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는 진로 고민
나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참 많다.
이제 곧 마흔 살이 되는 나이임에도 여전히 고등학생처럼 진로 고민을 하며,
이거 할까 저거 할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바뀐다.
다시 영어 강사를 할까?
아니야 일할 때 너무 힘들었잖아.
평생 안정적인 직업은 공무원인데 차라리 시험 준비를 할까?
아니, 너는 엉덩이도 가볍고 자유로운 성격이잖아.
그럼 차라리 작게 사업을 해서 프리랜서로 일할까?
이런 식으로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누군가는 일이야 그냥 하면 되지 핑계도 가지가지라고 혀를 차겠지만,
정말 아무 일이나 시작하기에는 그 나름대로 어렵고 두렵다.
나는 이제는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보람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평생 직업'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진로고민은 그만하고 싶다.
길게 풀어썼지만 결국 내 말은, 어쨌든 현재 나는 '백수'라는 것이다.
어릴 때, 그러니까 내가 이십대었을때는 엄청난 열정과 자신감으로 이것저것 도전해보곤 했다.
하지만 그 도전들은 대부분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까웠고, 나의 내면에 숨어있던 불안과 두려움은 그 실패를 자양분 삼아 서서히 나를 잠식했다.
그러다 어영부영 삼십 대가 되었고, 계획에 없던 결혼이라는 이벤트를 맞이했다.
그러자 나는 안일하게도, 성인이 된 후로 줄곧 나를 불안에 떨게 하던
"진짜 내 인생은 뭘까?"에 대한 고민이 결혼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살아보고 싶었던 나의 이상에 비하면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좋은 배우자를 만났지만 내가 그토록 쌓고 싶었던 '사회적인 커리어'는 오히려 후퇴하는 것 같았다.
남편은 내가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선택을 하든 나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해 준다.
하지만 문제는 나 자신이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으며,
다시 하던 일을 하기에는 과거의 경험에서 받은 상처와 아픔들이 너무 컸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말뚝에 묶인 채 제 자리에서만 맴맴 돌고 있는 가여운 당나귀와 다를 바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 혹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삶의 레이스 위에서 서서히 늙어간다.
만약 나만은 그러고 싶지 않다면,
나는 정말 내가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고 싶다면
그건 요즘 같은 세상에선 너무 사치일까?
요새는 환갑이 넘어서도 제2의 직업이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의 '진짜 진로'를 고민한다는 것이며,
어쩌면, 진로 고민을 그만하고 싶다는 나의 바람은 생각보다 어려운 소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