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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라떼의 맛

두바이 사막의 모래 바람이 그리운 시골아줌마 -2

- 플리즈 테이크어 택시

by 저녁바람

분명 여행사에서 준 바우처엔 '호텔'이라고 돼 있었다. 하지만 건물은 촌스럽고 낡은데다 적갈색 레쟈 소파가 놓인 로비라운지엔 당연하게도(?) 정체 모를 냄새와 먼지가 떠돌았다. 외국인이라곤 우리 둘 뿐이었고 터번을 쓴 현지인들로 북적였는데, 한국으로 치면 영락없는 모텔과 여관의 그 어디쯤.

내 기억 속에서 그곳은 점점 더 낡고 허름해졌는지도 모른다. 신혼 여행때 사진의 절반은 메모리카드를 실수로 포맷하는 바람에 날아가 버렸고 그나마 남은 사진을 올려놓은 싸이월드는 망해 없어졌다. 오직 대뇌 피질 한 구석에 의지해 추억할 뿐이다. 13년이면 아가씨는 아줌마가 되고 평범한 비즈니스 호텔이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의 '바그다드 까페'로 둔갑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뜨거운 공기가 사그라드는 밤이 되자 사람들이 나타나 주변 잔디밭과 도로변에 삼삼오오 모여앉았다. 대각선 길 건너 하얏트 호텔의 화려한 불빛이 닿아 어둡진 않았다. 그러나 낮엔 갔던 으리으리한 쇼핑몰과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이 보이는 주메이라 비치에선 느끼지 못했던 묘한 두려움. 출국해야 하는데, 우리가 묵은 숙소에선 택시를 부를 수 없었다. 결국 커다란 트렁크를 질질 끌고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하얏트호텔까지 걸어갔다.

하얏트 입구에서 서성대자 벨보이가 다가와 친절하게 말을 건다. 메이아이헬프유? 택시, 플리즈 테이크어 택시 포 고잉 투 에어포트. 이토록 빛의 속도로 외국인의 질문에 대답한건 내 평생 처음이었을거다. 물론 그때까지도 우리 부부는 두바이 환율을 모르고 있었고 역시 제값의 4배인 미화 20달러를 지불하고 내렸다. 다행인건, 이번엔 택시기사가 극도로 친절했을 뿐 엑셀을 밟지 않았단거다.

- 3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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