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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 Oct 10. 2022

사슬

희곡 연습

주제ㅡ존속살인


어느 추운 겨울날 오후, 구청 복지과에서 어떤 여인의 절규가 이어진다.


여자: (어처구니없다는 듯) 왜 우리 엄마가 의료비 지원 혜택을 못 받나요?


직원: (매뉴얼을 읊듯이) 권추자 씨 둘째 따님이시죠? 지금 등본 상 삼십 삼세의 노동 가능한 첫째 딸이 살아 있는 걸로 나와서 지원 대상자가 아니에요.


여자: (억울한 듯) 아니... 그 첫째 딸은 스물셋에 집을 나가서 지금 연락도 안 되는데 어떻게 자식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직원: (역시 건조하게) 저희는 절차대로 진행해야 하는 부분 이어서요. 안타깝지만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여자: (울먹이며) 그럼 우리 엄마는 그냥 죽어요? 엄마나 저나 지금 둘 다 돈을 못 버는 상황이에요. 의료비 지원을 받아야 엄마를 요양원에나 모실 수 있고, 그래야 제가 일을 나가든지 할 거 아니에요. 알츠하이머 말기인 노인을 집에만 두고 어떻게 자리를 비워요...


직원: (매뉴얼을 뒤적이며) 죄송합니다. 절차상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없네요.


여자가 한 숨을 내쉬며 구청을 빠져나온다. 여자의 눈앞에는 겨울비를 동반한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불고 있다.


반지하 단칸방, 어스름이 짙은 저녁. 치매 걸린 노모를 모시는 여자의 울부짖음이 들린다.


여자: (악을 쓰며) 죽자, 죽어. 같이 그냥 죽자고.


노모: (욕을 하며) 이 천하에 죽일 년, 네가 내 남편 뺏어갔지? 어릴 때부터 지 아비를 바라보는 눈빛이 요상하더니, 네가 내 남편을 꼬셨어. 이 여우 같은 년. 내 남편 내놔! 어디다 숨겼어?


여자: (달려드는 노모를 막으며) 그렇게 알고 싶으면, 십 년 전에 집나 간 첫째 딸 찾아서 직접 물어보던지! 딸이 아버지를 꼬셔서 둘이 도망갔다고 생각하는 게 그게 정상이야? 엄마가 언니를 내쫓은 거나 다름없잖아. 그 허망한 망상으로 애를 쥐 잡듯 잡았잖아!


노모: (여전히 악을 쓰고 욕을 하며) 이 천하에 죽일 년, 어릴 때부터 지 아비를 바라보는 눈빛이 상하더니, 이 여우 같은 년. 감히 지 엄마를 배신하고 지 아비랑 바람이나?


노모가 눈을 희번뜩이며 부엌칼을 집어 든다. 딸을 향해 돌진하는 노모의 눈에서 비치는 광기가 칼날에 서려 번쩍인다.


여자와 노모의 비명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깜빡이는 형광등 아래로 조명이 서서히 비친다.


여자: (숨을 헐떡이며 눈물을 흘리며) 이제 다 끝이야. 끝.


노모는 칼에 찔린 채 여자 옆에 죽은 듯 누워있다.

여자의 손에는 노모에게서 빼앗은 피 묻은 칼자루가 쥐여있다. 여자는 서서히 눈을 뜨지만 눈물로 차오른 시야가 흐릿하다. 갑자기 여자가 웃는다.


여자: (정신을 상실한 듯) 하하하하하. 이렇게 쉬운 걸. 하하하하하.


여자가 벌떡 일어나 난장판이 된 집안을 둘러보고 노모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여자: (힘이 다 빠진 투로) 살아생전 자식을 여자로 질투한 당신 업보라고 생각해요. 지옥에서 봐요.


여자가 노모의 배를 찌른 칼을 빼들고 자신의 배를 찌른다.


반쯤 열린 반지하 창 밖으로 웅성이는 사람들 소리와 함께 경찰차와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여자가 흐린 눈을 천천히 감는다.


몇 주 뒤 법정.


판사: “형법 250조의 의거, 살인 및 존속살인에 해당,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의 처한다. 피고인은 모친 존속살인에 대한 행위에 대해 감형에 대한 양행 증거가 없습니다. 피고 범행사실을 모두 인정하십니까?”


여자: … 네…


수감소의 독방 문 앞에 서 있는 여자.


교도관: 수감번호 2215는 살인 이력이 있어 당분간 독방에서 생활합니다.


여자는 아무 대꾸도 없이 독방으로 들어간다. 철문 잠그는 소리가 들리는 동안 여자는 물끄러미 독방의 창살을 쳐다보고 있다. 밖에는 흰 눈이 흩날리고, 여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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