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예민러의 평범한 일상을 위하여

단 한순간도 싸우지 않은 적이 없었다

by 유연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다. 사실 기억이 흐릿하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항상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했기 때문에 엄마가 말해주는 그 당시의 내 모습 또한 믿을 수밖에 없었다.


“네가 어느 날 학교 끝나고 집에 왔는데 무슨 일인지 잔뜩 화가 나있더라고. “


“왜?”


“담임 선생님이 종례 시간에 그랬다는 거야. 너희는 못 사는 동네 애들이라 선생님 말을 잘 안 듣는다, 본인이 원래 근무했던 분당의 아이들이랑 너무 비교되는데 어차피 니들은 이 말도 뭔 말인지 모를 거라면서 계속 무시하며 막말을 하더래. “


“허... 미쳤네. “


“근데 반 아이들이 그 말을 듣고도 깔깔거리면서 그냥 바보처럼 웃었다는 거야. 그 모습을 보면서 너는 너무 화가 났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면서, 왜 저런 취급을 당하는데 웃지? 나 너무 답답해 엄마. 이러더라. “



나는 항상 그랬다. 유치원 때도 말을 제일 잘한다는 이유로 학예회 사회자로 뽑힐 만큼 비상했지만, 그 말은 즉 남들보다 조금, 아니 많이 예민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항상 예민하게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했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들 눈에는 총명하고 똑똑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 삶은 평생 전쟁터와 다를 바 없었다.

남들이 캐치하지 못하는 미묘한 불편함이 항상 내 머릿속을 헤집으며 스스로를 갉아먹었고, 우울함은 자연스럽게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삼십 대를 살아가던 어느 날,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 나는 싸우기 위해 태어났구나.
평생 남들은 느끼지 못하는 그 무언가와.



나를 분노하고 슬프게 하는 건 애석하게도 남이 아니라, 불편함을 지나치지 못하는 나 자신이었다.





선천적 예민러, 우울러의 평범한 일상을 위한 고군분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