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as de Rei
2017.10.30
캄캄한 새벽길을 걸을 일이 없어졌다.
썸머타임 해제 후 같은 시각에 더 밝기도 하고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늦잠을 자는 일이 많아 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듯 하다. 몇 주전만 해도 6시면 컴컴한 숙소에서 짐싸는 소리가 들리고 7시면 숙소에 남아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이젠 8시 넘어서 출발하는 사람도 많다.
오늘 아침은 Portomarin의 일출을 보려고 조금 늦게 출발했다. 기대만큼 절경. 핸드폰 카메라라는게 아쉽(카미노 걸으면서부터 내 미러리스는 가방에서 한번도 나오질 않고 있다).
카미노를 마칠 날이 가까워지니 은연 중에 내 의식은 한국 생활을 준비하는 듯 하다. 지난 몇 주간 한국 생각을 거의 한 적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 자꾸 일상 복귀를 걱정하게 된다. 아이들 생각도 더 많이 나고, 아내 생각도 더 많이 한다. 현실은 정말 현실적이다.
날씨가 살짝 쌀쌀했지만 땀이 나지 않아 쾌적하게 걷고 Palas de Rei에 도착. 이젠 마을의 특색을 인지 못할 만큼 무덤덤하다. 오히려 알베르게의 시설에 더 예민해진다. 오늘 알베르게는 Zendoira. 시설의 깔끔함은 역대급이고 일본 캡슐호텔 같은 느낌의 도미토리다. 저녁은 근처 레스토랑에서 문어요리를 먹었다(서비스가 별루라 TripAdvisor에 악평을 남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