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드라마 쓰기, 주제ㅡ나는 주인공이다.
제목: 곡예
무대 위. 핀 조명을 받고 있는 나. 노래를 부른다.
나: 안녕하세요~ 적당히 바람이 시원해 기분이 너무 좋아요. 유후~ 저는 기분이 좋을 땐 항상 이렇게 노래를 부르죠. 꼭 가사가 없어도 괜찮아요. 그땐 그냥 멜로디만 흥얼거려도 기분이 좋거든요. (곰곰이 생각하는 듯) 또 뭘 할까요... 음... 아! 그동안 미뤄둔 책을 읽죠. (머리 위로 손을 올리며) 읽고 싶은 책을 책장에서 마구 뽑아서 이만큼 쌓아두고, 선풍기를 미풍으로 튼 다음 하나하나 씩 뽑아 읽죠. 마치 젠가처럼요. (중요한 듯) 선풍기는 꼭 미풍으로 틀어야 해요. 안 그러면 바람에 책이 다 날아가 버리니까. (웃으며 빙글빙글 돈다) 그럼, 기분이 나쁠 땐 뭘 하냐고요? (웃음) 죽음을 생각해요. (웃음) 왜냐고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그야 기분이 나쁘니까요. 기분이 나쁠 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나요? (코웃음) 그런 사람은 위선자죠. 속으로 죽고 싶으면서 말도 못 하는 위선자. 사람들은 이상해요. 삶이나 죽음은 사실 같은 선 위에 있는 이름만 다른 똑같은 모습인데 살려는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이고, 죽으려는 사람은 이 사회의 병폐처럼 생각하니까요. (코웃음) 기분이 나빠서 죽으려는 사람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는 걸 제외하곤 사회가 도대체 뭘 해줬다고요? (코웃음) 그래서 기분이 더 나빠져요. (관객을 쳐다보며) 어머, 여러분 지금 저를 왜 그렇게 쳐다보시는 거예요? 제가 처음에 노래를 부르며 들어올 때랑 아주 딴판이잖아요? 기분이 좋은 저나 기분이 나쁜 저나 똑같이 저예요. 그런데 왜 다른 잣대로 저를 평가해요? 제가 죽음을 얘기하니까 기분이 나빠졌나요? 그럼, 만약에 제가 기분이 나빠도 즐거운 노래를 유후~ 하고 부르면 여러분은 나를 계속 좋아해 주실 건가요? (비웃음) 아... 알겠어요. 여러분도 위선자네요. 속이 썩어 문드러져도 겉으로 티만 안내면 된다는 말씀이군요. 그런 시선 참 감당하기 버겁네요. 저는 그냥 저대로 기분 좋을 땐 노래를, 기분 나쁠 땐 죽음을 생각할래요. (어깨 으쓱) 뭐, 불법도 아니잖아요? 여러분도 계속 여러분답게 그렇게 사세요. 그럼 안녕. (손을 흔든다)
가사 없는 멜로디를 허밍 하며 퇴장.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