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살고 싶습니다.
나는 일곱 시,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저녁을 열심히 산다.
내일도 살고 싶어서.
매일 저녁 열 시,
내 공간의 침묵 끝에,
어색하지 않게 따라오는 생각들이,
온순한 모양새로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침대에 누워,
가만히 주광색의 조명을 바라보고 있자면,
생각들이 나를
투욱-
투욱- 건드리고 지나간다.
그러면 나는 공명하는 다리처럼,
조금씩 생각이 던져놓은 파동이 커지는 걸 느낀다.
파동을 흘려보내면 되는데, 굳이 붙잡는다.
그리고 그 손에 다른 것이 함께 붙잡힌다.
마치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큰 신호 전에 작은 신호가 있었는지,
작은 신호가 큰 신호를 불러온 건지.
인과관계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함께 온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마냥.
내가 붙잡은 건지, 붙잡힌 건지.
그 누구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 나는 내가 저녁을 열심히 살아 보람찼다며 허겁지겁 나의 기특함을 꺼내놓는다. 무서운 괴물을 마주쳤을 때 어떤 무기를 써야 할지 몰라, 일단 모두 꺼내는 초보자처럼.
내 맞은편의 괴물은
보잘것없는 것들을
두 손 벌벌 떨며 즐비하게 꺼내놓은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숨을 죽인다.
비참하다.
남들은 다 쉬운 것 같은데,
나는 하루를 살아내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