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소명을 실행할 용기란?
일단 이 영화는 시종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도 지루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엄청 재미있는 영화라는 게 총평입니다. 이야기도 메시지도 화면도 음악도 아름다워서 마치 한 편의 고전을 감상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영화를 못 보신 분은 이 평을 보시기보다는 바로 극장으로 달려가 영화부터 보시기를 권합니다.
스포를 자제하는 선에서 제 소감을 털어놓아 보겠습니다.
이 영화는 자기 소명을 깨닫고 그것을 실행할 용기를 보여주는 대한 영화입니다. 이 점은 저도 최근 몇 달간 고민하고 있는 바입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어떤 것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그런 면에서 더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던 듯합니다.
또 이 영화는 가톨릭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가톨릭(Catholic)은 원래 '보편적'이라는 뜻이고, '정통적'인 오소독스(Orthodox, 정교회)와 구분되는 특징입니다. 그 '보편성'은 시기에 따라 의미가 바뀌어왔지만, 기본적으로 '관용'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니다. 다른 분들의 감상평에도 매번 인용되는 문구이지만, 영화 초반 주인공의 설교에 나오는 '확신은 관용의 치명적인 적(Certainty is the deadly enemy of tolerance)'이라는 문구는 새겨들을 만합니다. 이런 메시지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흐르고 있습니다.
교황의 콘클라베는 후보자를 정하지 않고 추기경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중 아무나의 이름을 적어, 한 명이 과반 이상을 득표할 때까지 재투표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이런 투표 방식을 보고 대해 두 가지가 떠올랐는데요.
하나는 10여 년 전 제가 학과 조교를 하던 시절에, 저의 지도교수님이 총장에 입후보하셔서 당시 상황을 예의주시했던 기억입니다. 물론 후보자가 출마하여 그중에서 선택하는 방식이긴 했지만, 어쨌든 결선까지 여러 차례 투표를 진행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참고로 제 지도교수님은 초반에 중위권에 있다가 극적으로 총장에 선출되셨습니다.
다른 하나는 제헌국회에서 남한 단독 초대 대통령을 뽑았던 이야기입니다. 그때 콘클라베처럼 따로 후보자 없이 기명으로 투표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이승만이 92.5%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선출되었는데, 왜냐하면 그의 경쟁자인 김구나 김규식 등이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해서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구'라고 쓴 표가 6.5%로 집계는 되었지만 사실상 무효표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