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본으로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by Sue Park

다시 기본으로 (신 5:7, 16)


설교링크

https://m.youtube.com/watch?v=Q0PxmVI2eZw


저희 집 벽장 한 구석에는 지금까지 산 가전제품의 설명서가 쌓여 있습니다. 물건을 처음 사서 쓸 때는 거의 보지도 않는데, 1, 2년 지나고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있었는지 기억나지도 않는 설명서를 찾아 벽장을 뒤집니다. 그렇게 설명서를 찾으면 문제 해결 방법 외에도, 기본적인 사용 방법을 다시 익히고, 가끔씩은 몰랐던 기능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설명서를 버릴 수 없습니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19세기에 등장한 기독교 철학자이자 변증가였던 프랜시스 쉐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19세기에 일어났던 가장 커다란 비극은 사람들이 절대 가치를 버린 것입니다. 그 결과 현대인은 절망의 선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18세기 후반에 유럽에서 일어난 계몽주의가 인간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바꿔놓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19세기 전에는 절대적으로 옳은 것과 잘못된 것이 존재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고 성찰을 중시 여기는 사조가 계몽주의를 통해 퍼지기 시작하며 사람들은 절대적인 가치를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에서, 자신의 뜻대로 사는 것이 당연한 시대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성을 거치지 않는 믿음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계몽주의가 무조건 반 기독교적이라는 시선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하나님께서 정한 기본을 버리고 자유를 찾아 나설 때, 얼마나 위험한 일이 발생하는지 민감하게 발견하고 지적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성령의 역사가 불같이 일어날 때, 마귀는 그들의 목에 칼을 대고 물었습니다. ‘이래도 믿을래?’ 그래서 로마서 10장 10절은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 말합니다. 그러나 계몽주의 시대를 지난 마귀는 오늘날 우리를 안아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게 해도 괜찮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말씀이라는 기준을 뒤로 밀어두고 자신이 꿈꾸는 것,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느끼는 것이 삶의 기준점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오늘날 마귀가 행하는 일입니다. 시대가 지날수록 세상이 만들어내는 제품의 설명서는 점점 간편화 되는 것 같으나, 사실은 더욱 두꺼워지고 있습니다. 기능이 많고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어느 때보다 설명서를 자세히 봐야하는 시대입니다. 마찬가지로 시대가 지날수록 편리하고 안정적인 생활 덕분에 말씀 없이 살아도 될 것 같으나, 사실은 더욱 말씀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말씀과 멀어지기 그 어느 때보다 쉽기 때문입니다. 복잡하고 많을수록, 기준은 더 중요합니다.


요즘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아직 학생인 아이들이 의도치 않게 출산을 해서 아이를 키우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며, 저러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과 그래도 너무 고맙다 하는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많은 충격을 받고 고민을 하게 되었을지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으나, 사실 그런 감정이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정말 미안한 감정인 것은 알까.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사랑 중에 아이를 낳는 사랑은 남성과 여성의 사랑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사랑의 결실이자,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관계는 부부의 관계 안에서만 축복입니다. 아이를 가졌을 때, 기쁨을 느끼는 관계와 고통을 느끼는 관계는 확연히 구분됩니다. 동거하는 남녀 관계에서는, 불륜의 관계에서는, 단순한 연인 관계에서는 자녀는 기쁨을 주는 축복이 아니라, 고통을 주는 저주가 됩니다. 이것은 굳이 성경을 통해 그 가치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모든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전순결을 이야기 하는 것을 사람들이 얼마나 고지식하게 여기며 무시하는지 모릅니다. 제가 군대 있을 때, 사람들에게 그렇게 놀림을 당했습니다. 성관계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힘들지 않았습니다. 전 그런 애들을 보며 항상 이야기 했거든요. ‘넌 결혼도 안했는데, 왜 성관계를 하니?’ 이처럼 세상은 지금 느끼는 자신의 판단과 감정을 의지하고 심지어 거기에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그래서 고딩엄빠 프로그램에 나오는 학생들에게 고맙습니다. 적어도 그 아이들은, 비록 출산에 대한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신의 삶을 내려놓고 새 생명의 가치를 지켜냈기 때문입니다. 출산을 저주로 여기는 모든 관계들 보다 자녀를 축복으로 받아들인 그들의 선택이 빛나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그리스도인들 뿐 아니라, 전 세계는 가정이라는 구조를 토대로 보편적 가치관을 회복하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남성과 여성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고, 자녀를 복으로 여겨 귀하게 다루고, 또 자녀는 부모를 존경하며 교훈을 얻고 성장해야 합니다. 그러한 건강한 가정은 사회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인간의 본질을 성찰하게 하고 가정을 복음의 터전이자 출발점으로 굳건히 자리 잡게 합니다. 오늘날 교회에서 청소년들의 이탈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합니다. 부모 세대가 자녀들에게 신앙을 물려주기 어려운 것입니다. 물론 다양한 문제가 있겠지만, 그러한 문제가 과연 우리의 가정생활에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내면에, 심리에 문제가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설명서를 봅니까? 우리 재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는 어떤 설명서를 봅니까? 사람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는 어떤 설명서를 봅니까? 우리가 찾아보는 그 설명서를 자녀들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의 태도와 방식이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가정의 달 5월입니다. 맨날 하는 말이 뭔지 압니다. ‘학원 다녀왔니?’, ‘핸드폰 몇 시간 했니?’, ‘양치질 했니?’ 등 말해 뭐합니까? 그런데 이런 대화 한 번 해봅시다. ‘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아니?’, ‘엄마, 아빠의 소원이 뭔지 아니?’ 비록 지금까지 잘못된 설명서를 봤더라도 이제 제대로 펼쳐서 모든 문제의 해결이 어디 있는지 자녀들에게 분명히 보여 알도록 해 주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십계명의 1-4는 사람과 하나님의 관계, 그리고 5-10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다섯 번째 십계명은 부모를 공경하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부모와 자식의 관계, 곧 가정에 대한 율법입니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조직들과 기관들이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생기고, 그 필요가 다하면 사라지게 됩니다. 그 모든 조직들 중 가장 먼저 시작된 조직은 바로 가정입니다. 게다가 가정은 이 땅에 죄가 시작되기 전부터 있었고,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직접 지어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죄가 있기 전, 조직은 딱 두 가지, 인간과 하나님, 그리고 인간과 인간 곧 가정 이었습니다.


십계명의 시작은 하나님 외에 다른 신들을 두지 않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우리의 신이 누구인지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향한 명령의 시작인 십계명의 다섯째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를 낳은 자가 누구인지 기억하는 것입니다. 설명서를 다시 편다는 것은 이처럼 존재의 시작을 다시 확인하는 것입니다. 비록 이 설명서가 보이지 않는 집 한편 구석에 있다 할지라도, 우리가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이, 다시 시작해야 할 곳이 바로 그 곳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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