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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의 숙명 '왕따'에서 벗어나는 법은?

일론머스크도 피해 가지 못했던 '왕따'

by 오뚝

위의 사진은 아스퍼거 아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구매한 책들이다.


아스퍼거 아동마다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아이 스스로가 자신이 또래들과 어딘지 모르게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는 때가 온다.


그 시기가 오면 부모는 자신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혼란스러워하는 자식에게 아스퍼거라는 사실을 언제 그리고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책을 읽는 초기에는 '이 책, 저 책 다 보다 보면 무언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로운 마음으로 출발하였는데, 결론적으로 아스퍼거에 대해 이렇다 할 '정답'과 뚜렷한 '해결책'은 없었다.


대신 부모로서 아이의 어떤 부분들을 도와주고, 지원해 주면 좋을지에 대한 팁은 얻을 수가 있어서 양육과 교육의 방향성을 잡는 데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책을 한 권 두 권 읽으면서 아스퍼거에 대해 궁금했던 부분들을 알게 되자 정보에 대한 갈증은 점점 해소되는 반면에 아스퍼거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될수록 속이 시원해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것이 '최선'일지에 대한 고민이 커져서 머릿속과 마음은 더욱 복잡하고, 혼란스럽기도 하였다.


아이가 발달 지연 혹은 장애가 있는 경우 조기 발견, 조기 개입, 조기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부모들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발달치료를 시작한다.


한국은 발달 치료가 비급여라 치료비가 비싸다.

(장애인 복지관 < 일반 사설 발달 센터 < 병원 발달 센터 순으로 치료비가 비싸다.)


여기서 '치료'라 함은 일반 질병처럼 '완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이기 때문에 '완화' 또는 '퇴행 방지'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발달 치료의 최소 수업 일 수는 주 1회로, 병원 발달 센터의 경우 1회 수업(40분 발달 수업 + 부모 상담 10분) 비용이 10만 원 정도이고, 보통 발달 지연과 발달 장애는 한 두 영역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영역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과목수(예 : 감각통합, 인지, 작업, 언어, 놀이, aba, 특수 체육, 미술, 음악 등)가 여러 개가 된다.


사실상 주 1회 수업으로 드라마틱한 발전과 효과를 기대하기란 어렵기에 부모들은 센터 수업에 많은 돈을 들여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자 빚까지 내는 부모들 또한 많다.


요즘 부모들은 빠르면 아이가 3세가 되기 전부터 발달 치료를 시작하고, 이때부터 미취학 시기까지가 센터 치료의 절정기이다 보니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 수업보다 센터 수업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다.


발달 장애 관련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치료를 해야 학교에 들어가서 그나마 적응을 잘하고, 앞으로 예후도 좋다고 하니 부모들과 아이들은 좀 무리를 해서라도 혹은 좀 과하게 느껴질지라도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센터 치료를 다니기에 바쁘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뇐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무엇이 진정 아이를 위한 것일까?'


'과연 이게 최선일까?'


그러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학교 시간표가 주가 되다 보니 센터 치료는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되 사교육을 늘려나가는 패턴으로 바뀌게 된다.


이때 사교육도 단체나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발달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적응을 잘 못하거나 따라가기가 힘든 경우가 많아서 소수 정예나 1:1 수업 등을 알아보고, 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발달 장애 아동들은 학년이 높아져도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나 과제 등을 스스로 수행하기가 힘들다 보니 부모들이 아이의 숙제와 준비물 등을 일일이 체크하고, 옆에서 도와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집중력 부족 등으로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거나, 관심사가 제한적이어서 과목별로 점수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들이 교과서를 예습 및 복습시켜줘야 하는 상황이나 보충 및 추가 학습을 별도로 시켜주어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부모가 이렇게 서포트해 주기란 너무나 힘들고 어렵다.


부모도 해야 할 일이 많고, 돈도 벌어야 하고, 살림도 해야 하고, 다른 자식이 있으면 그 자식도 양육하고 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발달 장애가 있는 자식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이런 부모들은 자기 시간과 자기 삶이 없는 경우가 많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갈이 심하며, 경제적으로도 계속해서 어려운 상황에 놓이거나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는 일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사실은 비싼 발달 센터 수업과 엄마의 피땀을 갈아 넣은 엄마표 수업 등으로 아이의 자폐적인 특성이 많이 옅어지고, 기능이 최대한 끌어올려지더라도 애초에 '장애'이기 때문에 자폐 특성이 없어지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동들은 본격적인 어려움들과 마주하게 된다.


초등학생부터는 착석, 수업에 집중 및 참여, 선생님 지시 따르기, 단체 활동, 또래와 관계 맺기, 교실 이동하기, 지문 읽고 문제 풀기, 다음 수업 준비하기, 자기 주변 정리 하기 등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발달에 장애가 있는 아스퍼거 아동들에게는 이러한 것들이 어렵고, '왕따'를 당할 확률 또한 높다.


왜냐하면 언어와 인지, 신체 등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 보니 언뜻 보거나 겉으로 봤을 때는 여느 아동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처럼 일반적인 상식과 사회적인 규칙에 맞춰서 말하고, 행동하기를 요구받는다.


한마디로 '기대치가 높은 장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보통 사람들과 말과 행동과 상황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경우가 많다 보니 또래들이 봤을 때는 '이상한 아이', '눈치가 없는 아이', '어리숙한 아이', '말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서 농담이나 은유적인 표현, 비꼬는 말 등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아이', '감정 표현과 대처가 미숙한 아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늘여놓길 좋아하는 지루하고, 재미없고, 잘난척하는 아이(꼬마 교수님 타입)', '타인들이 규칙을 어기거나 잘못을 하면 이를 지적하는 밉상 아이(교실 내 경찰관 타입)' 등으로 인식되어 괴롭힘을 당하거나 놀림거리가 되기 쉽고, 분위기와 상황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들을 자주 해서 따가운 눈총과 오해를 받는 일이 다분하여 친구를 사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아스퍼거 학생 스스로가 고립과 왕따를 자처하거나, 괴롭힘과 따돌림의 대상이 되어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심리 치료를 받으러 다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거나 등교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스퍼거 장애는 '왕따'를 피해 가기가 힘든 장애로 아스퍼거임을 밝힌 천재 일론머스크 역시도 학창 시절에 왕따를 피해 가지 못했다.


자녀가 발달 장애를 가진 경우 부모는 자녀의 기능을 저기능에서 고기능으로 최대한 끌어올리고자 애를 쓰고,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 가까워지는 것을 목표로 잡지만 현실에서는 자폐증 정도가 보통 사람에 가까워지면질수록 또래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확률은 오히려 점점 높아지니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그렇다면 아스퍼거 학생들이 괴롭힘을 덜 당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스퍼거 자녀를 둔 커뮤니티 선배님들께 물어보니 또래에 비해서 특출 나게 잘하는 영역이 있거나, 학교 성적이 뛰어나면 왕따까지는 되지 않거나 왕따를 당하더라고 심하게 당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잦은 조퇴와 결석, 전학, 검정고시, 홈스쿨링을 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보통 괴롭힘은 선생님 시야 밖에 있는 등하교 시간, 쉬는 시간, 학교의 사각지대, SNS 등에서 주로 이루어지는데, 일반 학생은 괴롭힘을 당할 때 이를 괴롭힘으로 빨리 인지를 할 수가 있지만 아스퍼거 학생은 장애 특성상 사회적인 뉘앙스나 분위기를 읽는 것이 어렵다 보니 자신이 지금 놀림과 따돌림을 당하고 있음을 빨리 캐치하지 못하거나 이를 알아차린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적절히 반응하거나 대응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부모와 선생님이 이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문제가 커질 대로 커져버린 경우가 많고, 또래들과의 싸움에 휘말려들 경우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이를 타인에게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자신을 변호하는 것이 미숙하다 보니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뒤바뀌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장애등록을 하려고 해도 한국법아스퍼거는 장애 등급을 받기가 매우 힘들고, 특교자(일반학교 특수교육대상자)에서도 탈락되는 경우 또한 많으며, 국내에는 자폐스펙트럼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가 없다 보니 대부분 일반 학교에 진학하지만 심한 중증 장애로는 보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보호나 혜택 등을 받기가 힘든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우리 사회는 아스퍼거 학생들이 '왕따'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장애임을 인지하고, 장애가 왕따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지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발달 장애를 가진 또래를 괴롭히는 언행을 하는 일반 학생에 대해서 학교 측의 엄중한 처분이 필요하다.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학교에 다니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힘들고 버거운 학생들에게 '또래 관계는 아이들끼리 알아서 해결해야 되는 거 아닌가?' '선생님이나 학교나 그런 거까지 일일이 신경 쓰고, 지도해야 하나?' '왕따를 당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당하는 거 아닌가?' 하는 사고와 태도는 발달에 장애가 있는 아스퍼거 학생들에게는 적절치가 않다.


우리 사회는 아스퍼거 학생들의 '왕따'를 신중히 들여다보아야 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스퍼거 학생이 사회성을 향상하기 위해 발달센터에 가서 사회성 수업을 열심히 듣고, 사회성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들을 잘 관찰하고, 이를 모방해서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회성'의 기준과 잣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일반 학생들과 아스퍼거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 무엇이 '최선'일지에 대해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 봐야 한다.


그리고 아스퍼거라는 장애는 평생에 걸쳐 지속되기 때문에 직장 생활과 독립생활 그리고 결혼 생활 및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므로 성인기가 되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다.(아스퍼거 장애가 있으면 현실적으로 학교 생활, 연애, 군대복무, 직장, 결혼, 자녀 양육 등이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더 힘들다.)


아스퍼거 장애를 가진 유아동, 청소년, 성인들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때 우리 사회는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된 사회로 발돋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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