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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다 May 29. 2023

북한에도 슬램덩크 강백호가 있을까?


슬램덩크의 빨강머리 주인공 ‘강백호’가 평양을 방문했다? 

‘왼손은 거들 뿐..’ 이 문구는 여섯 개 음절의 단순한 문장이지만 이를 모르는 MZ 세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굉장히 유명한 구절입니다. 저게 도대체 어디서 나온 구절이냐고요? 침체한 극장가 분위기 등을 극복하고 한국의 극장가를 강타한 <슬램덩크 : 더 퍼스트> 영화의 원작 만화 속 명대사입니다. 슬램덩크라는 만화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는 말도 있고, 위 같은 명대사는 굳이 원작을 보지 않아도 인터넷 밈(meme)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슬램덩크> 속 주인공 ‘강백호’가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대사를 말하는 장면은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대중들에게 꼽히고 있다.  / <슬램덩크>

한편 슬램덩크라는 만화 속에는 리바운드에 특화된 플레이로 멋진 활약을 하는 빨간 머리의 주인공이 나오는데, 그의 이름은 바로 강백호입니다. 강백호는 현실세계 속 유명한 농구선수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잘 알려져 있는데요. 놀라운 사실은 강백호의 모티브가 된 선수가 무려 다섯 차례나 북한을 방문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글을 통해 북한에도 ‘슬램덩크 강백호’와 같은 스포츠스타가 있는지, 앞으로 북한에서 ‘강백호’ 같은 스포츠스타를 배출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강백호’ 스토리에 푹 빠졌다고 알려졌던 북한 최고지도자의 아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하 김정은)은 학창 시절 스위스에서 국제학교에 다녔습니다. 당시 김정은 주변에 함께 수학한 친구들이나 학교 관계자의 증언들을 종합해 보면 김정은이 농구에 심취해 있었다고 합니다. 김정은이 유학한 공립학교 교장선생님인 율리스튜더 역시 김정은이 ‘농구에 빠져 있었고 꽤 잘했다’라고 회고했죠. 또한, 일본 주간지 ‘문예춘추’에 따르면 김정은은 앞서 여러 차례 언급된 만화 <슬램덩크>를 즐겨 읽었다고도 전해집니다. 


2011년 12월 김정일의 사망 이후 김정은은 북한 내 정권을 잡았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조금 지난 2013년 2월, 김정은은 한 유명 농구스타를 초청합니다. 그는 NBA(미국프로농구연맹)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전설적인 농구선수이자,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인 ‘강백호’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던 ‘데니스 로드맨(Dennis Rodman)’ 입니다. 


김정은이 집권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을 했다는 성장배경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김정은이 대외정책으로 외국인 농구선수를 평양 경기장에 불러들인 일은 북한 내부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쏟았습니다.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북한의 수많은 행위에는 보이지 않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김정은이 농구 스타를 평양으로 들인 이유를 궁금해한 거죠. 


평양에서 찾아볼 수 없는 스포츠 스타? 그래서 미국 농구 스타를 초대했나

그렇다면 과연 데니스 로드맨은 어떻게 북한의 초청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그는 2013년 처음 평양을 방문할 당시, 할렘 글로브트로터스(Harlem Globetrotters)라 불리는 일종의 농구 공연팀을 데리고 갔는데, 거듭되는 평양 방문 속 그는 김정은과 친분을 쌓고 ‘친구’라는 친밀한 호칭까지 붙이며 대외적으로도 북한 지도자에 대한 호의를 드러내 미국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북한은 미국 스포츠 스타를 초대함으로써 대미 외교채널 및 국제여론에 혼선을 준다는 목적을 달성했을지 모릅니다. 또한, 이러한 스포츠 스타를 활용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미래 북한의 스포츠 스타들을 양성하기 위한 초석을 쌓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 체육에 대해 연구를 이어온 허정필 박사의 KBS 인터뷰(2021)에 따르면 ‘김정은 시대에 들어오면서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대우가 더욱 특별해졌다’며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공식적인 포상 외에 최고지도자가 직접 (포옹도 하고 팔짱도 끼고 사진도 찍는 등) 친근하게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발언했는데요. 이를 미루어 볼 때 글로벌 스포츠 스타의 아이콘으로서 데니스 로드맨을 평양에 등장시켜 스포츠 스타에 대한 포괄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북한의 운동선수들을 양성하여 배출되는 스포츠 스타들을 더 나은 수준으로 치하하고 격려하기 시작하여 민심을 안정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데니스 로드맨이 2013년 방북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하며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남겼다. / 조선일보

‘북한 호날두’도 연봉의 대부분을 북한당국에 헌납한다?! 

한편, 북한이 스포츠 스타를 배출하기 굉장히 어려운 환경으로 보이는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해외로 진출한 북한 운동선수들의 연봉이 북한당국으로 헌납된다는 의혹 때문입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 북한당국은 평양국제축구학교를 통해 축구 유망주를 교육하고 이들 중 일부를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유학을 보냈는데요. 그중 ‘한광성’이라는 축구선수는 ‘16세 이하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북한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도 합니다. 그는 북한 선수 최초로 이탈리아 축구 리그 진출에 성공했고, 2019년 9월에는 이탈리아의 2대 명문클럽 중 하나로 알려진 유벤투스 FC(Juventus FC)로 이적합니다. 


이때 정확한 이적료는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500만 유로(한화 약 66억 원) 정도로 추정되었는데, 그가 벌어들인 수입의 대부분을 북한당국에 헌납한다는 의혹이 있었고, 이러한 논란은 대북 제재와도 연관되면서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유벤투스에서 약 1년간의 짧은 생활을 마치고 한광성은 결국 카타르 프로팀 알두하일로 이적했지만, 이곳에서의 생활 역시 대북 제재로 인해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보통 운동선수들은 더 큰 무대에서 뛰어난 선수들과 겨루며 자신의 실력과 몸값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해외에 진출하는 북한 선수들은 그들의 연봉이 고스란히 북한당국에 송금될 수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나 부정적인 대북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면이 있어 보입니다. 그로 인해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해 스포츠 스타로 거듭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아닐지 생각이 됩니다. 


북한의 호날두라 불리우는 한광성 선수는 매주 2000만원 가량의 외화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 조선일보

북한은 해외파 운동선수들의 수입 중 일정 비율을 ‘충성 자금’ 이라는 명목으로 북한의 외화 획득 기관으로 알려진 ‘39호실’에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 유명 축구선수 4명의 주급 추정치를 모두 합치면 약 3850만원에 달합니다.


이들 중 가장 많은 외화를 벌어들였던 한광성이 계약했던 팀은 유벤투스 FC에서 2군에 속하는 U-23팀입니다. 통상 스포츠팀이 선수를 영입할 때는 해당 팀에 광고 수입이나 선수 출신 지역의 투어 수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직간접적인 마케팅 효과를 고려합니다. 그런데 북한 기업과의 광고계약이나 북한으로 지역 투어를 가서 수입을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시피 하므로 한광성의 영입은 오로지 선수의 잠재 역량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북한에 ‘강백호’가 나오려면 근본적 노력이 필요해  

조사를 하며 북한이 농구를 비롯한 여러 스포츠에 참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북한이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어떻게 키우려는지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북한이 스포츠 스타 양성에 국가적으로 많은 관심과 지원을 투입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또한,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에 집중하고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안정적인 대내외적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 이러한 고민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노력도 탐색하고 논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본 원고는 경제사회연구원의 '요것봐라'에 게제된 글을 재업로드한 것임을 밝힙니다.
*원문보기:  https://www.riesplant.com/36/?idx=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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