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아들 아스퍼거 진단을 받다.

자폐스펙트럼 아스퍼거

by 오뚝



지금이야 코로나를 감기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지만 아이를 임신했을 당시는 코로나 초기로 다들 공포에 떨고 있던 시기였다. 코로나에 걸린 산모가 입원 또는 출산 가능한 병원이 없어서 산모와 태아가 위험한 상황에 놓인 뉴스 기사가 심심찮게 나던 시기였다.


그래서 산부인과 병원 진료에 남편이 함께 들어갈 수 없는 병원도 많았고, 출산 후 남편 출입이 불가한 산후조리원들도 많았다. 그리고 기존에 모자동실을 했던 병원에서 조차도 모자 동실이 안되거나 모자 동실 시간을 최소화하고, 출산 후 24시간 모자동실이 되는 곳은 전국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는 출산 전부터 출산할 때와 출산 직후에 아이와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싶어서 자연 분만을 결심했고, 또 태어난 직후부터 계속 함께 있고 싶어서 24시간 모자동실 가능한 곳을 알아내어 아이를 출산했다. 나는 신랑과 아이와 2박 3일 동안 온종일 함께 있었고, 지금 와서 그때를 떠올려도 너무나 아름답고, 행복했던 추억으로 느껴진다.


여러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가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뉴스 기사들이 올라오던 때라서 그 당시엔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는 곳이 그 어디에도 없었던 터라 나는 아이와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고 집으로 와서 정부 지원 산후 도우미 이모님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돌보았다.


아이는 자라면서 신체 건강 상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여러 부분에서 소소한 문제들이 있었고, 또래에 비해 말도 빨리했고, 단어 습득력과 기억력이 좋았으며, 발음 정확도 또한 뛰어났지만 눈 맞춤과 호명반응 그리고 네, 아니오와 같은 단답형 대답에도 어려움을 보였다.

몇몇 특출한 부분도 있으나 일상생활 속에서 기본적인 것들이 잘 안 되는 느낌이었다.

단순히 나이가 어려서 그렇다고 하기엔 어딘지 모르게 싸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는 타인에게 인사하는 것에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했고, 인사를 할 때 인사를 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인사를 하거나 사람을 등지고 뒤돌아 인사를 하는 등 인사를 어려워하였다. 시키지 않으면 먼저 인사를 하지 않았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않았다.


특히 놀이터나 키즈 카페에 데리고 갔을 때 자기 또래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어 보였고, 혼자서 놀거나 엄마인 나하고만 소통하고자 하였다.

아이는 아주 어릴 적부터 ‘자동차’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는데, 자동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해가 거듭되면 될수록 더 강해져 갔다.

동시에 나는 아이의 다름이 한 해 한 해 크게 느껴졌다.


문장형으로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아침에 눈을 떠서 침대에서 하는 첫마디가 '자동차'에 관한 이야기였고, 하루 종일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으며, 침대에 누워서 잠들기 직전에도 '자동차'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잠이 들었다.


아이는 또래 아이들이 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단어들도 곧 잘 사용하였고, 높임말도 잘하였으며, 발음도 어눌하지 않고 정확해서 아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나 아이를 잠깐 본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말을 너무 잘한다며 놀라곤 하였는데 그해 반 해 간단하고 쉬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잘하지 못했다.

아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계속하거나 질문과는 상관없는 일방적인 말을 했다. 아이는 주고받는 대화에 어려움을 보였고, 일상의 평범하고 소소한 주제로 대화를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거나 별로 대답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청각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른 사람을 향해 돌아보거나 '네'라고 대답하는 것과 무언가를 물어봤을 때 "네" 또는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걸 힘들어했다.

또 말을 듣거나 말을 할 때 타인의 눈이나 얼굴이 아닌 허공이나 바닥 또는 다른 곳에 시선이 가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 오직 '자동차', 기승전결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만 계속하던 우리 아들은 태어나서 5년 뒤 소아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아스퍼거 진단을 받았다.



* 현재의 질병 분류 시스템인 DSM-IV는

아스퍼거 장애를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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