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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현 Dec 22. 2015

진실을 베끼어 낸다는 것은

사진을 담은 책의 사진을 사진기로 찍었을 때가 있었다.

나는 그때의 기분을 TV에 나온 가수의 노래를 녹음하는 기분이라 기록했다.     


나의 오래된 친구 하나는 평범한 이야기도 맛깔나게 꾸며 말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딱히 새겨 듣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가 자신의 A라는 지인이 들려준 유명 연예인의 이야기를 할 때면, ‘그 연예인에게도 다른 사정이 있었겠지’라며 홀로 생각하거나, 마치 다른 우주를 묘사하는 듯, 복권에 당첨된 이후의 계획을 세우듯, 나는 그 이야기를 가볍게 넘기기 일쑤였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며 많은 책을 읽고 뽐내던 대학 선배의 주사는 옆 테이블에 시비 걸기였다. 때로는 길가를 지나던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기도 했는데, 술에 취한 그를 후배인 우리가 댁으로 데려다준 어느 날의 일이다. 자신의 신발을 한 짝만 신고 자취방에서 다시 기어 나온 그는 길거리의 사람들을 잡고 네가 신은 신발이 자신의 것이라며 시비를 걸었다. 경찰이 출동하기 전, 나는 내 신발을 벗어주고 겨우 진정시켜 다시 집으로 돌려보냈는데 그때의 그 신발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행은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경험이라며 쉬는 날이면 국내의 산, 바다, 섬으로 여행을 다니고, 휴가철이면 어김없이 해외로 여행을 떠나던 상사가 있었다. 그는 여행을 다녀올 때면 늘 그 여행지의 풍경과 사람들과 먹거리들, 에피소드 들을 이야기해주곤 했었으며, 술자리에서는 늘 지금의 직업과 자신의 처지에 대해 비관하였는데 지금도 여전히 같은 직업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퇴직을 하여 그 상사와 같은 비관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카드값이 목을 죄던 어느 달엔가 다시 같은 일을 시작하였다. 그 선배와 나는 그 이후로 만나지 않았다.     


나는 책을 보는 것과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홀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좋아하며, 그 장소에서 풍경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는 재주는 없었는데, 나의 누이는 나를 보며 “말할 때 제발 어버버 좀 대지 말아라”라며 핀잔을 준 적도 있었다.     


다른 이의 ‘글’을 그대로 베껴 쓰는 것을 ‘필사(筆寫)’라 하는데, ‘사진’은 한자로 ‘寫眞’이라고 쓴다. 진짜를 베끼어 낸 것을 사진이라 하는데, 요즘은 사진을 사진 찍는 일은 한 다리 건넌 소문을 전해 듣는 일과 같다고 해야 할까 고민이다.      


그래서 나는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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