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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 느티나무 Jan 02. 2021

엄마의 재채기와 미니멀리즘

내가 미니멀 리스트가 되기 쉬웠던 진짜 이유

우리 엄마의 재채기는 참 소리가 크고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최소한 세 번, 꼭 재채기하고 나서는 "또 누가 내 말하나 보다"라고 덧 붙이셨다. 참 난감할 때도 있었지만 그 큰 재채기 소리로 하여 항상 웃음바다를 이루었다. 그 말을 고지 곧대로 믿었고 나도 재채기를 하면 누가 내 말을 하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쓸고 닦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으셨고 집이 어지럽고 정리가 안되어 있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4남매를 키우셨는데 그 시절, 세탁기가 없던 시절이니 빨래가 큰일이었다. 그 어려운 이불 빨래를 철마다 하셔서 우리는 언제나 뽀송뽀송한 솜이불에서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이음새의 실밥을 풀어 솜과 호청을 분리한 다음 세탁을 하고 나서 마르면 풀을 메겨 빳빳하게 만든다. 그러고 나서 다시 바느질로 꼬매야 하니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운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무엇보다도, 엄마는 버리는 것을 좋아하셨다. 지저분한 것을 못 보고 먼지가 쌓일 틈이 없었다. 옛날 엄마 들은 다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미국에 오고 나서 알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을 낳고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이 낮잠을 길어야 30분밖에 자지 않아 나만의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민감한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암튼, 첫아이를 낳고 충분한 잠과 휴식을 취하지 못하자 한 6개월 정도 되었을 때 갑자기 두드러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알레르기 내과를 찾아가 진단을 받아보니 두 가지 에서 큰 반응이 올라왔다. 하나는 고양이 털, 그리고 하나는 집먼지 진드기. 한 번은 고양이를 키우는 시누이 집에 가족 행사 때문에 갔다가 눈이 간지럽고 기도가 막혀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 날 시누이 집에서 묶기로 한 계획을 취소하고 호텔로 가서 잤던 기억이 있다. 먼지 진드기 알레르기 때문에 엄마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쓸고 닦고 하신 것이었고 누군가가 험담을 해서 재채기가 나온 것이 아니었다.


엄마처럼 버리는 것이 나에게는 정말 쉬운 일이었다. 사실은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나도 모르게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건이나 먼지가 쌓이면 괴롭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초에 환경을 생각한 환경 친화적 미니멀 리스트의 삶을 기획하였으므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 나름 정리해 보고 싶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삶을 실천하기 위해 첫 달에는 미니멀한다면서 친환경 물품들을 사들였다.


내 삶의 변화


1. 비누의 사용: 더 이상 폼 클렌징이나 바디 워시를 쓰지 않는다. 특히 조그만 알갱이가 들어가 스크럽 하는 클렌징 제품을 쓰지 않는다(물고기가 플랑크톤인 줄 알고 먹어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그것을 먹은 물고기가 식탁에 올라 사람을 오염시킨다는) 하지만 여전히 친 환경 샴푸는 쓰고 있다.


2. 천으로 만든 시장 가방 사용: 미국 그로서리 스토어에서는 비닐봉지와 종이봉투가 무료로 지급되므로 시장 가방을 가지고서 장보는 사람들이 드물다. 올 해부터 시작한 천으로 된 시장 가방을 사용하여 평소보다 비닐봉지 사용이 현저하게 줄었다. 하지만 가끔 남편이 집에 오는 길에 들려서 장을 봐오기 때문에 여전히 비닐봉지가 쌓인다.


3. 대나무로 만든 생물로 분해되는(biodegradable) 칫솔 사용: 대나무 칫솔은 내가 발견한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으로 손잡이가 대나무라서 촉감이 좋고 미끄럽지 않으며 칫솔모는 생태 친화적인데 무엇보다 정말 이가 잘 닦인다.


4. 기초 화장품은 오직 토너 하나뿐: 복합성 피부에다 피부 트러블이 잘 생기는 편이라 토너 외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다. 단지 겨울철에는 눈가에 아이크림 정도는 바른다.


5. 옷은 블랙엔 화이트 아니면 그레이: 옷을 차려입고 나갈 일이 없으니 벨리즈 휴가 때 입으려 산 몇 벌 빼고 자연히 옷을 살 일이 없었다.


6. 가구는 그대로: 인테리어 하면서 페인트 칠하여 변화를 주었으므로 새로 장만한 가구나 버려진 가구도 없다.


7. 책은 도서관에 90% 기증: 아이들에게 읽히려고 한국에서 사 온 값비싼 그림책까지 모두 기증했다. 필요하면 도서관에서 빌려 보면 되니까 내가 소장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게는 책 보다 공간이 더 필요했으므로!


가장 큰 변화는 뭐니 뭐니 해도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 쓰는 일을 하게 되었고 두 권의 브런치 북을 완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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