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꽃집 출퇴근길

꽃카페에서 일해요

by oddmavin project


5년 전, 11년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시작한 하고픈거 다해보기 프로젝트. 다양한 상황에 나를 내던져 보면 진정으로 내가 잘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라는 생각에 시작했던 프로젝트다. 목표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발적이고 독립적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그렇게 서른여섯, 꽃을 배우고

마흔, 꽃집에 다니고 있다.


*

출근길.

길가에 게양된 국기들이 바람에 펄럭인다.


모든 길은 돌아갈 곳이 없을 때 생긴다.

화분에 물을 줄 때 센 물줄기로 물을 주면 흙에 물길이 생긴다. 애도의 시대. 마음의 물줄기가 갈피를 놓친다.


서울대학교병원으로 꽃배달 가는 길. 탐스러운 모과나무의 모과들을 마주한다. 생사의 흐름 속 꽃을 배달하는 자의 마음은 무엇이어야 할까. 소담스러워야 하나.


억지스런 애도가 싫다.

그 보다 나은 방도를 알 수가 없다.

나는 어느 길로 가고 싶은 걸까.

뭐가 나은 길일까. 도대체 모과..


*

출근길.

2호선 을지로 4가 역 4번 출구로 나가 걷다 보면

‘어둠을 지나 미래로’문장이

흘림체로 적힌 시설물을 마주한다.


나의 생각과 마음을 어떻게 품고 살아야 할까.

사랑 우정 존경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될까.

얕은 생각으로 얕게 바라보고 있는 걸까.


나를 아프게 했던 것들이 떠오른다.

다시는 날 아프게 내버려 두지 말아야지.

그것들이 들어올 공간은 없다.

나는 지금 어둠을 지나 미래로 가고 있다.


아프지 않은 좋은 언어를 쓰고 싶다.
아프지 않은 좋은 시선을 갖고 싶다.
아프지 않은 좋은 생각을 하고 싶다.


*

퇴근길.

일의 감각 책으로 나의 감각을 고양시켜 본다.

매력을 느끼는 작가가 쓴 책을 읽으면

그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설렌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방황을 느낄 때면

내 주위를 좋은 것들로 감싸 안고 싶다.

꽃을 배달하는 길목에서 좋은 마음을 가지고 싶다.

원두를 바닥에 흘리는 실수에 마음이 흘러내린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매력적인 사람을 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지하철 꽃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