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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겨울 Sep 15. 2020

Cloud, clouds

내가 되고 싶은 것들

구름이 좋다.


바다처럼 드넓은 하늘에 다양한 모양으로

아무렇게나 흐르는 구름이 좋다.

그러다 어느 날에는, 새하얀 모습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는 구름이 좋다.


구름에게 나를 투영하기 전,

나는 한 단어로 표현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것을 벗어나는 행동과 말을 하면,

밤에 이불을 뻥뻥 차며, 나를 질책했다.

잘 빚어진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실상은 나를 조각내어 깎고 있었다.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기 시작한 2019년,

정신없이 다양한 나의 모습에 어질어질했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마냥 즐겁진 않았다.

실망하기도, 답답하기도 했다.

강하고 멋진 사람이 되길 원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살아온 삶을 복기하며,

한 발짝 뒤에서 바라 보았다.


관객의 입장으로 바라보니,

'내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

얼마나 짠하고 대견하던지.


짠한 마음이 사랑의 한 형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지겹도록 많을 수도,

허무할 정도로 짧을 수도 있는데,

나의 다양한  모습을 마음껏 즐겨야

아깝지 않을 거고,

지겹지 않을 거다.


잠시 흐린 날이 있어도,

원하는 만큼 마음껏 부둥켜안아주면,

긴장되었던 순간은 어느새

나에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된다.


구름처럼 다양한 나의 모습들을

하늘을 배경 삼아 바라본다면 어떤 풍경이 담길까.


20대는 저 멀리, 먹구름 틈으로 빛이 새어 나오고,

밝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번쩍이는 뇌우가 정신없이 치는 하늘이지 않으려나?


이제 30대 초입이다.

어떤 하늘이 완성될까?


2020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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