리고 그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우리는 성숙이라 부른다.
-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by 최지은
아이가 있는 많은 부부들은 아이를 낳으면 아이가 없을 때 느끼지 못하는 엄청난 큰 사랑과 행복, 그리고 기쁨이 있다고 말한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아이를 향한 부모의 사랑의 깊이는 어떤 것일까..?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평생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고 내가 불행해질까? 사랑을 잘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릴까?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릴까? 난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는 데 꼭 ‘같은’ 경험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 대상이 사람의 아이인지, 동물의 아이인지, 혹은 내 아이인지 남의 아이인지가 아니라 사랑 그 자체를 이해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내가 이 존재를 사랑하기에 다른 이가 사랑하는 또 다른 존재 역시 소중히 여길 수 있음을, 한나는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by 최지은
세상엔 모두 각자의 시대와 사정 속에서 행복을 찾아 살아간다. 그 누구 하나 삶이 똑같지 않다. 그 누구도 행복의 기준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꼭 불행하지는 않다. 아이를 낳아야지만 행복한 사람, 낳지 않아도 행복한 사람, 혼자가 행복한 사람, 행복을 위해 이혼하는 사람, 행복을 위해 아이를 입양한 사람, 부부 둘이서도 충분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 그 누가 되었든 모두 자신의 한 번뿐인 삶을 행복하게 살려할 것이다 그저 각자의 행복을 이루어내는 방법이 다른 것이 아닐까?
엄마가 되지 않고도 무엇이 되고 싶다. 그리고 세상에는 엄마가 되지 않아야만 될 수 있는 무엇도 있다.
-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by 최지은
분명 아이를 낳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그들이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할 것이고 느낄 것이고 엄마가 되지 않아야만 될 수 있는 무엇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