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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 Oct 07. 2022

안 이상한 이상해

희곡 과제인데 이제 동화를 곁들인...


  옛날 옛적 어느 작은 산골 마을에 이상해라는 아이가 살고 있었어요. 태어나자마자 크게 우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이상해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어요. 그런 아이를 보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말했죠.


  “이상하다, 이상해...”


  이상해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다섯 살이 되었어요. 동네 유일한 서당에 다니며 이제 글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하늘 천, 따 지, 하고 훈장님을 따라 소리를 내는 아이들과는 다르게 이상해는 입 한 번 떼지 않고 가만히 책만 보고 있었죠. 그런 이상해를 보고 훈장님이 이렇게 말했어요.


  “이상하다, 이상해...”


  어느 날 이상해가 마을에서 제일 무서운 망태 할아버지의 사과밭에서 사과 서리를 하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어요. 주머니가 터질 때까지 사과를 집어넣는 아이들 속에서 이상해도 잘 익은 빨간 사과 하나를 집어 들어 한 입 앙! 하고 베어 물었죠. 그때였어요. 몽둥이를 든 망태 할아버지가 아이들 앞에 나타난 거예요. 아이들은 무서운 망태 할아버지의 꾸중에 덜덜 떨며 엉엉 울고 있었어요. 하지만 오직 이상해만은 눈 하나 깜짝 않고 망태 할아버지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죠. 그런 이상해를 보고 망태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이상하다, 이상해...”

 

  이상해는 동네 작은 뒷동산에 올라 해 질 녘 노을 바라보며 생각했어요.


  ‘나는 이상한 사람일까?’


  이상해는 자신이 이상한 사람인 것만 같았어요. 왜냐하면 마을 사람들을 이상해를 볼 때마다 이상하다고 말했으니까요. 이상해는 울적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 마을에선 이상해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는 것만 같았거든요. 그래서 다른 마을로 가보기로 했어요. 이상해는 옆 동네, 엉뚱 마을로 건너갔어요. 엉뚱 마을에 도착한 이상해는 제일 처음으로 머리에 엉덩이 모양 모자를 쓰고 있는 아이를 만났어요. 이상해가 물었어요.

  

 “얘, 너 머리 위에 그건 뭐니?”

  “이건, 엉덩이 모자야.”

  “엉덩이 모자를 머리에 쓰고 있으면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놀리지 않던?”

  “뭐가 이상해? 내 맘이지. 너도 한 번 써 볼래?”

 

 이상해가 엉덩이 모자를 머리에 썼어요. 그 모습을 보고 엉덩이 모자의 주인 아이가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어요.


  “하하. 정말 웃기다.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걸?”


  이상해는 엉덩이 모자를 돌려주고 다시 길을 떠났어요. 어느 넓은 모래사장에 도착한 이상해는 코끼리 코를 하고 같은 자리를 뱅뱅 돌고 있는 한 아이를 발견했어요. 이상해가 다가가서 물었어요.


  “얘, 너는 여기서 뭐 하고 있니?”


  코끼리 코 아이가 대답했어요.


  “우주를 불러내고 있어.”


  이상해가 말했어요.


  “우주는 땅에 없어. 하늘에 있지. 저기 위에, 구름 너머에 말이야. 이렇게 한 곳에서 계속 돌고 있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니?”

 

  코끼리 코 아이가 말했어요.

  

  “뭐가 이상해? 난 그저 우주를 보고 싶을 뿐이야. 너도 같이 볼래?”

  

  이상해는 아이를 따라 코끼리 코를 했어요. 한 스무 번쯤 돌았을까요? 어지러움을 느낀 이상해와 아이는 모래사장에 털썩하고 누워 버렸죠. 눈앞에는 하늘이 뱅뱅 돌아가며 반짝반짝한 은하수가 흐르는 것만 같았어요. 아이가 말했어요.

  

  “봐, 눈앞에 우주가 있잖아.”

 

  이상해는 옆 동네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어요. 이상해의 동네에서는 모두 이상한 사람들이었지만 엉뚱 마을에서는 그냥 조금 별난 사람에 불과했죠. 이상해는 생각했어요.


  ‘엉뚱 마을에서는 내가 이상한 게 아니야. 이제부터 엉뚱 마을에서 살아야겠다.’


  이상해는 엉뚱 마을의 산속에 자그마한 오두막을 지었어요. 아침엔 햇살을 맞고, 밤에는 밤새도록 달과 별을 올려다보면서요. 가끔 엉덩이 모자의 주인 아이와 코끼리 코 아이가 이상해를 보러 들리기도 했죠. 이상해는 그들을 친구라고 불렀어요. 친구들이 올 때마다 이상해는 기분이 좋아서 함박웃음을 지었어요.


  친구들이 모두 돌아간 오후, 이상해는 오두막에 달 문패를 만들기로 했어요. 뚝딱뚝딱, 얼마간 망치질이 이어지고 드디어 문패가 완성되었어요. 엉뚱 마을에서 이상해의 집을 찾으려면 이 문패를 꼭 확인하세요.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을 테니까요.

  

  ‘안 이상한 이상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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