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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모레비 Jun 17. 2020

성과관리는 목표설정이 전부다

내 업무의 북극성은 무엇인가?




팀장님 의견이 그러시다면
저는 퇴사하겠습니다.



 면담이 한창 진행되던 중 팀원 한 명이 문을 쾅 닫으며 울그락 불그락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박차고 나왔다. 유난히 표정이 안 좋아 보이던 그분은 다음 날 곧 퇴사할 것이라는 소식을 사내 메신저로 알음알음 전했다. 평가 결과에 불만을 품고 홧김에 퇴사 선언을 해버린 것이다.


 그분은 실제로 팀장님과의 면담이 끝나자 분노를 누르지 못하고 곧장 차 상위권자에게 미팅을 요청해 퇴사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해버렸다고 했다. 어느 해보다 스스로 높은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했기에 이에 상응하지 않는 평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미워도 다시 한번만:

성과평가를 이기적 관점으로 바라보기



 여러 해 회사 생활을 경험한 직장인들은 성과평가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높은 성과를 거뒀다고 느꼈으나 기대보다 낮은 평가등급을 받으며 과정과 평가기준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대다수다. 또한 고과 밀어주기 혹은 사내 정치 등에 밀려 객관적인 지표에서 앞섰음에도 동료에게 밀려 평가등급을 낮게 받는 경우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


 이처럼 연말 성과평가 제도는 회사원들에게 선택받은 자들을 위한 승자 독식의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성과 평가 과정에서 겪는 감정 소모와 절차적 불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열심히 해봐야 내 몸만 갈리고 힘들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중간만 하자"라는 적당주의, 보신주의를 낳고 있다.


 성과평가에 무력감을 느낀다 할지라도 한해 목표를 수립하고, 평가를 받는 일련의 과정이 자신의 한 해 농사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에 올해 자신이 어떤 업무와 역할을 담당할지, 또 업무 범위와 수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협의하고, 결정하는 것은 농부가 올해 농사를 몇 마지기 지을지, 무슨 씨를 뿌릴지를 결정하는 일과 비슷하다. 결국 나의 일이고, 나의 노력으로 하루 8시간씩 꾹꾹 눌러 담은 나의 성과다.


 조직과 개인의 비전 Alignment와 같은 멋지고 이상적인 말까지는 필요치 않다. 지극히 이기적인 관점에서도 성과관리 과정은 커리어 개발과 조직 내 역할 확장의 핵심 포인트이기에 정성스럽게 다뤄야만 한다.


출처 : https://elearningindustry.com/70-20-10-model-learning-and-development

 

 찰스 제닝스와 요세 아레츠는 인재육성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70/20/10 Model을 제시했다. 학습과 역량 개발의 70%는 새로운 경험과 도전 등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20%는 코칭이나 멘토링 등 타인과 함께 일하는 것에서 비롯되며, 나머지 10%는 계획된 교육 훈련을 통해서 달성된다는 것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전문가가 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도전적 목표 설정을 통한 업무 확장과 함께 뛰어난 인재들과 협업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매년 같은 업무를 하며 몸과 마음을 편하게 보낸 시간은 변함없이 통장에 따박 따박 월급을 보내줄지 몰라도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좀먹는다. 소위 말해 팀장님 옆에서 딸랑이를 잘 흔들거나 KPI를 가능한 낮게 잡는 협상력이 직장인의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는 씁쓸한 이야기들이 자주 들려온다. 하지만 이런 농담들은 잠시 가려운 곳을 긁어줄지는 몰라도 결코 잘못된 인식과 태도가 낳은 결과까지 책임져주지는 않는다. 즉 무난히 달성할 수 있는 적당한 목표, 영혼을 갈아 넣어 딸랑이만 세차게 흔드는 능력으로 승부하는 직장생활은 나의 성장판을 스스로 닫아 버리는 행위와도 같다.




성과관리. 목표설정이 전부다.



자동차 연비를 리터당 20킬로미터로 높이고 싶다면 조금만 손보면 된다. 하지만 연비를 200킬로미터로 높이고 싶다면 처음부터 다시 자동차를 개발해야 한다.


 전 세계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세상을 만드는 원대한 목표를 위한 룬(Loon) 프로젝트와 무인자동차 개발을 이끈 구글 X팀의 리더 아스트로 텔러가 남긴 말은 구글이 추구하는 도전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보여준다. 구글이 혁신적인 생각들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과정에는 OKR이란 성과관리 철학이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OKR은 인텔의 창업자 앤디 그로브가 창안한 개념으로 피터 드러커의 MBO(Management By Objectives)와 자기 통제(Self control)의 철학을 계승해 만들어냈다.


 회사에서 OKR을 제도적으로 도입하지 않았더라도 개인차원의 성과관리를 위해 OKR이 가진 철학을 적극 참고해볼 만하다. OKR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불가능할 것 같은 높은 목표를 정하는 것. 둘째, 목표 자체가 단순히 결과적 수치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가슴 뛰는 영감을 주는 것. 셋째, 단기간에 가능해야 할 것이다. 이 중 가슴 뛰는 영감을 주는 목표는 우리가 참고해야 할 OKR의 핵심이다.


 직장에서 일하다 보면 성취하기가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들이 있다. 일상 업무에 치이고 시간관리가 안돼서, 유관부서의 협조가 어려울 것만 같아서, 예산이 부족해서, 실무자인 내가 감히라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고,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포기해버리는 일들 말이다. 하지만 결국 커리어 개발과 높은 성과의 핵심은 새로운 경험과 도전이 낳은 차별화된 결과다. 이 결과는 대개 가슴 뛰는 목표 설정에서 나온다.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우리 주변으로 눈을 돌려 조직에서 인정받은 리더들을 다시 바라보자. 그들은 조직에서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도전과 실제 성과를 통해 자신들을 증명한 사람들이다. 전에 없던 데이터 분석 기반의 A/B테스트를 적용해 마케팅 메일의 오픈률을 폭발적으로 향상시킨 팀장님이 그랬고, 서버를 닫아두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정기점검을 해내고야 말겠다는 목표를 현실로 옮긴 개발자가 그랬다.


 교육담당자로서 스스로 기억에 남는 OKR 관점의 목표는 외부 전문가가 아닌 나만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의 성장을 돕는 일이었으며, 핵심 성과 지표는 조직 진단 관련 강사 자격 획득, 연 5회 이상 팀 대상 팀빌딩/갈등관리 교육 진행, 9점/10점 이상의 참가자 만족도였다. 당시에는 조직에서 아무도 사내강사 역할을 하지 않았고, 기획과 운영 업무의 비중이 높았기에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도전적인 목표였던 것이다. 이 목표는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사무실을 벗어나 강의장에서 함께 숨 쉬며, 조직이 현재 가진 문제와 미래의 발전 방향을 함께 논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나를 즐겁게 하는 일이었다.


 가슴 뛰는 목표를 통해 이뤄낸 성취의 결과는 곧 나의 시장가치에 직결된다. 현재 직장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가치들 중 가장 값어치가 높은 것을 꼽자면 그 조직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독특하고 희소한 경험일 것이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글쓰기 특강, 비서실 출신 직원이 알려주는 비즈니스 매너의 정석, 실리콘 밸리 재직자가 말하는 수평적 조직문화 등 그들의 전문성은 그들이 속한 조직의 특수성과 업무의 특수성이라는 토대 위에서 탄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인이 소속된 회사와 직무의 특수성이 반영된 희소성 높은 업무들을 찾고, 도전해 성취하는 것은 개인의 커리어 개발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행력을 높이는 방법 중 "공개 선언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은밀하게 혼자서만 생각하기보다 공개적으로 선언하면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무모한 도전은 필패를 부르겠으나 내 궁극적인 커리어 개발의 목표와 맞닿아있거나 스스로의 강점과 조직의 특성을 100% 활용할 수 있는 목표라면 이를 선언하고, 상사와 조직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끌어내야 한다.


 필자가 진행한 리더십 과정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회사에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 언제인지를 물어보았다. 약 3개월간 100명 이상의 리더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 가장 응답률이 높은 답변은 "월급날"이 아닌 "프로젝트(업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을 때"였다.


 우리가 회사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단순히 분위기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하거나 월급을 많이 받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일을 완수해내 “역시 0과장이야.”와 같은 말들로 나의 존재를 인정받고,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에 진짜 즐거움이 찾아온다. 스스로의 즐거움과 보람을 위해, 남다른 업무 성과로 혼자서도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가슴 뛰는 목표를 다시 한번 찾아 나서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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