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한 일상의 소중함
엄마가 아침 일찍 겁에 질린 표정으로 깨우셨다.
아무래도 내일 큰이모랑 가기로 한 전시.
취소해야 할 거 같아. 꿈이 안 좋아...
평소 엄마와 나의 세계관은 꿈에서 본 세계가 현실이나 다름없다. 엄마는 큰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예정된 모든 일정을 취소하셨다. 그리고 온 집안에 비상사태 선포가 내려졌다.
당분간 어디 나가지마.
평소 모녀의 형이상학적 세계관에 반기를 드시는 아빠. (아마도 아빠는 mbti에서 파워 T일 것이다.) 안 그래도 가기 싫었던 월요일 단전호흡 수련을 빼먹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겨 은근히 반기신다. 그리곤 집청소로 단전호흡을 대신하셨다. 마치 모녀의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깡그리 청소하고 싶어 하신 걸까. 유독 크게 들리는 청소기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그 와중에 엄마는 이불속에서 겁에 질린 꼬무락이다. 꿈 내용을 물어봐도 오후에나 알려주겠다면서 앙다문 입은 좀처럼 합죽이다.
이참에 오늘은 나도 집순이다.
아빠는 오늘도 외출이시다.
저녁때에 맞춰 현관문 소리가 들린다. 아빠다. 저녁 메뉴로 먹을 고구마와 우유 그리고 천혜향이 담긴 장바구니를 들고 거실을 거쳐 부엌으로 걸어가신다. 아빠를 기다리시다 허기에 지친 엄마는 대봉감을 드시다 말고 성호경을 그으신다. 그리고 나지막이 다 들리는 혼잣말을 읊조리셨다.
무탈한 게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