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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달빛 Aug 16. 2016

<쓰기의 말들> 글 옆의 책

올해 잘한 일 중 하나를 꼽자면, 은유의 '감응의 글쓰기' 수강을 한 일이다. 물론 책도 슬렁슬렁 읽고, 과제도 거의 제출하지 않은 불량 수강생이지만 마지막 강좌를 남겨놓은 지금까지 한 주도 빠지지 않았다. 심지어 제주도 출장을 갔던 주에는 수업 시간에 맞춰 올라와 캐리어를 질질 끌고 수업에 왔다가 뒤풀이까지 참석했다. 이게 다 나의 선생님, 은유 때문이다.


작년에 그의 책 <글쓰기의 최전선>을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을 때 사실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흔하디 흔한 글쓰기 책 한 권 보태졌구나... 생각하며 만지작거리다 서문을 읽고 사버렸다. 글쓰기에 관한 '기술'보다는 글을 쓰려고 애쓰는 이들을 토닥이고, 용기를 주는 책이었다. 글쓰기에 관해 고민하는 지인들에게 전도하듯 이 책을 권했다.


책을 읽고 보니 "이렇게 따뜻하고 단정하고 힘 있는 문장을 쓰는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은유라는 이름을 검색하니 '감응의 글쓰기'라는 강좌가 있다고 했다. 신청하려니 이미 마감. 다음 회차를 노렸으나 기회가 닿지 않았다.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그의 글에 감응하며 만나길 기다렸다.  


유난히 마감이 빨리되는 그의 강좌 신청에 성공한 날... 지인에게 자랑을 하기도 했다. 이게 뭐라고. ㅋㅋㅋ 아무튼 나는, 저자로서의 은유가 아닌 그냥 은유, 참 좋은 선생님 은유를 매주 설레는 마음으로 만났다.


수업이 진행되는 도중에 새로운 책 <쓰기의 말들>이 나온 덕분에 책 소식을 먼저 듣고, 산고의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이 책이 마치 조카같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쓰기의 말들>은 수많은 이모와 삼촌들의 응원을 받으며 태어난 책이다.

이 책에는 글 쓰기에 관한 104개의 문장과 은유의 에세이가 담겨있다. 글을 조금이라도 써봤다면 말과 생각이 글이 되는 과정이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막막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그럴 때 막혔던 글문이 트일 계기, '개미굴'처럼 말에서 단어로, 단어에서 문장으로, 문장에서 글로 연결되게 하는 건강한 자극, 사려 깊은 선생님이 필요한데 이 책이 딱 그렇다. 마치 글쓰기 선생님 은유처럼.


이 책의 표지는 흩어진 말들이 글이 되는 과정을 잘 표현했다. 104개의 문장 끝에는 따옴표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이제 쓰세요"라는 격려 혹은 "당신의 문장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으로 읽힌다. 이 마지막 페이지를 보며 씨익 웃었다. 역시 글쓰기 선생님 다운 마무리다. 모름지기 글이란 써야 나오는 법. 이 책은 그렇게 독자를 글 쓰는 사람으로 살도록 자극한다.

이 책을 옆에 두고 아껴 읽으련다. 말이 길을 잃었을 때,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갈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천천히 복용을 할 예정이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 어김없이 있는 책 <삐뽀 삐뽀 119>처럼 글 쓰는 사람 곁에 이 책이 놓였으면 좋겠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을 '글 옆의 책'이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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