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담은 책의 사진을 사진기로 찍었을 때가 있었다.
나는 그때의 기분을 TV에 나온 가수의 노래를 녹음하는 기분이라 기록했다.
나의 오래된 친구 하나는 평범한 이야기도 맛깔나게 꾸며 말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딱히 새겨 듣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가 자신의 A라는 지인이 들려준 유명 연예인의 이야기를 할 때면, ‘그 연예인에게도 다른 사정이 있었겠지’라며 홀로 생각하거나, 마치 다른 우주를 묘사하는 듯, 복권에 당첨된 이후의 계획을 세우듯, 나는 그 이야기를 가볍게 넘기기 일쑤였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며 많은 책을 읽고 뽐내던 대학 선배의 주사는 옆 테이블에 시비 걸기였다. 때로는 길가를 지나던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기도 했는데, 술에 취한 그를 후배인 우리가 댁으로 데려다준 어느 날의 일이다. 자신의 신발을 한 짝만 신고 자취방에서 다시 기어 나온 그는 길거리의 사람들을 잡고 네가 신은 신발이 자신의 것이라며 시비를 걸었다. 경찰이 출동하기 전, 나는 내 신발을 벗어주고 겨우 진정시켜 다시 집으로 돌려보냈는데 그때의 그 신발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행은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경험이라며 쉬는 날이면 국내의 산, 바다, 섬으로 여행을 다니고, 휴가철이면 어김없이 해외로 여행을 떠나던 상사가 있었다. 그는 여행을 다녀올 때면 늘 그 여행지의 풍경과 사람들과 먹거리들, 에피소드 들을 이야기해주곤 했었으며, 술자리에서는 늘 지금의 직업과 자신의 처지에 대해 비관하였는데 지금도 여전히 같은 직업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퇴직을 하여 그 상사와 같은 비관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카드값이 목을 죄던 어느 달엔가 다시 같은 일을 시작하였다. 그 선배와 나는 그 이후로 만나지 않았다.
나는 책을 보는 것과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홀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좋아하며, 그 장소에서 풍경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는 재주는 없었는데, 나의 누이는 나를 보며 “말할 때 제발 어버버 좀 대지 말아라”라며 핀잔을 준 적도 있었다.
다른 이의 ‘글’을 그대로 베껴 쓰는 것을 ‘필사(筆寫)’라 하는데, ‘사진’은 한자로 ‘寫眞’이라고 쓴다. 진짜를 베끼어 낸 것을 사진이라 하는데, 요즘은 사진을 사진 찍는 일은 한 다리 건넌 소문을 전해 듣는 일과 같다고 해야 할까 고민이다.
그래서 나는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