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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mavin project Jan 15. 2023

마음이 원하는 길을 따라가



중요한 건 내 마음이었어

재작년. 친구가 하늘나라로 떠나기 2달 전 즈음. 의사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뇌종양이었지만 호전되고 있었으니까. 그런 그녀가 친동생의 결혼소식을 알려왔다. 코로나가 심해서 오라고는못하지만 소식이라도 전한다면서. 스무 해째 이어온벗들에게 기쁜 소식을 알려주고 싶었던 게다. 하지만 하필이면 당시. 내 마음엔 여유가 없었다. 마음이 부족하니 돌아가지도 않던 머리를 동원해 사회적 통념과 명분을 논하며 다음에 만나 선물을 전해주자 생각했더랬다.


그 후 약속을 잡기 위해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고마워’. 친구가 전화를 끊으며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건네었던 말. 이것이 마지막 통화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의 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너무 많이 아파서. 앞으로 연락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난다는 말해서 연락해 본다고. 친구의 집에서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나의 이름도, 얼굴도, 우리의 추억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마음이 원하는 길을 두려움 없이 가는 것

친구를 떠나보내고 생의 다짐을 했다. 내 마음을 따르자. 내 마음이 답이다. 다짐하는 것조차 하나의 피로감이라 다짐은 더 이상 하지 말자 했지만 이 다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남은 생. 내 모든 걸 걸고 지켜내야 할 생의 다짐이 되었다.


내 마음이 맞는지 틀린 지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답을 얻은 적도, 더미궁 속으로 빠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답을 얻든, 미궁 속에 빠지든 남들이 정한 답이 아닌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마음이 원하는 길을 두려움 없이 가는 것. 내가 택한 길을 가다가 덫을 만나면 걸려도 보고, 벗을 만나면 기쁘게 안아보면서. 무엇이든 얻는 것이 있으니까.


마지막 모습이 마음의 은하수가 되어

마지막 순간에는 누군가가 정해놓은 사회적 통념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왠지 꼭 그래야만 할거 같은 느낌. 그 마음의 끌림을 따라가게 된다. 만사를 제쳐두고.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가게 된다. 그 어떤 변명과 명목 같은 건, 마지막 이름 앞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그 순간이 소중한 사람과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걸. 내가 하는 말과 행동 그리고 모든 결정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남을 수 있다는 걸. 그러니 매 순간을 마지막처럼 살아야 한다는 걸. 눈물 흘리는 나를 말없이 빤히 쳐다보던 친구의 마지막 눈동자. 내 손을 살며시 잡아주던 온기로운 친구의 마지막 손길. 사랑해. 고마워라고 속삭이던 친구의 마지막 한마디. 그리고 인형의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던 친구의 마지막 모습이 마음속 은하수가 되어 길을 헤맬 때마다 빛이 된다.



(c)엉뚱복실


보고 싶다.

반달눈으로 눈웃음 지으며

내 이름을 불러주던 친구가..


그 어떤 망설임 때문에라도
아름다운 약속을 주저하지 마라.

그 어떤 두려움 때문에라도
끌리는 마음을 감추지 마라.

무엇이든 반드시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시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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