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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 Sep 15. 2020

Cloud, clouds

나는 누구일까요, 굳이 정의해야 할까요?

2020년 9월 14일

 나는 구름을 좋아한다. 하늘을 좋아하냐, 묻는다면 그건 글쎄. 하늘을 좋아한다면 달도, 별도, 태양도 다 좋아해야 하는데 그건 아니다. 바다처럼 드넓은 하늘에 다양한 모양으로 아무렇게 흐르는 구름이 좋다. 자부심을 가지고 새하얀 모습으로 하늘이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는 구름이 좋다.


 최근에 느닷없이, 배우 유태오에게 눈이 가기 시작해 그의 쥐톨만 한 활동일지들을 보고, 또 보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이라면, 당연히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배우자는 외국에서 백남준 다음으로 유명한 예술가라고 한다. 이름은 니키 리. 나는 예술에 대해선 문외한이기 때문에 백남준이 비디오 예술가로 꽤나 명성을 떨쳤다는 것까지만 알고. 그다음이라고 하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겠거니, 짐작할 뿐이다. 배우 유태오에게 배우자 니키 리는 정체성이라고 한다. 본인이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은 시기에 만났다고 한다. 그때 그의 나이 26살. 이 이야기를 듣고 영상을 보며 누워있던 내가 몸을 일으켰다. 내가 아주 저 밑바닥까지 우울해하며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나이가 26살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누군가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어떤 감정이 너에게 다가오든,  감정을 붙잡지 말고 흘려보내. 너는 어느 날은 파란색일 수도,  어느 날은 흐린 회색일 수도 있다.' 처음 들었을 땐 저 말이 나에게 해답일 거 같은데, 이해가 안 되어서 며칠을 또 울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어렴풋이 저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조심스럽게 내가 생각하는 정체성이 무엇이냐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나는 구름이자, 구름들이다. 사전적 정의는 '구름은 지구, 행성 또는 위성의 대기에 떠다니는,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들의 모임이다.' (위키백과 출처) 이 구름은 또 어떻게 생기느냐, 하면 지표면이 달궈져 공기덩어리가 상승하면 온도가 낮아진다. 온도가 낮아지면 포화 수증기압이 낮아지면서 포화상태가 되는데 이때 수증기가 물방울 알갱이가 된다. 온도가 더 낮아지면 얼음 알갱이도 되는데, 물방울을 많이 포함한 구름은 회색의 흔히 말하는 먹구름이, 얼음 알갱이를 많이 포함한 구름은 흰색의 구름이 된다. 이외에도 산을 타고 올라간 공기 덩어리가 강제로 포화가 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름이 만들어진다. 나는 여기에 감성을 조금 더해보려 한다.


 구름은 작게는 그곳에 있는 지표나 대기의 상태에서부터 그 공간을 둘러싼 해양과 육지, 더 크게는 태양과 우주의 운동까지 그 모든 것들이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정말 많은 외부의 요인들이 구름을 만드는데 간섭을 한다. 거기에 그 공기덩어리가 얼마나 수증기를 가지고 있었냐는 본인의 기질도 더해서. 그 많은 요인들이 같은 세력이라면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반대 세력이라면 상쇄되기도, 혹은 더 강한 세력이 영향을 더 미치는 등, 구름이 만들어지는데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본연의 기질과 시너지를 일으키기도, 상쇄되기도 하면서. 그렇게 생겨난 구름은 태풍이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지구 내에서 에너지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과 환경을 한 번 뒤집어주는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 농작물에게 단비를 내려주기도 아주 맑은 하늘의 구름이 되기도 한다. 구름은 생기기도 하지만 없어지기도 한다. 바람에 의해 형태가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구름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정체성이다. 어떤 날은 세상 누구보다 착하게 생각할 때가 있고, 또 어떤 날은 이렇게까지 비뚤어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쁘게 생각할 때가 있다. 그로 인해 주변에 피해를 주기도, 동시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을 것이다. 이 모든 모습이 다 '나'다.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지정해놓기보다, 오늘은 내가 이러고 싶나 봐.라고 생각하며 가끔은 내 의지를 가지고 내 모습을 다듬어가며, 그게 사는 것일까. 생각하는 요즘이다.


 내 인생을 타임랩스로 찍었을 때, 과연 어떤 하늘이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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