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브런치 작가에서 출간 작가가 되기까지
작년 11월,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고 난 후 제 삶에 크고 작은 즐거움들이 생겼습니다.
첫 번째 즐거움은 글 쓰는 행위 그 자체가 주는 행복이었습니다. 그간 직장생활을 하며 일과 조직, 리더십에 대해 갖던 생각을 어느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 채 거침없이 적어 내려 가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제가 글쓰기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된 계기는 동동 작가님의 <마트 조끼에 박스를 들고 있는, 저도 대기업 사원입니다> 라는 글을 통해서였는데요. 반전 매력이 있는 글의 제목은 편의점 회사의 공채 신입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제 눈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 하찮게 여길 수도 있는 나의 작은 경험을 정리하는 것이 나 스스로에게도 이 세상의 누군가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작은 경험조차 허투루 대하지 않는 글쓰기 습관이 결국 내 자산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만나고 저는 더 용기 내어 제 개인적인 경험들을 꺼내 과감하게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즐거움은 역시나 브런치의 시그니처! 민트색 알림이죠! 많은 분들이 제 작은 공간에 찾아와 글의 내용에 공감해주시고, 의견을 주시는 것이 참 감사했어요. (사람은 누구나 관종끼가 있다고 하더니..) 학창 시절 새벽 3~4시까지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아버지가 출근하시기 전에 부랴부랴 이불속으로 몸을 숨겼던 기억이 있는데요. 스스로 그 시절과 비교할 만큼 브런치에 글을 쓰고 반응을 보는 것은 묘한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아내가 먼저 잠에든 후에도 종종 글이 너무 쓰고 싶어 다시 책상에 앉아 늦은 밤까지 글쓰기를 반복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출구 없는 브런치의 매력에 빠져버렸고, 아직도 민트색 알림은 제가 브런치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
세 번째 즐거움은 바로 새로운 인연, 기회와의 연결이었습니다. 브런치를 통해서 훌륭한 작가님들과 교류하고, 학창 시절부터 봐오던 전문 잡지에서 기고 요청을 받아보기도 했네요. 세상이 참 많이 변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개인 브랜드를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9개월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펴내는 책 역시 브런치를 통해 출간 제안을 받게 되었으니까요! 감사하게도 제 글을 흥미롭게 봐주신 출판사에서 먼저 기획 출판 제안을 해주셨고, 마침내 저는 브런치를 통해 인생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책 출간의 꿈까지 이루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린 세 가지 즐거움보다 더 감사한 일은 이 드넓은 인터넷 세상에서 저를 지지해주는 500명이 넘는 구독자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죠. 늘 마음으로 공감해주시고 제 글을 기다려주시는 소중한 구독자 분들께 이 글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
7월 30일 출간되는 저의 첫 책을 소개드립니다. 인사 담당자로 10년간 근무하면서, 다양한 산업에 속한 조직에서 일하며 느끼고 배운 상사와 일 잘하는 법, 후배와 함께 성장하는 법을 담았습니다. 그간 조직에서 관찰한 존경받는 리더들의 특성과 다면 진단 결과를 분석하며 발견한 팀원들이 원하는 진짜 리더의 모습을 담고자 노력했어요.
결론은 회사에서 통하는 좋은 리더십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라는 거예요. 복잡한 처세술, 세대의 특성을 배우며 무게중심을 상대방에게 둔 채 대응하는 것보다 일하러 모인 곳에서 일을 잘하게 해주는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결국 좋은 리더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이죠.
조직에서 중간관리자로 역할을 하고 계시는 분 혹은 곧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게 되실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책 말미에 실릴 에필로그를 아래 공유해봅니다.
시간이 될 때 이번 책을 준비하며 배운 점들을 정리해 ‘기획 출판 이야기’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그럼 또 새로운 글들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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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넘는 직장생활 기간 동안 유통, 제조ㆍ금융 그룹, 게임, 컨설팅까지 다양한 산업과 크고 작은 규모의 조직 안에서 일하며 각자의 독특한 문화, 개성 강한 리더들과 마주했다. 작게는 200명 규모의 스타트업부터 크게는 만 명 이상 규모의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기업까지 말이다.
재밌는 사실 하나는 '제조업은 딱딱한 군대문화일 것이다.’, '컨설팅업은 체계적이고 깐깐하며 논리적일 것이다.', '작은 조직은 빠르지만 허술할 것이고, 큰 조직은 느리지만 체계적일 것이다.'와 같이 특정 산업과 회사 규모에 따라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세 산산조각 났다는 것이다. 경직된 조직 문화와 체계 속에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팀원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며 일할 맛이 나게 만들어주는 리더들이 있었다. 반면 수평적 조직문화를 추구하는 회사 안에서도 위계중심적인 말과 행동으로 경직된 팀 분위기를 조장하는 리더 역시 존재했다.
회사의 규모, 그들이 외치는 핵심가치 혹은 추구하는 문화보다 팀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리더가 실무자들의 성과와 직장생활의 만족도를 좌우했다. 나는 좋은 리더를 만났을 때 시키지 않아도 팀의 성과를 위해 먼저 고민했고, 굵직한 프로젝트를 통해 높은 성과를 거두고 성장감과 보람을 느꼈다. 반대로 일방향적이고 고압적인 리더를 만났을 때 스스로 성장판을 닫아버리며 수동적으로 변하기도 했다. 단순히 리더의 성격과 성향 등 관계적인 요인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회사생활의 만족도와 성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팀원들이 따르기 힘든 리더를 만났을 때 흔히 선택하는 복수의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소극적 공격’이다. 자신이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최선을 다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태업과 같은 행동을 일삼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심리적 자살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자신의 잠재력을 고의로 실현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은 이직 혹은 사내 채용 제도 등을 활용해 리더를 떠나는 것이다. 이는 앞선 소극적 공격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이다. 익숙한 곳을 떠나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용기 있게 도전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조직보다 리더가 싫어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요즘 이직은 과거보다는 훨씬 더 쉽게 선택하는 옵션이 됐다.
두 가지 방법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나쁜 리더는 회사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하루 8시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야 할 유능한 실무자들이 수동적인 태도를 갖거나 조직을 떠나는 것은 회사에게 재앙이나 다름없다.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중간관리자, 리더가 되는 일은 상자 전체를 썩게 만드는 첫 번째 썩은 사과가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운이 좋게도 나는 교육 담당자로서 리더십 교육을 담당하며 수많은 리더들의 행동과 고민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특히나 리더십 다면평가를 통해 수천 명의 팀원들이 자신들의 리더에게 남긴 솔직한 피드백을 마주했을 때 난파된 보물선에서 꺼내올린 진귀한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학문적으로 리더십을 논하는 이론이 아닌 수많은 리더들의 진짜 고객, 팀원들에게서 나온 생생한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팀원들의 의견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훌륭한 리더들은 관계에 집중하기보다는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탁월했다. 텍스트 분석을 통해 추려낸 사랑받는 리더의 공통적인 강점을 짤막하게나마 소개한다.
-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의견 개진 문화 조성
- 큰 그림과 비전 제시
- 구성원에 대한 신뢰와 권한 위임
- 솔직함과 투명한 의사소통
- 합리적 사고와 공정함
- 전문성
이 여섯 가지 특징이 바로 팀원들에게 사랑받는 상위 10% 리더들의 공통점이다. 이 특징들을 마주하는 순간 그동안 봐왔던 수많은 리더십 전문가의 강의와 도서들이 단숨에 한 페이지로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이 6가지 공통점들은 팀원들이 보다 수월하게 성과를 내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잘 웃어줘서, 친절해서,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아서, 사람들과 두루 친해서, 칭찬을 많이 해줘서와 같이 인간관계 증진에 필요한 단편적인 요소들은 좋은 리더의 특징과는 거리가 멀었다.
좋은 리더는 실무자의 숨통이 트이게 해주는 반면 나쁜 리더는 실무자의 목을 조른다. 좋은 리더는 회의에서 핵심만을 다루지만 나쁜 리더는 회의 내내 변죽을 울리며, 바쁜 팀원들의 시간을 갉아먹는다. 결국 회사는 일을 하러 모인 곳이다. 리더에게 가장 큰 무기는 자신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가 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각자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능력이었던 것이다.
어느 조직이건 일 잘하는 실무자로서 인정받아 갑작스레 중간관리자 역할을 맡고 헤매는 분들이 참 많다. 그 이유는 그동안 능수능란하게 다루던 실무와는 전혀 다른 능력들이 갑작스레 요구되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좋은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우리는 철저히 준비되어야만 한다. 그동안 쌓아온 본인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조직과 상사의 신뢰를 등에 업고, 조직 전체가 합리적이고 현명하게 일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만 한다. 실무자로서의 완벽함을 넘어 조직 전체의 일하는 수준을 끌어올릴 때 우리는 또 한 번 성장할 것이다.