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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괴짜시인 Nov 01. 2017

camino #31

Arzua

2017.10.31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매일 12시에 순례자 미사가 있다. 그 미사 시간에 맞추기 위해 오늘과 내일 이틀간 다소 먼 거리를 이동하기로 했다.

오늘 29km. 평소보다 발바닥이 많이 아프다. 그래도 내일 아침엔 별 문제없이 잘 걷겠지. 인간의 회복력은 참 놀랍다.


걷다 보면 머릿 속에 별의별 망상들이 떠돌아 다닌다. 평소에 눌려있던 무의식 속 욕망들이겠지. 옛날 사람들은 이걸 악마의 속삭임 등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망상들이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머리속에서 날뛰는 걸 지켜보고 있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 수 없게 된다. 일상 속에서는 습관으로 많은 부분이 통제되던 무의식이 습관이 사라진 여행에서는 좀더 표면으로 올라오는 듯 싶다. 나의 활자중독증이 의식의 흐름을 안정화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고 있나보다.

습관은 무의식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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