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e Park Jul 13. 2021

마음의 배터리가 100% 충전되었습니다.

그냥 넘기기엔 너무 고마워서요.



충전 1 친정

엄마가 내 엄마라서 참 다행이야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첫째 날. 나는 어지간히 바빴다. 급작스런 거리두기 4단계 발표에 교습소 타임스케줄 정리에 첫째 아이 긴급 돌봄 신청 남은 세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마침 시누네 이삿날에 맞춰 가전제품을 받기로 한 친정식구들이 올라와준 것이 얼마나 천만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셋다 어린이집에 보내기 너무 미안하고 눈치 보이고 겸사겸사 2주간 둘째 셋째를 친정집에 맡기기로 했다. 둘을 맡겨도 둘이 남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엄마의 도움을 받으며 넷 키우느라 힘들까 모든 말에 딸 위주로 말해주는 엄마 덕분에 나는 한껏 들뜬 기분이다.

있는 동안 하도 집안 정리를 해대서 “엄마 그만 좀 치워라 이따 가고 나면 내가 치울게”라고 했더니

“엄마 있을 때는 니 할 거 하고 가고 나면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한다.

아이들한테도 “엄마 말 안 들으면 엄마 힘드니까 말을 잘 들어야 엄마가 안 힘들지”

거실에서 잠든 둘째 딸을 안고 침대로 가려고 할 때도 “야야 허리 다친다. 가서 쉬어라”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에서 느껴지는 무조건 내편인 나를 향한 엄마의 말들이 위로가 된다.

짠맛 없이 사는 물맛인 Sea world에서 소금물을 만나 완전한 바다가 된 느낌이다.

자식 향한 마음은 이런 무신경한 순간들에서 발견된다.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가시가 될 수도 소금이 될 수도 있으니까

살면서 엄마가 내게 가시 같은 말을 내뱉는 순간도 물론 있었겠지만, 엄마가 된 나는 이제 충분히 안다. 모양은 다를지라도 그 이면에 숨겨진 무조건적 사랑을  




충전 2 글 쓰는 사람들 

내가 안데르센 공모전 삽화 부분 대상이라니! 인스타를 다시 깔아야 하나


3월에 시작한 그림책향 수업 시작과 동시에 인스타그램 앱을 지웠다.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서, 수업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3개의 인스타 개정을 운영했다. 하나는 나의 육아 일상 계정, 하나는 일러스트 작업 계정, 하나는 교습소 계정이 있었다. 블로그는 정보제공용으로 덤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미지를 포스팅하고 일상을 공유하며 사업 홍보 차원에서 운영했지만, 커넥션이 많아질수록 나는 압박감을 느꼈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작업물이 끊임없이 올라올 때마다 좋은 영감을 받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는 못하고 있다는 압박감.  뒤쳐지고 있다는 압박감을 받았다.

지금도 매일 메일로 “수신자: 인스타그램 올라간 하트수와 팔로워와 아직 확인하지 않은 알림 00개가 있습니다”를 볼 때마다

궁금해서 다시 인스타 앱을 설치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 스스로가 홍보 용도로만 인스타를 사용할 자신이 없다.

(앱을 지운 데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의 영향이 컸다.)

지금도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아이들은 많이 컸는지, 소식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남편 말대로 그리운 것은 그리움대로 남겨두는 것이 삶의 한 부분인 듯하다.


이왕 보이지 않는 숲을 거닌다면, 엄지로 올리면 사라질 수백 장의 사진들보다
생각의 땀이 스민 글의 숲을 헤매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서론이 길었지만 대상에 장관상을 받는다고 하니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어 져서 안 하고 있던 인스타그램이 생각이 났다.

결론은 인스타그램은 깔지 않았다. 하지만 참지 못하고 여기저기 자랑은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미디어의 세계에서 완전히 단절되어 살아갈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이왕 보이지 않는 숲을 거닌다면, 빠른 길이 아닌 느리게 가는 길을 가야겠다 생각했다.

엄지로 올리면 사라질 수백 장의 이미지보다 생각의 땀이 스민 글의 숲을 헤매는 것이 낫지 않나.  브런치는 그런 의미로 좋은 미디어 플랫폼이라 생각한다.

오늘 안데르센 공모전 글 부분 광고가 뜨면서 삽화 부분 수상작 링크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방울토마토 공주를 봐주신 듯하다. 

여기저기 자랑한 것보다 광고 한방의 영향이 이렇게 크다니..  

부끄럽게도 부족함이 많은  그림을 좋게 평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좋아요를 눌러주신 분들 프로필을 보면 각자의 삶 속에서 모두 훌륭하신 분들이다. 특히 아이 키우며 글로 삶을 엮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은  같아 도전이 많이 된다. 그냥 보고 넘기자니 너무 감사해서 글을 써야겠다 싶었다.

마음의 배터리를  충전했으니 잘 흘러 나가게 다시 나는 나의 자리로 돌아간다. 사 남매 엄마로 예비 그림책 출간 작가로..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내게 공부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