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네 편이 되어줄게
눈빛을 마주하자,
내 안의 투명한 물병에
검은 물감 한 방울이 톡 떨어졌다.
첫 물감 한 방울은 양이 적어 금방 희석되었다.
하지만 검은 물감은 한 방울로 끝나지 않아,
물이 점차 짙어진다.
앞이 보이지 않아 숨이 가쁘고,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괜찮아, 괜찮아. 다독였다.
여기까진 퍼지지 않았어, 하며
색이 옅은 부분을 찾아 헤맸다.
- 없다.
편했던 어둠이, 이제는 나를 폭력적으로 삼킨다.
그래도 기댈 형체가 어딘가에 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 어두워져 보이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없었나?
나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진다.
속이 텅 비어버린 껍데기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껍데기를 놓아주자.
내 알맹이는 너덜너덜해진 껍데기를
떠나버린 지 오래다.
나는 놓고 싶지 않았다.
간신히 잡고 있는 그 끄트머리를,
그 손을 누군가 내리쳤다.
억울함을, 누구든 알아줬으면 좋겠다.
.
.
.
아.
아프고 힘들어, 내가 잘못한 게 아니야,
공허한 어둠을 향해 외치는 줄 알았는데,
누군가 눈을 맞춰,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소리가 속에서 올라왔다.
짐승처럼 속을 긁어 소리를 냈다.
검은 물이 흘러넘쳤다.
비워진 만큼 물이 차올랐다.
옅어졌다.
앞이 보였다.
내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아니,
의지해야 하는 사람이 보였다.
말을 걸어왔다.
이제 괜찮지?
나에게 대답한다.
이제야 알았어.
그만 살고 싶은 게 아니라,
실은 절박하게 살고 싶었노라고.
사실은 제발 살려달라고 외치고 싶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